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기의 지랄발광 이야기

▲ 정채기 강원관광대학교 교수. 한국남성학연구회장
갱년기(Climacteric)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사다리(Klamx)다. 끝까지 올라간 후에는 다시 내려와야 하는 사다리처럼, 갱년기는 오를 만큼 오른 후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시기다. 인체의 모든 기능이 노화로 접어드는 길목, 그곳에 갱년기가 있다. 보통 남성 갱년기의 시작 시점을 40세쯤으로 본다. 40세를 전후한 시점부터 호르몬 분비가 현저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실제 남성호르몬의 증감을 보면 20대에 최고점에 도달했다가 35세부터 나이에 따라 서서히 감소하고, 대개 75세의 평균치는 25세 무렵의 약 3분의 2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의 심리상담사 제드 다이아몬드는 저서 『남자의 갱년기』에서, 남성에게도 분명히 갱년기가 있으며 행복한 노후생활을 열기 위해 갱년기의 특성을 이해하고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그는 먼저 남자와 여자의 갱년기가 갖는 차이부터 설명한다. 여성의 경우, 폐경으로 인해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차단되며 확연한 갱년기 증상을 겪는다. 반면에 남성의 갱년기는 비슷한 호르몬 변화 등을 겪으면서도 훨씬 완만하게 진행된다. 다이아몬드는 여기에 ‘남성의 비극’이 있다고 지적한다. 여성들을 위한 각종 의학적 배려는 충분한 반면, 무던한 남성에게는 의료, 또는 심리적 지원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남성의 갱년기는 육체적 능력의 저하, 즉 운동능력이 떨어지거나 성욕감퇴, 발기불능 등의 외적인 변화와 무기력, 불안, 신경질, 기억력 감퇴, 우울, 불면 등의 심리적 변화로 감지된다.

이런 침체 현상은 자녀를 분가시키고 사회활동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겪는 시기라는 것과 맞물리면서 남성을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로 몰아간다. 어느 날 발기가 안 된다면 대부분의 남자는 그 문제 자체를 부정한다. 누구와도 의논하려 하지 않고, 자신이나 아내를 탓하며 성관계를 피할 구실을 찾는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파괴하는 행동’일 뿐이다. 게다가 여자보다 병원에 가는 빈도가 낮고 식생활 습관도 나쁘며, 위험한 행동을 더 많이 하고, 여성보다 대체로 폭력적이며 속을 털어놓을 친구도 없는 남자들의 보편적 성향도 갱년기 문제를 악화시킨다.

이제 남자들도 남성 전문 의사를 필요로 하는 때다. 여자들은 일반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단골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게 되고 의사의 지속적인 보살핌을 받게 된다. 그러나 남자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 남자들은 늙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여자들은 늦어도 생리가 중단되면 노화를 의식하게 되는 반면, 남자에게는 그런 의식을 명확하게 해주는 확실한 계기가 없다. 의사의 지속적인 보살핌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60세가 되어서야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예사다. 그것도 소변 배출시 통증이 있는 등 이미 병이 커졌을 때이다.

남자들은 유년기에 벌써 건강에 대해 전형적인 태도를 배우게 된다. ‘남자는 고통을 모른다’, ‘남자는 울어서는 안 된다’와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친구들끼리도 건강 상태에 대해 말하는 일이 여자들보다 드물다. 갱년기는 대부분 여자들에게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남자 또한 심각하게 갱년기 증상을 겪는다. 다만 여자들은 산부인과 등을 통해 호르몬 치료를 받으며 갱년기 이후의 인생을 즐기는 데 반해, 남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여자들이 인생을 즐길 동안 남자들은 권태롭게 텔레비전 앞에 앉아 쉽게 화내고 우울해하며 인생을 불평하곤 한다. 당신 혹은 당신의 남편도 이런 증상을 보이지는 않는지 점검해 보기를 권한다.

갱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약물이나 술, 난잡한 성생활, 힘이나 명예의 추구, 새로운 직업이나 새로운 애인, 새 환경을 찾는 것 등을 금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심심할 위험이 있는 전원생활도 갱년기 극복에 해롭다. 또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 못지않게 아버지로서, 사회의 어른으로서 자녀를 지도하고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등 마음의 기쁨을 얻기 위한 역할을 찾아야 한다.

정채기 교수는 진상이 고향으로 교육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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