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다. 덥고 습도가 높은 날들이다. 장맛비가 새벽부터 내리면 아침에 이불에서 나오기가 싫어지고 점심 한 끼 귀찮아서 거르고 싶은 맘이 든다. 무언가 마음을 뽀송이 말려주고 입맛을 돋아주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데 생각나지 않는다. 그때 중마동에서 밥 한 끼 하자는 전화가 걸려왔다, 마지못해 약속을 정하고 조금 일찍 사무실을 나선다. 약해졌지만 아직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서대회무침. 오늘 점심이다. 서대는 여름이 제철이다. 개인적으로 오래전에 남쪽 해안가 광양에 정착하고 여름철이면 가끔 찾아지는 음식이 서대회무침과 물회이다.
자장면 처음 먹은 날을 기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어쩌면 오래된 시간일수록 더 또렷하게 기억할 확률이 높다. 가난한 시간이었고 먹을 것이 변변치 않던 시간이었다. 식객은 읍내 장날 아버지와 함께 초등학교 4학년 무렵에 먹었던 고향의 그곳 중국집 이름뿐 아니라 그날의 분위기, 자장면의 맛, 그 집 사람들까지 기억난다. 물론 생전에 모시고 여러 번 다시 방문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 시절 중국집은 외식을 상징하는 대표선수였다. 그래, 오늘 점심은 중국집이다. 돌아가신 중국집 사장님이 형편이 어려워 일찍이 하동터미널 근처 중국집에서 일
전화 예약하셨어요? 식당의 미닫이문이 열리면 들리는 소리다. 오픈된 주방에서 연세 지긋한 사장님은 면을 밀고 뽑느라 문 쪽에 눈길도 못 주고 따님으로 보이는 젊은 한 분은 콩을 삶고 가느라 분주하다. 손님은 허공에 대고 무언가 잘못한 듯 “안하고 그냥…” 말의 끝을 흐린다. 그러면 주인께서는 “오래 기다려셔야 합니다” 손님은 익숙한 듯 “네”라고 답하고 메뉴도 말하지 않고 앉는다. 물과 반찬은 셀프입니다. 식당 큰 벽면을 채우고 있는 많이 자유로운(?) 메뉴판엔 셀프를 강조한 큰 글귀가 두 개나 붙어있다. 물과 반찬뿐 아니라 홀에서
열린 샷시유리문을 넘어 단정한 가정집 같은 밥집 안으로 타고 들어오는 바람 한 점은 귀밑에 맺힌 땀을 식히기에 충분하다. 시골집 대청마루에 앉은 듯 반들반들한 바닥에 앉으면 단출한 메뉴가 한 번 더 시원함을 준다. 유월 초. 날이 더워지며 입맛도 생기를 잃고 시들해진다. 나간 입맛을 되돌리는 신의 한 숟가락–보리밥이야말로 오늘 점심으로 제격이다.남일보리밥. 옛 남일호텔 뒤편에 자리한 광양에서 나고 자란 분들은 골목길을 먼저 기억하는 밥집이다. 대장간 있는, 학교 가던 골목길 친숙한 길가 가정집이 길이 뚫리며 큰길가 보리밥집이 되었다
“고맙네. 맛있어서 오빠 갖다주면 좋아하겠어” 식당의 메인 좌석에서 모임을 끝낸 70대 어머니들은 만남의 반가운 시간보다 다음 약속을 잡는데 더 목소리 높여 시간을 할애한 후 밥집을 나선다. 그때 홀을 담당하는 주인 따님이 작은 비닐봉지 하나를 건넨다. 진한 단짠으로 찬 중에 입맛을 자극했던 풀치 조림이다. 식당에서 반찬을 챙겨주는 것은 요즘엔 낯선 풍경이다.평소 다이어트를 구실로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은 점심을 먹지 않는다. 아침엔 수프와 과일, 저녁은 샐러드 위주의 식단이 차려진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한 끼의 식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