백반도 좋고, 국밥도 좋고, 불고기도 좋고, 닭숯불구이도 좋지만, 가끔은 가 족과 연인과 친구들과 이색적인 음식과 분위기에 오랜 시간 이야기하고 싶을 때 가 있다. 2023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올 한해도 국가에서 동네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개인적인 계획과 포부도 시작 은 많고 창대했을 터 지금은 만족할 만 한지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있고 조명도 좀 아늑하여 마음도 약간 들뜨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곳에 서 맥주 한 잔 곁들여 식사하며 한 해 지 나간 이야기 도란도란 나누며 미소 지을 수 있는 곳이 가까운 곳에
낯선 골목길 입구에 차를 세우고 일행과 점심을 먹으러 골목을 걸었다. 식당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때 스치듯 십여 미터 떨어진 맞은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 와본 듯한데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다. 차로 식당에 오면서 전화 예약을 하려 했으나 그냥 와서 기다려야 한다는 사장님의 목소리가 떠올라 서둘러 식당 입구로 눈길을 돌린다. 유리문에 붙여진 안내 문구가 눈에 띈다. “2인 이상 식사 가능합니다. (3인 이상 예약받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그랬다. 혼밥은 안되고 3인부터 예약 가능이었다. 뭔지 모를 긴장감이 감돈다
평년보다 사흘 빨리 첫눈이 온다는 예보가 떴다. 입동도 지났으니 초겨울의 문턱이라 할 수 있겠다. 옛 시골의 첫눈 내리는 풍경이 떠오른다. 밖에서 소복소복 눈이 쌓이면 뒤 곁 굴뚝에선 연기가 피어오른다. 언 손을 호호 불며 저녁을 먹으러 방에 들어서면 낯익은 풍경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아랫목에 이불에 덮여 자리 잡은 청국장 띄우는 풍경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윗목에 자리 잡은 콩나물시루다. 지금은 모두 사라져버린 풍경이지만 그 시절 집마다 흔한 겨울의 대표적 풍경이지 않을까. 길고 추운 겨울, 구수한 청국장과 콩나물국은 식탁 최고
아침 기온이 제법 쌀쌀하다. 출근길 종종거리며 걷는 사람들의 두꺼워진 외투에서 오종종 모여있는 남극의 펭귄들이 생각났다. 뒤이어 김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물이 생각나는 것은 내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국물을 며칠 동안 나누어 먹는다는 것은 결국 한식구가 되는 거잖아요? 국물은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해주는 음식입니다.” “일상에 지친 우리를 가장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것. 한 그릇 국밥 아닐까요? 숟가락을 들고 국물을 떠먹는 순간, 눈썹이 내려가는 맛입니다.” “밥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한 밥상 위의 조연이 국이었다면, 최근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다. 낙지는 가을이 제철이라는 말이다. 섬 활동가 강제윤이 지은 에서 빌리자면 낙지는 옛날부터 섬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었다. 자산어보에도 맛이 달콤하고 회, 국, 포를 만들기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낙지는 한자로 '낙제어, 풀이하면 '얽힌 발을 지닌 물고기'란 뜻이다. 낙지는 지방 성분이 거의 없고 타우린과 무기질과 아미노산이 듬뿍 들어 있는 건강식이다. 무더위에 쓰러진 소도 낙지를 먹이면 벌떡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과장이 아니다. 사람도 기력이 부족할 때면 낙지 한 마리만 먹어도 솟
비빔밥. 기억에 남아 있는 비빔밥은 두 가지다. 먼저 한겨울 어머니가 해주시던 동치미비빔밥이다. 동치미 무채에 된장국이나 청국장, 고추장을 넣고 비벼 동치미 국물과 함께 후루룩 뚝딱 먹던 동치미 비빔밥은 한겨울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또 하나 군대 생활 중 입맛 없을 때 먹던 고추장 비빔밥이다. 그냥 고추장 한 스푼 밥에 비벼 입에 넣고 씹던 그 맛이 오래 잊히지 않는다. 오늘 점심은 비빔밥으로 해볼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접하는 비빔밥은 보통 호박나물과 콩나물 버섯 고사리 당근 무생채 상추를 위에 올리고 그 위에 계란
오전 11시, 장날이 아닌 장터는 한가로움을 넘어 썰렁하다. 옥곡장은 4. 9일 장날이 되면 면소재지 오일장이라도 광영 금호 중마 사람과 진상 진월 사람 그리고 읍사람들까지 모여들어 제법 북적북적하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이 있어 장터에서 나와 새길이 나느라 혼잡한 공사장을 지나 옥곡천으로 나왔다. 길가 가을걷이를 끝낸 논에서 짚단을 묶어 차에 싣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옛 모습으로는 정겹고 요즘 모습으로는 생경한 풍경이다. 콘크리트 길과 데크길을 따라 아내와 함께 걸었다. 고속도로의 소음이 장터와 들판의 한가로움을 채우듯 소란하다.
자주 술자리가 있는 사람들은 본인만의 해장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국물을 찾지만, 요즘은 햄버거로 해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니 어쩌면 해장은 맨정신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서 각자의 호불호에 따라서 쓰린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닐까. 식객의 경우 우선 국물이 있어야 하고 그 국물은 맑은 국물이든 빨간 국물이든 약간 슴슴하고 건더기가 많아 배를 채우며 투가리에 담아 뜨끈하여 머리에 송글송글 땀이 맺혀야 한다. 그래야 뱃속과 관계없이 머릿속에서 “아 풀리고 있구나”하는 느낌이 든다.우리 지역은 유난히 국밥집이 많은 곳이다.
길었던 연휴가 끝났다. 오랜만에 고향방문을 한 가족들과 각양각색 음식들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진 분들도 있을 것이고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온 분들도 있을 것이다. 정겨운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지난 추억을 기억하는 시간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명절을 보냈던 평소보다 많은 음식 섭취로 늘어난 체중에 적잖이 놀라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줄이기는 쉽지 않다. 가을은 말만 살찌는 계절이 아니라 사람도 살찌는 식탐의 계절이다. 줄지어 기름진 음식을 먹으니 조금 가벼운 휴식 같은 음식으로 점심 한 끼는 무엇이 좋을까.그
추석 명절이 다가오는 장터는 반반이다. 명절을 앞두고 햇곡식과 과일들은 더 윤기가 넘쳐 보이고, 생선은 배불러 보인다. 그러나 장터는 확실히 예년과 비교해 활기와 웃음이 줄었다. 서민의 삶이 더 힘들어진 탓이다. 시장 옆 새로 생긴 유료주차장에 차를 대고 보슬비를 맞으며 자주 가는 잔치 국숫집 앞에 다다랐을 때 전과 다른 썰렁함을 느낀다. 포장이 닫힌 채 빨간 포장 위로 종이에 쓰인 글자들이 마음을 짠하게 한다. “개인사정(무릎)으로 인하여 두 달 후에 뵙겠습니다” 장터든 장터에 깃들어 살아가는 사람이든 세월의 그늘 속에서 흔들리는
찹찰한 아침 날씨에 비라도 올라치면 식탁 한가운데 보글보글 끓는 슴슴칼칼하고 시원한 두부전골이 간절하다. 두부의 담백하고 고소함과 버섯의 향긋함과 깊고 진한 육수의 두부전골을 싫어할 대한민국 사람이 있을까. 출근하며 저녁 메뉴로 부탁해 볼까. 그때까지 참지 못하고 점심 메뉴로 골라볼까. 두부를 좋아해서 항상 근처에 손두부 집을 알아놓고 잊지 않고 가끔 가곤 한다. 근래에 자주 가던 집은 애정하고 손님도 많았던 집인데 어느 날 업종이 바뀌어 버려 허탈했던 적이 있다. 아마도 사장님이 연로하셔서 더는 두부를 만들기 힘드시지 않았을까.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다. 살찌는 것이 어디 말뿐인가. 사람도 만만찮게 살찌는 가을이다. 아침저녁으로 더위가 살짝 가시니 다시 다이어트 계획을 세워본다. 요즘은 맨발걷기가 유행인 모양인데 천변이라도 걸어볼까. 식사량을 줄여야할텐데 1일 1식으로 갈까. 먹으면서 체중을 관리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으로 멈추면 그대로 맛있는 가을이고, 실행에 옮기면 건강한 가을이고, 3일 만에 그만두면 맛있고 건강한 가을이 될까. ^^ 그 3일 사이에 먹을만한 한 끼는 무엇이 있을까. 팥죽, 수제비, 칼국수…. 가을이 오면 더 친근함이 느껴지
곧고 큰길이 나고서 사람들에게 잊힌 것은 아닐까. 그 때문일까. 8월의 마지막 날, 봉강면 소재지는 정오가 가까운 시간임에도 길가에 차도 사람도 간격이 뜸하다. 올 때 지나쳤던 백운저수지의 아우성치듯 반짝이는 윤슬과 비 갠 백운산 형제봉 위 구름만이 뭉게뭉게 피어나, 그 사이 공백을 메우고 있다. 또 하나 저수지 건너 산허리에 최근 자리한 고급주택들이 옛 시간을 물끄러미 내려보고 있다. 인적이 없긴 마찬가지다. 저수지 주변에 생긴 백운제오토캠핑장을 천천히 걸었다. 물 건너편 물놀이장은 빈 풀장만이 덩그러니 남아 뜨겁던 지난 여름날
지난밤 과음으로 술병이 난 아침, 저마다의 숙취 해소법엔 무엇이 있을까.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시원한 재첩국이나 복어맑은탕이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매콤한 김치찌개가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날의 날씨와 기분이 좌우하겠지만 오늘은 김치찌개가 당긴다. 어디가 좋을까. 살면서 김치찌개만큼 많이 먹어본 음식이 있을까. 많이 만들어 본 음식이 있을까. 잘 아는 음식이 있을까. “광영동에서 봤었는데 중마동에도 생겼네요. 갈비탕 맛있고 밥도 윤기 있고 찰져서 맛있었어요. 밑반찬도 깔끔하고 맛있습니다. 점심시간 예약 손님도 많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무엇일까? 열심히 일하고 나서 먹는 밥 아닐까? 기억을 살려보면 모내기철 논두렁에서 먹던, 추수철 마른 논바닥에서 힘들게 일하고 먹던 밥이 가장 맛있고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밥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먹는 밥집엔 항상 활기가 넘친다. 저절로 밥맛이 좋아진다고 할까? 오늘은 그런 밥집을 찾아보자. 어디가 좋을까?단비콩. 광양읍 내 아파트 밀집 지역인 용강리 초입 신축건물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큰 홀이 특징이다. 메뉴는 간단하다. 그러나 반찬은 간단하지가 않다. 점심시간 자리 메우는 주요 손님은 직장인들이
바야흐로 여름이다. 기나긴 장마가 지나니 연이은 폭염에 모든 것이 익어가는 나날이다. 한 뼘 그늘만 있어도 들어가 태양을 피하고 한 방울 물기만 있어도 손을 내밀어 차가움을 느끼고 싶은 더위가 지속된다. 다산 정약용은 노년의 여름에 더위가 극심하자 ‘소서팔사(小暑八事: 더위를 식히는 여덟가지 방법)’라는 멋스러운 시를 지었다고 한다. 그 첫 번째가 ‘송단호시(松壇弧矢)인데 소나무 그늘 뚝방에서 화살을 날리며 더위를 물리친다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 더위는 바람 시원한 소나무 그늘은 좋지만, 활쏘기는커녕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이다.
백운산은 광양의 산이다. 백운산은 상봉, 따리봉, 도솔봉, 억불봉 네 개의 봉우리가 솟은 1222미터의 가장 높은 남도의 산이다. 백운산은 옥룡, 봉강, 어치, 금천 네 개의 계곡이 흘러 내리는 숲 우거진 가장 시원한 남해안의 산이다. 여름 휴가철이면 전국에서 광양의 백운산으로 휴가를 온다. 그중 제1 계곡이라 할 수 있는 옥룡계곡으로 꼬리를 무는 자동차 행렬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옥룡면 소재지에 다다르고 가게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마지막으로 보충하고 물놀이에 앞서 배를 채워줄 든든한 한 끼가 생각난다. 어디가 좋을까?유정정육식당.
아이들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요즘 아이들은 방학에 무얼 하나? 방학할 아이들을 둔 부모 세대들은 기억날 것이다. 방학이면 며칠 외할머니댁에 가서 나무 그늘 밑 평상에 앉아 외할머니께서 해주시는 밥을 푸지게 먹고 낮잠을 늘어지게 자다가 일어나 우물에서 건져낸 시원한 수박을 잘라 주시면 실컷 먹고 배를 두드리던 눈치 보지 않아도 되던 여름방학 외할머니댁 풍경 말이다.어느 여름밤, 어머니께서 어린 나의 손을 잡고 해주던 옛날이야기가 생각난다. 열여섯에 시집와서 시부모님과 집안 어르신들 모시고 숨도 크게 쉬지 못하던 새댁시절 친정엄마가 방
밥, 국, 김치 등 집에서 먹는 찬으로 채운 한 상을 백반이라 한다. 반찬 가짓수를 기준으로 전통 상차림은 3첩. 5첩. 7첩 등으로 구분하는데 밥과 국, 전골, 찌개, 김치, 장 등 기본 음식을 뺀 것이라고 한다. 보통 서민은 3첩 반상을, 양반은 5첩 반상을 받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임금님의 밥상, 수라상은 12첩 반상으로 구성됐다. 기본 음식을 합하면 임금님 밥상 위에는 최소 20여 가지가 넘는 그릇들이 올려져 있었다. 요즘은 어떠한가? 한정식 또는 백반집의 상차림이 보통 수라상을 방불케 한다. 그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를
어머니 손맛을 꼭 닮은 큰누이가 해주는 밥 한 끼가 생각날 때가 있다. 어머니의 푸근함과 큰누이의 정성이 자연스레 느껴지는 밥 한 끼. 그리움 가득한 밥 한 끼를 찾아서 오전 내 궁리를 한다. 시장기가 돋는다. 갈치조림은 어떨까?그래, 오늘은 광영으로 가자. 익숙한 듯 친밀감이 생기는 광영상설시장 뒤편 하광공원 골목에 들어선다. 조용하고 한가롭다. 주차하기엔 무리가 없다. 작고 아담하지만 정겨운 식당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입구 옆 창에 붙은 메뉴는 가격까지 안내해 준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홀에 테이블이 두 개(추가로 테이블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