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 달아 , 밝은 달아"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인간의 생명, 행운과 불행, 풍년과 흉년 등이 모두‘ 달’의 영향 때문이라고 믿었다. 달의 삭망이 절기와 일치해 농경생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기 때문에 달에 대한 관념이 강했다. 대부분의 세시풍속은 보름달에 집중돼 있는 것만을 놓고 보아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정월은 한 해가 시작되는 시기로 과거에는 정월대보름 행사에 많은 비중과 의미를 두었다. 세시풍속은 한 민족의 다양한 문화 현상이 포함돼 있다. 이를 제대로 알고 이해 한다는 것은 우리 문화와 그것을 향유하고 전승해온 우리 조상을 이해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또는 지금은 잊힌 정월대보름의 세시행사에는 무엇이 있고, 또 그 유래에 대해 알아보자.

-부럼 깨물기
“옛 풍속에 정월대보름날 호두와 잣을 깨물어서 부스럼과 종기를 예방하였다. 궁중에서 왕이 내외 친척에게 나누어 주던 것에서 시작하여, 시장에서는 불을 켜 놓고 대대적으로 팔아 집집마다 사들여 유행하는 풍속이 되었으니 이를‘ 부럼’이라고 한다”


부럼은 대게 자기 나이 수 대로 깨물고 한 번에 깨무는 것이 좋다 하는데 깨물면서 1년 동안 무사태평하고 만사가 뜻대로 성취되고 부스럼이 나지 않기를 기원하는데 이렇게 하면 이가 단단해진다고 믿었다고‘ 해동죽지’에 기록돼 있다.

-묵은 나물먹기
“이 날 반드시 묵은 나물을 만들어 먹는다. 오이꼭지 가지껍질 무 잎 등도 모두 버리지 않고 말려두었다가 삶아서 먹는데 이렇게 하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한양세시기’‘,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정월대보름날에는 지난해 말려두었던 묵은 나물을 삶아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이길 수 있다 여겼는데 나물에는 각종 비타민과 섬유질이 높아 이로써 환절기를 이겨내고 한 해 동안의 건강을 지키고자 한 조상들의 지혜가 숨겨져 있다.

-귀밝이술 마시기
“정월 보름날 아침에 데우지 않은 술 한잔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그해 1년 동안 즐거운 소식을 듣는다고 하여 남녀노소 모두가 마셨다.”


귀밝이술에 대해서는‘ 동국세시기’,‘ 해동죽지’등에서 그 기록을 찾을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아침 식사 전에 남자 어른부터 남자아이, 여자 어른 그리고 여자아이까지 마신다. 평소에는 술자리 하기 어려웠던 부자지간에도 이날 만큼은 함께 마시며 아이들은 입술에 적시는 것으로 대신한다. 또 귀밝이술을 마실 때“ 귀 밝아져라”는 덕담을 한다. 정월대보름에 마시는 술을 이명주(耳明酒)·명이주(明耳酒)·치롱주(治聾酒)·총이주(聰耳酒)라고 한다.

-더위 팔기
“세 사람에게 더위를 팔면 여름철 더위를 피할 수 있다”
“백방으로 불러도 대답을 하지않는다. 이것을 학이라 한다”


더위팔기는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동네 사람을 만나는 대로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 대답하면“ 내 더위 사가게”라고 말하고 더위를 판다. 이렇게 하면 그 해 여름은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믿었다. 이날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내 더위 사가게”라고 맞수 하면 이름을 먼저 부른 사람이 도리어 더위를 사게 된다. 중국에도 이와 비슷한‘ 어리석음 팔기’라는 것이 있는데 입춘에 일찍 일어나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어리석음을 팔았다고 한다.

-다리 밟기
“보름날 저녁에 열두 개의 다리를 걸어서 건너면 그 해의 열두 달의 액을 막는다 하여 이 풍속은 재상에서 귀인이며 또 시골의 서민에 이르기까지 행하는데 늙고 병든 사람 외에는 이를 행치 않는 자가 없다.”


‘열양세시기’,‘ 해동죽지’,‘ 세시기속’에 다리밟기를 통해 각기병(다릿병)을 앓지 않는다고 믿음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녁에 다리를 밟는데, 지방에 따라 조금씩 달라서 다리 3개를 건너기도 하고, 제일 큰 다리나 가장 오래된 다리를 자기 나이 수대로 왕복하기도 했다.‘ 지봉유설’에는 이것이 고려이래의 풍속이라 전한다.

-쥐불 놀이
“돼지날에 돼지 입을 지지고,쥐날에는 쥐 창자를 굽는다. 우거진 밭이랑 사이 벌레를 없애고 장포에서 재앙을 씻어 오사하고 구루한 것 없애면 오곡은 풍요로워 곳간을 채운다”

쥐불을 놓게 되면 각종 병해충들이 알을 낳아 놓은 잡초나 쥐구멍, 해충 서식지를 태워 농사에 도움이 된다. 잡초의 재가 거름이 돼 풀들이 잘 자라 논두렁을 보호한다.‘ 상촌집’을 통해 쥐불놀이는 병해충 예방 외에도 농산물의 성장과 풍년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의미도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밖에도 △제웅치기 △옷·물건 버리기 △다양한 점보기(정주발점, 달점, 윷점, 화점 등) △과수나무 시집보내기 △용밥주기 △용알뜨기 △달맞이 △개밥 먹이지 않기 △돌싸움 △팔랑개비 △차전 △고고매 △척구놀이 등 과거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왔다. 추석과 설은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웃어른을 기억하고 음식을 나누는 자리라면, 정월대보름은 그 해를 설계하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날로‘ 마을의 명절’이었기 때문이다.

전통세시풍속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대 사회에서 고유의 문화를 어떻게 계승하고 전승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모두 함께 고심해야한다.

마음속에 발렌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은 있지만,정월대보름에 대한 추억이 별로없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광양시내의 정월대보름 행사장을 방문해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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