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이 올해 내 생일기념으로 아들과 큰딸 손자들 4명과 미혼인 막둥이 딸아이까지 총 11명이 홋카이도 여행을 다녀오잔다. 홋카이도는 삿포로시 등 겨울눈이 쌓인 풍광과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은 일본소설 『러브레터』 배경 도시인 오타루 시와 오츠크 해의 유빙 등이 관광명소로 유명하나 5월 말 도로 사정이 좋을 때 주요 관광지역을 두루 돌아보잔다.우리는 인천공항에서 두 시간 40분을 날아 홋카이도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인근에서 렌터카 두 대를 빌린 후 자식들이 인터넷 검색으로 선정된 홋카이도의 인구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일본 제
앞산 위로 밝은 해가 떠오르고 푸른 나뭇잎들의 잔잔한 흔들림이 마치 오월의 싱그러움을 노래하는 듯하다. 정원에 우거진 나무들에서 햇빛을 받은 잎들과 그들의 그림자에 가려진 가지들의 명암이 뚜렷하다.푸른 잎들이 내민 그림자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충실한 가지들이 있기에 나무도 자연도 꾸준히 이어오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산촌의 아침을 채우는 투명하고 맑은 공기는 어쩌면 나무들끼리 함께 푸르자는 다짐과 서로를 향한 배려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세상의 빛나는 것들의 이면에는 그들을 위해 스스로 음지가 되는 삶을 사는 누군가가 있기에 가능할 것이
얼마 전 뉴스에 충격적인 사건이 발표됐다. 고공농성 중이던 노동자를 경찰이 경찰봉으로 수차례 머리를 내려쳐 끌어내린 사건이다. 그것도 우리 광양에서 말이다.초등학교 1학년 손주가 그 뉴스를 보고 ‘저건 뭐예요?’라고 물었는데, 차마 뭐라고 답할 수 없었다는 할머니, 이게 도대체 2023년 대한민국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나라가 엉망진창이라고 슬퍼하는 고등학생, 8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무섭다고 말하는 걱정과 분노의 목소리를 사건 이후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다.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노동자의 그 모습에서 나는 과거의 어떤 사건들
삶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가슴 뿌듯해하는 것은 큰 축복이다. 식사 후 뒷산을 산행하기 위해 아파트 정문을 나서면 젊은 새댁들이 곱게 차려 입힌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삼삼오오 어린이집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뽀얀 얼굴, 토실한 손, 깜찍한 미소가 정말 아름답고 귀엽다. 내리사랑이라고 부모님 모시기에는 소홀하면서 저렇게 정성 들여 길러 몇이나 효도를 받을지 궁금한 생각이 들면서도 요즘 아이들에게서 그저 유심히 보며 사랑스러운 감정을 느껴 본다.산에 오르면 아름다운 연 푸른 새 잎들이 가지 곳곳에서 피어오르며 평화스러운 모
오랜 시간을 달려온 차가 주차장에 이르자 쏴 하고 퍼붓는 듯한 물소리가 들려왔다.굽이진 길을 따라 흘러온 물이 바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의 소리는 맹수의 포효처럼 우렁찼다. 힘찬 물소리는 나에게 반가움을 전하는 소리처럼 다가왔고 푸른 잎이 넘실대는 나무들은 여전히 싱그러웠다.물가에 다가가니 약간 비린 듯한 냄새가 풍겨왔다. 코를 흠흠 거리며 출처를 더듬어 보니 근처 나뭇잎과 흙냄새가 섞인 자연의 냄새였다.도시 골목의 건조하고 매캐한 냄새에 가려져 한동안 잊고 지냈던 친숙한 냄새이기도 했다.나는 그제야 비로소 내 집에 돌아왔다는
5월은 가정의 달이고 우리 집 가족행사 시즌이 시작되는 기념적인 달이다.5월 14일 결혼기념일을 시작으로 5월 말 여섯째, 6월은 엄마, 7월은 셋째, 8월은 둘째와 다섯째, 9월은 첫째, 10월은 아빠, 11월 한 달 건너뛰고 12월 크리스마스, 1월 넷째 생일을 끝으로 가족행사의 비시즌을 맞이한다.나는 여섯 명을 다 유도분만으로 낳았는데 11개월 차이 나는 아이들을 40주를 안 채우고 낳은 데는 사실 생일 달이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함도 있다. (우리 아이들이 엄마의 이 깊은 뜻을 알려나..) 어릴 때 엄마생신이 어린이날이라 어
아침밥을 먹기가 바쁘게 산이나 서재로 향했는데 나이 탓인지 엉덩이가 소파의 유혹을 이기지못하고 텔레비전 드라마에 눈길이 자주 간다. 요즘에는 ‘나쁜 엄마’라는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솔솔 하다. 이 드라마는 스케치 하듯 삶의 이야기를 선명하게 짚어주기도 하고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그려주기도 한다.‘나쁜 엄마’는 불의에 남편을 잃고 돼지농장을 이어가는 엄마가 자식의 성공과 남편의 복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주인공 최강호는 타고난 재능과 엄마의 혹독한 지도로 학교생활을 줄곧 수석을 유지하고, 사법시험에 1등으로 합격하며 장래가 촉망되는
우리 집 건너편에는 작은 텃밭이 하나 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싹을 내미는 채소들은 주인을 닮듯 건강하게 자랐고 밭에는 그 흔한 잡초 하나 보이지 않았다.텃밭의 주인인 성훈 할머니는 90대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일을 하셨고 항상 우리 집 앞마당을 통해 그곳을 드나들곤 했다. 내가 보기에는 할머니가 보내는 시간의 대부분은 밭에서였는데 그렇다고 텃밭이 아주 크거나 일거리가 넘칠 만큼 많은 것은 아니었다.밭을 보면 늘 할머니 모습이 떠올랐고 할머니를 보면 곧 밭이 떠오르곤 했다. 그 모습은 산촌에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것처럼
최근 지인의 소개로 고흥지역 미용원장들을 모시고 영광된 자리에 서게 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그저 산책과 독서, 1주일에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을 일과로 소일하는 나로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숙고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름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고 행복하다 위로받으며 내 인생의 사표로 삼아온 선인들의 말씀 중 난해하지 않고 일상적 삶과 관계가 깊은 글들을 몇 가지 골라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대부분 남자가 그렇겠지만 나 역시 미
한 건설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지난 5월 1일 세계노동절, 건설노동자 양 모 씨가 건설노조 탄압에 항거해 분신했다. 생환을 간절히 바라는 많은 사람의 기원을 뒤로하고 하루만에 목숨을 잃었다.“오늘 분신을 하게 된 건 죄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네요”- 故양 모 노동자의 유서 내용 중 일부 -건설 현장에 만연한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고, 투명한 건설 현장, 안전한 건설 현장을 만들기 위해 건설노조가 만들어졌다. 건설노조가 생김으로써 현장이 달라지고, 노
스님들은 염주를 돌리며 명상 기도를 하고 천주교에서는 묵주를 돌리며 반성과 평안의 구원기도를 바친다. 나는 신문이나 방송, 책을 보고, 대화를 나누며 마음에 와 닿는 좋은 글들로 글 꿰미를 만들어 묵주를 돌리듯 자주 챙겨보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역사드라마 채널에서 『태양인 이제마』를 보았다. 이제마의 어머니가 이제마의 얼굴을 보며 ‘너 무슨 고민이 생겼느냐?’라고 묻자 이제마는 별일 없다고 답한다, 어머니는 “나는 네 얼굴만 보고도 너의 몸과 마음을 느낄 수 있단다”라고 말씀하신다.나태주는 모든 국민이 즐겨 암송하는 시 ‘풀꽃’에서
‘광양관광 활성화 포럼’이 열린 지난 3일, 주제발표와 토론이 끝나고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행사를 주최한 광양시 관계자가 발언에 나섰다.그는 “저희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매를 맞고 있는 중이다. 이순신 철동상 건립 추진은 어떤 식으로 어떻게 만들겠다는 개념이 아니고, 사실상 콘셉트다. 시장께서 이제 의욕이 앞서고 구체적으로 진일보한 생각을 하다 보니 많은 오해도 하는 것 같다”며 “키워드는 광양에는 랜드마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시의회에 용역비를 올린 것은 랜드마크를 어떤 형태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필자는 지난해 10월 시정질문을 통해 정인화 시장의 초거대 이순신 철동상 건립 공약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아울러 광양시의회는 2023년 본예산 심사에서 관련 용역비 3억원을 삭감했다. 그렇지만 최근 정인화 시장의 행보를 보면 초거대 이순신 철동상 건립을 민선 8기 핵심 사업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모양새다. 뉴스를 보니 오는 5월에 있을 추경에 이순신 철동상 관련 용역비 2억원을 상정할 예정이라며 시민과의 대화나 언론 인터뷰, 기타의 방법을 통해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시민의 대표인 의회와 소통을 건너뛰고 대시민 여론전에 나
막내가 돌이 돼 가면서 혼자 앉고, 잡고 서고, 곧 걸을 때가 다가오니 슬슬 일곱째 욕심이 생겨난다.거짓말 같게도 어디 미운 구석 하나 없이 마냥 예쁘기만 한 아이를 키우면 당연히 드는 마음이겠지만 이 마음을 고이 접고 현실을 바라본다.아이가 있어서 행복한 순간이 너무도 많고 아이로 인해 행복을 느끼며 웃는 시간이 넘쳐나는데도 우리는 그 형태 없는 행복감을 위해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여섯째도 낳으라 마라 했던 남편도 일곱째가 갖고 싶다고 할 정도로 여섯째 아이가 우리에게 주는 행복이 크지만, 감히 일곱째를 가질 수 없는 건 곧 입
연어는 산란기가 되면 자기가 태어난 러시아 캄차카반도의 쿠릴호수를 향해 오제르 나야 강을 오르는 고된 여정을 시작한다. 바다사자와 불곰과 인간의 포획에도 굴하지 않고 오직 번식하기 위해 거친 물줄기와 모래와 자갈이 주는 상처도 감내하며 호수에 도착해 산란을 마치고 마침내는 삶을 마감한다.이나가키 히데히로는 『패자의 생명사』에서 “38억 년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것은 항상 패자였다”라고 말한다. 약자로서 먹혔지만 소화되지 않고 체내에 자리 잡아 진화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된 원핵생물 미토콘드리아의 탄생은 그 시작이었다고 한다.
포스코의 정비 자회사 설립추진과 관련해 지역사회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전남도와 광양시 그리고 의회에 이어 광양참여연대와 광양경제활성화운동본부 등에서 지역사회의 우려를 전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간담회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관련기관·단체들과 정비 자회사 전환 취지를 포함, 설명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이에 광양상공회의소는 지역사회 우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물론 이 글에서 여러 부문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모두의 문제를 다룰 수 없겠지만, 지역사회 공통의 주요 관심사에 대한
만년설이 늘 산마루를 덮고 있는 자연의 최고봉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를 향한 12일간 도전의 향연을 체험했다.새벽에 4시에 일어나 5545미터로 솟아있는 칼라파타르를 등정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설산봉의 화려한 풍경과 제일 가까운 곳에서 에베레스트 정상을 보면서 나 자신의 숙연함을 느껴본다. 등산 애호가라면 죽기 전에 한번은 가봐야 하는 우리들의 로망인 에베레스트, 감동적인 이 길을 걸으며 내 삶의 이정을 다시 한번 세워보는 계기가 됐다. 아직도 귀에서는 고산에서 부터의 윙윙거리는 소음에 섞이어 히말라야 협곡 천만 길 낭떠러지의 거센
요즘 시립 중앙도서관에서 임 배 강사의 인문학 강독 강의를 듣고 있다. 5주째 교육으로 N.H 클라인 바움 이 쓴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책을 나누어 읽으며 그 내용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책의 주제는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보며 ‘현재를 즐기며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라는 내용이었다. 나 역시 지금 생각해봐도 신통방통하게 나만의 독특한 삶을 살아왔고, 살고 있다고 자부해 본다. 이미 여러 차례 글로서 밝혔지만, 퇴직 후 농업에 심취하며 선택과 집중이 아닌 50여 작물을 기르며 생명의 소중함과 다양성을 경험하고 성실과 정직과
우리에겐 광장이라는 말 뒤 연상되는 이미지가 ‘집회’ 또는 ‘시위’와 같은 부정적인 것들이다. 그러나 유럽의 광장을 떠올리면 거대한 성당 건물과 시청, 버스킹과 같은 것들이 생각난다.우리의 광장이 정치적이라고 한다면 유럽은 역사와 문화 그리고 한편에서는 시장의 모습이 보인다. 도시 한복판에 널따랗게 비워둔 마당을 광장이라 한다. 그 기원인 그리스에서는 ‘아고라’라 했고 로마시대에는 ‘포럼’이라 했다. 포럼이라는 말은 지금도 우리가 매우 친근하게 사용하고 있다. 장소의 의미보다 공개토론회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유럽의 광장은
최근 나는 시립도서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새봄맞이 인문학 특강을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임 배 교수의 『걸리버 여행기』 등 고전문학 소설을 읽기로 삶과 인문학적 사고를 확장하고 책 읽는 삶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삶을 이해하자 교육받았다.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문 요한 작가로부터는 “나는 왜 나를 함부로 대할까”라는 주제로 45%의 국민이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작은 실수나 잘못을 지나치게 자책하며, 더 멋진 사람으로 보이기 위하여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자기성찰과 자신을 위로 하며 마음의 위안을 찾자는 조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