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서 명 진 광양한의원 원장

사람의 얼굴을 보면 생김생김이 모두 다른 만큼 얼굴색도 모두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얼굴생김이 잘 바뀌지 않는 것처럼 얼굴색도 쉬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는 오장육부(五臟六腑)의 기상(氣象)이 얼굴에 반영되기 때문인데 오장육부의 기상은 본디 타고 나는 것이기에 잘 바뀌지 않는 법이고 따라서 얼굴색도 쉬 바뀌지 않는 것이다.

오장육부와 얼굴색의 관계를 말하기 전 우선 한의학의 근간이론이라 할 수 있는 「음양오행(陰陽五行)」에 대해서 간단히 말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의학에서는 삼라만상이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속성을 가지고 그 법칙성을 따르고 있다고 본다. 음양은 낮과 밤, 더위 추위, 불과 물 등과 같이 상대되는 속성 중 어느 한쪽을 음이라 하고 다른 한쪽을 양이라 한 것이다.

요점만 말하자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형체와 현상에는 반드시 대립과 조화가 있다는 말이다. 예컨대 하늘의 태양열(양)과 땅위의 찬 물(음)이 상호작용해야만 증발과 강수를 만들어 만물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오행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다섯 가지로 각각의 상호작용으로 만상의 변화와 순환을 말한 것이다. 계절이 변화하며 1년 주기로 순환하는 것을 오행의 작용으로 보면 된다.

사람에게도 음양오행이 있다. 오장육부 각각은 음양오행에 배속되어 있다. 간(肝)과 신(腎)은 음에 속하고 심(心)과 폐(肺)는 양에 속한다. 그리고 간은 목, 심은 화, 비는 토, 폐는 금, 신은 수에 배속된다. 이런 배속관계를 통해 오장육부의 기상이 음양오행의 정황으로 발현된다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 것이 얼굴색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음양은 한열(寒熱)로 알 수 있으며 오행은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의 다섯 가지 색으로 나타난다. 이 기준으로 따뜻한 기운이 있는 가 찬 기운이 있는 가 그리고 어떤 색이 나타나는 가를 판단하여 장부의 기상을 살피는 것이다.

얼굴색이 뚜렷하게 다섯 가지 색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사람의 얼굴을 한데 놓고 살피게 되면 각자의 피부는 기본바탕이 되는 피부색에 다섯 가지 색 중의 어느 하나가 조금 도드라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때로는 두 가지 색 이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어느 색이 도드라져 나타나면 그 색이 연계된 장부에 문제가 있다고 추측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몸이 마르고 얼굴이 흰 사람이라면, 금국체 (金局體 - 오행 중 금은 백색을 뜻하며 폐에 배속된다)로 하여 알레르기 반응도가 높다든지, 예민하다든지, 추위를 잘 타든지 할 것이다. 살집이 많고 얼굴이 붉은 사람이라면 화국체 (火局體 - 오행 중 화는 적색을 뜻하고 심에 배속된다)로 열이 많고 성격이 급하거나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이다. 이 외 목국체, 토국체, 수국체도 있기 마련이다.
이와 같이 안색을 통해 음양오행의 정황을 알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타고난 장부 기상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진단은 다소 관념적이고 추상적이긴 하지만 임상에서는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이 밖에도 생기(生氣)와 신명(神明)도 얼굴을 통해 살필 수 있는데 너무 전문적이라 여기서는 설명을 생략한다. 자기의 안색은 어떤 가? 어떤 색이 도드라지는 지 한번 거울 앞에 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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