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기의 지랄발광 이야기

▲ 정채기 강원관광대학교 교수. 한국남성학연구회장
지난 20세기의 남녀 관계를 압축하는 표현으로 ‘여자는 아프고 남자는 힘들다’ 임을 들겠다. 이런 맥락으로 여자는 남자와 절대적 상대적으로 차별받는 가운데, 변방인 취급을 받았다. 공정한 경쟁의 출발선상에 서보지도 못하고 제외된 채, 중심인물로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고 꿈을 크게 이루어가기 어려운 험난한 여정이었다.

이러한 동·서양 그 한가운데 우리나라의 남녀관계도 점진적으로 변해 오고 있다. 이 같은 시대상황의 추이에 따라 법이나 제도 등의 형식상의 변화는 물론, 일반적인 정서나 인식 등 또한 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즉 여성이나 딸들이 개인적으로 그리고 집단적으로 각개 약진에 집단 진출을 고무적으로 하고 있는 실정으로서, 처한 조직이나 사회에서 크고 작은 기둥으로서의 삶을 이루고 예비해가는 모습 중에 있다. 당연히 원칙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중심 존재 이느냐’ 혹은 ‘주변인이 되느냐’의 판가름은 공정한 출발선상은 물론, 진행 과정상에서 공정함이 최대로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누구나 중심 존재나 인물이 되고자 함은 당연하다. 과연 우리의 딸들이 어떻게 하여 나라의 당당한 기둥이 될 것인가?

나는 이제 아빠가 딸들에게 다음을 강조하였으면 한다. 그 옛날 할머니의 할머니, 할머니에 이어 어머니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굴레로 강요된 채 적용되었던 소위 <삼종지도(三從之道)>를 다시금 보자. 이는 고대사회에서 여자가 지켜야 할 세 가지 법도로, 현대적으로 풀어보면 여자는 결혼을 하기 전에 어릴 때 아버지의 뜻을 따라야 하고(在家從父),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가면 남편에게 순종해야 하며(適人從夫), 남편이 죽은 뒤에는 자식의 뜻을 따라야 한다(夫死從子)는 것이다. 봉건사회에서 여자들은 평생 동안 억압되어 자신의 생각을 고집할 수가 없었으며, 아버지와 남편, 자식에 대한 복종의 의무를 반드시 지켜야만 하였었다.

하지만 시대상황의 변화와 더불어, 급기야 출가한 딸조차 <문중(가문)>의 일원인 것으로 재판 판결이 날 정도로, 이 삼종지도의 원리가 인격, 평등과 자유의 이름으로 다소간 달라지고 있다. 이제 점점 이 세상의 딸들은 남녀 관계에서 당연히 혹은 필수적으로 주변인의 들러리가 아닌 당당히 언제든지 주인공으로 서 있는 자기 자리에서 '기둥'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제 고전적인 삼종지도를 폐하고, <新삼종지도>를 이 땅의 딸과 그 아버지들에게 권하고자 한다. 즉 모든 딸이 일생 동안 따르고 성취해야 할 지침(방향타)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가 높은 자존감(strong self), 둘째가 뛰어난 실력(high faculty) 마지막이 예쁜 마음씨(hot heart) 등이다. 이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로서 머리는 차갑되 가슴이 따듯한 여성으로서의 인간되기'를 원하는 바이다.

설사 딸이 (스스로) 기둥 되기가 이론상으로 가능하고 열려 있더라도 그것이 마냥 쉽게 이루지는 것 또한 아닐 게다. 이전까지 고착화된 불합리와 비공정함을 거세게 물리쳐가며 당당히 주인공으로 홀로서기에는, 충분한 사전 준비와 대가를 엄청나게 지불할 각오가 전제되어야 한다. 딸의 이 모든 것에 아빠들이 제대로 된 그러면서도 확실한 후견인(지원자)의 멘-토(mentor/ 모범적 서포터)가 되어야 한다.

딸들의 이 같은 '만들어지기'를 위하여, 아빠가 딸과 <따로 또 같이> 점검하고 도와주어야 할 항목을 지적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여성 이전에 중요한 한 인격체로서의 '나는 누구이며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탐색 한다. ②가족 및 각종의 소속 체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과 그 기대감을 분석 한다. ③자기 자신의 성역할특성이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를 탐색 한다. ④성역할사회화에 영향 받지 않은 자기 자신의 원함을 탐색 한다. ⑤자기 자신의 원하는 것을 얻는데 가정, 학교, 직장 및 사회에서 겪는 장애인 성 고정관념, 편견 및 차별 등에 대해 탐색 한다. ⑥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데 현재하는 행동이 도움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 자기평가를 한다. ⑦자기 자신의 장점과 관련하여 긍정적인 경험을 탐색한다. ⑧자기 자신의 목표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하도록 돕는다.

정채기 교수는 진상이 고향으로 교육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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