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노래·공연 통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치료“하나, 둘, 셋, 넷” 지휘에 맞춰 단원들은 팔짱을 끼거나 빙글빙글 돌며 박수를 친다. 건물안에서 새어나오는 열정적인 연습소리에 길을 지나던 시민들의 시선이 백백치공연단 사무실을 향한다.시민들은 “백백치공연단이라, 공연단이니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다’라는 것까지는 유추할 수 있어도 무엇을 공연하는 사람들인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이다.“백백치란 ‘백세인생, 백세건강, 치매예방’의 앞 글자에요. 어르신들의 웃음치료를 위해 구성된 봉사단체죠. 웃음을 전달하는 사람들이라고 할까요?” 이정혜 단장이 웃으며 설명했다. “백백치공연단은 코믹웃음율동이나 라인댄스, 사교춤, 레크리에이션 강좌, 노래 그리고 코믹팔러마술공연 등
오는 5월 10일 ‘걷는 자의 꿈I’ 첫 수필집 출판 인생의 터닝포인트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난다.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의 연속이다. 진통제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한다. 내 나이 고작 9살에 일어난 일이다.학교는 빠지기 일쑤였고, 한발 한발 땅 끝을 스칠 때마다 다리의 고통은 찌릿찌릿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절룩거리는 다리로 언니 오빠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졸업한 초등학교, 유난히 깊고 큰 수술자국이 부끄러웠던 중학교 사춘기 시절, 이제 고등학교에 진학만 하면 ‘이 시련은 영원히 끝나리라’는 알 수 없는 희망을 품었다.“지독한 골수염 같으니라고…” 두 다리는 또다시 힘을 잃고 부서져 내렸다. 간신히 버텨 왔던 마음도 함께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다리근육을 키
오전 7시 40분 서둘러 출근에 나선다. 환기를 시키고 추울까 난방부터 킨다. 부엌에 들어가 점심에 먹을 쌀을 얹힌 뒤 본격적인 사무실 업무를 시작한다.12시가 ‘땡’하고 울리면 한 명 한 명 배식 및 식사를 지도한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엔 상담을 하거나 대외활동에 나선다. 모임은 왜 그렇게 많은지,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끝이 나면 지친 몸을 이끌고 또 다시 햇빛마을주간보호센터 사무실로 돌아와 밀린 업무를 마무리 한다.보통 8시에서 8시 반에 퇴근한다. 이것도 늦은 편이지만 모임이 있거나, 대외활동 등으로 밀린 사무업무가 남아있을 땐 자정이 되서야 퇴근한다. 다음날로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집에 와도 바로 잠들지 않는다.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생각해 쪼개고 쪼
“안녕하세요. 광양시민신문 구독자입니다. 학생기고 중 김민서 학생의 ‘권력은 허상일 뿐’이라는 글이 유난히 눈에 띕니다. 이 학생이 연재하는 글을 읽을 때마다 매번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쓸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정말 학생이 쓴 글이 맞나요? 김민서 학생이 어떤 아이인지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중학교 1학년 때부터 3년간 광양시민신문에 기고를 연재 해온 김민서 학생과의 만남은 이 한통의 전화로부터 시작됐다.광양시체육회 사무국장이자 김민서 학생의 아버지 김종신 씨는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몰두한 시기는 아마 초등학교 4학년, 방과 후 논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인 것 같다”며 “민서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작가를 꿈꿀 정도로 글재주가 남달랐다”고 민서 양을 소개했다.김민서 학생은 “
최근 AI(인공지능)가 대세라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사회복지사는 위협받지 않는 직종으로 당당히 뽑혔다. 하지만 사회복지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사랑과 배려, 헌신과 희생이 없는 한 힘에 부치기 마련이다.오로지 ‘사회복지’라는 한 길만 보고 20여 년 동안 꾸준히 소외된 이들을 위해 ‘희망’을 전해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무작정 광양시니어클럽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인터뷰 시작 전, 반영승 관장은 “제가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라고 말끝을 흐리며 멋쩍은 듯 재차 물었다. “20년 넘게 사회복지라는 어려운 길을 묵묵히 걸어오셨잖아요. 반영승 관장님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어요. 분명 독자들도 궁금할 꺼에요”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생활요? 처음엔 많이 힘들었죠. 낯설기도 하고 두려움이 아예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이죠. 가장 힘들었던 건 아무래도 외로움과 말이 통하지 잘 않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먼저 한국에 들어온 친구들이 힘이 됐고 무엇보다 세풍배구클럽 회원들과 함께 시작한 운동이 많은 도움이 됐죠”연말이 다가오면 멀리 고향을 떠나온 이들의 마음은 더 서늘해지기 마련이다. 몸도 마음도 급격히 내려간 기온을 따라 차갑게 내려앉는다. 거리가 북적거릴수록, 사람들의 웃음이 환한 눈송이처럼 날릴수록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과 태어나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품어준 땅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더욱 간절해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하물며 망망대해를 건너 사람도 낯설고 땅도 낯선 타국에서 한 해가 저무는 시기를 조용히 맞이해야 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융합기술 발달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직업군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고용 구조는 우리에게 편의를 주지만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 사라지는 형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진월면 망덕포구에서 3대째 40여 년 동안 오직 배만 바라보며 한 평생을 살아 온 ‘배 목수’ 강학순(63·남) 씨는 시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희망이 없다’, ‘이 일은 길이 없다’라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했다.▶언제부터 배를 만드셨나요?◁“내가 56년생인데, 18살 때부터 배를 만들었어. 40년 넘었지 싶어. 내가 3대째거든. 우리 할아버지 때부터 배를 만들어 왔으니까, 한마디로 이제 내
“지후는 7살 때부터 바둑을 뒀어요. 우연히 목욕탕에서 할아버지들이 바둑을 두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는지, 그날부터 바둑학원에 보내 달라고 저를 얼마나 졸랐는지 몰라요”7살. 우연한 기회로 바둑을 접한 강지후(12) 학생은 2년 뒤 9살이 되던 해, 자기보다 우수한 아이를 뛰어넘으며, 광양시장배 바둑대회에서 첫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강지후 학생의 스승인 황승정 원장은 지후가 바둑을 처음 시작할 때는 어느 아이처럼 평범했지만, 바둑을 하려는 의지는 남달랐다 말한다. 특히 바둑은 ‘마인드 스포츠’로써 멘탈이 강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린 지후는 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면 그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황승정 원장은 “시 단위는 적은 단위의 우승이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어김없이 아이들을 웃으며 반겨주는 특별한 사람이 있다.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네, 아침밥은 챙겨먹었니”라며 늘 웃는 얼굴로 한 아이도 빠짐없이 어루만져주며 안부를 묻는다. 따뜻한 물음에 아이들은 “네”라고 씩씩하게 대답하며 얼굴엔 코스모스 같은 웃음꽃이 만발한다.그렇게 한참을 다정한 말들이 오고간다.기운 없는 아침등교, 가기 싫은 학교, 이런 말들은 올해 초 김종규 교장선생님이 부임한 뒤, 이젠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가 됐다.권위의식을 내려놓고 매일같이 항상 그 자리 그 곳에서 학생들의 등교를 맞이하는 봉강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모습이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 훈훈한 귀감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봉강초등학교 2학년 자녀
축구 포기라는 절망 딛고 고향서 키우는 새 꿈여간 반가운 얼굴이 아니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보았으니 12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다. 세풍초등학교 다목적 체육관에서 아이들과 수업 중인 정진선(25) 방과후 교사와의 인연이 그렇다는 말이다.정진석 교사를 처음 본 게 태권도복을 입은 짧은 머리의 초등학생이었다. 공부보다는 운동을 좋아했던 아이는 개중에도 격투기 등 격렬한 운동을 좋아했다. 치마를 입는 건 질색인데다 긴 머리도 싫어해서 귀엽고 예쁘다는 생각보다 ‘야무지다’라는 게 그의 첫인상이었다. 또래의 다른 여자와는 달리 예쁜 인형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그런 아이가 고등학교를 진학하더니 뒤늦게 축구를 하고 싶다는 말로 부모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총총 다가온 봄, 매화와 함께 어우러진 분재드디어 봄이다. 다압면 매화마을에는 고운 자태를 뽐내는 매화향이 한 가득이다. 지난 17일부터 25일까지 펼쳐진 20회 광양매화축제도 성공리에 마무리 됐다.이번 축제에는 다양한 콘서트와 전시가 눈을 끌었다. 그 중 한국분재협회 광양시지부가 소학재에 마련한 ‘분재 전시’는 매화마을과 잘 어울려져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소학재는 소학정 마을에 위치한 한옥펜션이다. 고고한 한옥의 매력과 분재가 만나 환상의 하모니를 이루었다.황인옥 한국분재협회 광양시 지부장은 “매화마을 축제의 일환으로 분재 전시회를 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이번 전시를 위해 분재 회원들이 많은 준비를 했다. 섬진강과 매화꽃이 만난 멋진 풍경 속
20년 전 했던 약속, 좋은 풍경 선물하기이번엔 미국이다. 박덕찬, 김사라 부부는 해마다 한 번씩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와 여행지에서 행복해하는 아내의 모습을 카메라로 멋지게 담아내는 남편. 이 부부의 모습 자체가 더없이 아름다운 풍경이다.세상에 하나뿐인 풍경을 가진 부부의 여행이야기 속으로 떠나보자. 즐거운 일을 만들어주는 ‘여행’샌프란시스코의 상징적인 건축물 금문교를 찾았다. 골든게이트 해협을 가로질러 샌프란시스코와 북쪽 맞은편의 마린카운티를 연결하는 아름다운 주황빛의 다리를 배경으로 부부의 추억을 담아본다.박덕찬 씨는 “금문교가 상징적인 의미는 있겠지만, 크게 웅장하는 느낌은 안 들었” 며 “금문교를 바라보는 아내 모습이 더 아름다웠
진상면의 발전을 토대로 더 나아가 지역 화합을 목표로 지역사회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자 오늘도 힘찬 발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진상면청년회 선진훈 회장을 만났다.선 회장은 진상면청년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진상면 주민들 간의 화합과 지역발전을 위해 매진하며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지역사회를 이끄는 새로운 지도자로 거듭나고 있다.청년 정신을 살려 헌신과 봉사 정신 실천 선 회장은 “진상면청년회의 숭고한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항상 헌신하고 봉사하는 단체로 거듭나겠다”며 “먼 훗날을 바라봤을 때 지역 청년회가 앞장서서 마을을 위하고 다가가는 것이 곧 지역의 발전과 같은 맥락이다”고 포부를 밝혔다.새로운 청년시대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향후 100년 200년을 생각할 때 새
"어서 오세요, 손님. 어떤 타이어 드릴까요?"6년이란 세월을 타이어와 함께 해오고 있는 청년이 있다. 그의 가게를 다녀간 사람들은 모두 그를 '인심 좋은 청년' 으로 기억한다. 그는 웬만하면 ‘허허’ 웃는다. 허 현이라는 이름과도 딱 어울리는 웃음이다.천성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다보니, 손님에게도 그대로 묻어난다. 무조건 비싼 타이어보다는 고객이 원하고 차와 잘 어울리는 타이어를 추천하는 것이 우선이다. 타이어에 대한 종류 설명도 공을 들여 구체적으로 한다. 이런 정성이 하나하나 모여 그의 ‘진정성’이 되었다. 타이어를 통해 보는 그들의 삶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어다. 타이어가 마모가 되면 사고의 위험이 더욱 커진다. 타이어도 경기를 탄다.허현 대표
때는 바야흐로 2011년. 당시 대한민국 학생 창의력 챔피언 대회 전국 본선에서 금상을 수상한 광양고등학교 ‘기특한 특기’팀 리더 지민수 학생. 그때 그 시절, 광양고등학교의 발명 왕이었던 지민수 씨가 어엿한 24살의 청년이 됐다.그저 행복했던, 17살의 기억학교와 집. 언뜻 보기엔 쳇바퀴 돌 듯 똑같 이 흘러가는 일상이지만 그의 고등학교 시절 은 남달랐다. 호기심도 많았다. 교과서가 아닌 창밖에, 이론이 아닌 현상에 집중했다. 차곡차 곡 쌓인 호기심은 ‘도전’이 됐다. 대한민국 학생 창의력 챔피언 대회도 그렇 게 출전하게 됐다. 지민수 씨는 “전남도 예선을 통과하리라곤 생각도 못했었는데, 팀워크 가 좋은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함께 주제와 미션에 대해 고민하고 의논하
“제 꿈은 대통령이에요!” 2013년 2월 18일, 시민신문 창간호를 통해 만났던 김지후(7)군이 어엿한 어린 이로 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후 군 이 시민신문 1면을 장식하게 된 것은 ‘동 지애’가 컸다. 김지후 군은 김성곤·진선 미 부부의 늦둥이이자 복덩이다. 몸이 약 한 아내였기에, 아이를 갖기가 쉽지 않아 두려움이 컸다. 지후가 태어난 뒤 부부는 지후를 ‘선물’이라 불렀다.시민신문 또한 500여명의 시민들이 주주가 돼 만든 시민주 신문으로 ‘창간’ 을 맞이하기까지 크고 작은 고난과 역경 을 겪었다. 시민신문은 독자들이 ‘선물’ 이다. 시민신문을 통해 ‘첫돌’을 더욱 축복받 았던 지후 군은 어느덧 훌쩍 자라 엄마 가 끓여주는 된장찌개가 제일 맛있다고 표현할 줄 아는 7살이 됐다. 지후 군은
광영동 678-16번지. ‘두 언니’라고 적힌 노란 간판이 골목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곳. 바로 곽규나·곽다원 자매의 행복한 일터다. 세 살 터울이 나는 두 자매가 함께 일해 온지는 어느덧 8년이 훌쩍 넘었다.지금은 카페로 자리 잡은 이 공간은 본래 자매가 운영하던 옷집이었다. 패션 감각이 뛰어난 언니와 그 감각을 유난히도 잘 알아준 동생이 8년이라는 시간동안 애정을 담으며 영업했다. 사시사철 고운 옷들이 쇼윈도 너머로 진열되면 기다렸다는 듯 달려오는 단골손님도 꽤 많았던, 광영동의 작은 동대문이었다. 오랫동안 함께 해 오던 옷집을 정리하게 된 것은 생각 외로 단순했다. 동네에 마땅히 여유롭게 커피를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였다. 곽규나 씨는 “평소에도 커피를 즐겨
당신은 오래도록 ‘함께’하는 물건이 무엇인가. 광영동 백금사 최양배(54)사장은 26년 동안 손에서 놓지 못하는 귀한 물건들이 있다.바로 꼭두망치, 중도리, 소도리다. 소도리는 섬세하게 조각하는 도구고, 중도리는 모양을 잡고, 꼭두망치는 금괴를 납작하게 펴거나 바닥을 다지는데 사용한다.귀금속을 만드는 가장 기본 ‘망치질’. 다듬고 또 다듬어야 멋진 완성품이 되는 하나의 귀금속. 최 사장의 망치질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겼을까.때 묻은 연장이 탄생시키는 것금은방 ‘백금사’는 26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그때 당시 금은방은 북새통을 이뤘다. 결혼 예물, 시계, 가락지, 돌반지 등 집안 대소사에는 무조건 거치는 곳이었다. 지금은 시대가 변해 그때의 풍경은 찾아볼 수 없지만,
만화방은 ‘금지’와 ‘자유’의 대조적인 공간 이었다. 지금 중년층의 당시 제도교육은 규제 남발의 시대였다. 만화방은 기본이고 오락실과 영화관, 빵집도 출입이 금지됐었다. 하지만 학창시절 추억으로 남는 것은 금지된 공간에서의 기억이다. 방위적 감시의 시선을 피하면 피할수록 더 짜릿했다. 당시 청소년의 금지된 곳은 ‘탈선’이 아닌 ‘해방’이었다. 침을 묻혀가며 몰래 넘기던 책 맛보다 더 좋은 맛이 있을까. 90년대의 향수를 아낌없이 발산하고 있는 광양읍 ‘광장 만화방’을 찾았다.금지된 곳에서의 일탈광양읍 읍내리에는 올해로 25년을 맞은 오래된 만화방이 하나 있다. 좁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예쁜 하늘이 보이는 창 위에 붙여진 ‘광장만화 휴게실’스티커가 유독 눈에 띈다.삐걱거리는 문
‘고스모스’, ‘메화꽃’, ‘쿡화’꽃 이름 적기가 숙제로 나온 날, 노란색 연필을 잡은 김금순(90)어르신은 골똘히 생각한다. “아이고, 세상에나 꽃 이름 적는 것도 이렇게 어렵네” 애꿎은 종이만 뚫어져라 보는 김 어르신. 장장 1시간 동안 적은 단어는 딱 세 개. 전부 다 정답이 아니다. 하지만 김 어르신은 즐겁다. 비록 단어는 ‘오답’일지라도 김 어르신의 인생이라는 단어에서는 ‘해답’이다. 김금순 어르신이 적어온 인생 한 획꽃다운 16살, 시집을 갔다. 하동군 양보면이 고향인 김금순 어르신은 당시 “지금 시집 안 가면 일본으로 끌려간다”는 어머니의 말에 선택권이 없었다.중매로 만난 남편은 키도 크고 인물도 훤칠했다. 무뚝뚝하고 표현이 서툴렀던 남편이지만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