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판로의 변화, 식탁의 작은 혁명

지난 해 광양시와 광양원예농협은 농림축산식품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주관하는 소비자 참여형 직거래활성화사업자 공모사업에 선정돼 옛 공판장 부지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총 사업비 92천만원을 들여 2015430220평 규모로 문을 열었다. 일평균 800여명의 소비자가 내방하고 있으며 일 매출이 2천만원에 달한다.

광양 시민신문은 창간 4주년을 맞이해 농산물 판로의 변화, 식탁의 작은 혁명이라는 주제로 지역 내 재배된 농산물이 어떻게 우리 식탁 위까지 올라오게 되는지 그 전반적인 내용을 보도 하고자 생산자의 농가를 찾아 전 과정을 밀착 취재했다. <편집자 주>

신선한 새벽의 움직임

오전 5. 봉강면에 위치한 오용표씨 부부가 운영하는 버섯 농가를 찾았다. 창밖은 아직 어둑어둑하다. 시간을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세상은 고요하고 어두웠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기상해 본 것이 몇 년 만인가 싶다. 잠의 기운을 떨쳐내지 못한 얼굴을 하고 농가 앞에 도착했다. 농원에서 기르는 강아지 한 마리가 캉캉거리며 맞이한다. 다사랑 '' 농원의 오용표(55)한옥희(56) 부부의 하루는 벌써 한창 진행 중이었다. 건네준 따뜻한 커피 한잔을 받아 들어 한 모금 마시니 추위와 잠이 달아난다. 그들을 도와 일하는 마을 주민들 역시 아침 출하를 위해 일찍이 분주했다.

오 대표 부부는 과거 축산업과 과수업에 종사 했다. 그러던 중 봉강 지역 기후와 자연조건에 잘 맞는 표고버섯을 재배하기 위해 3여년의 준비기간을 가지며 전국 표고재배산지를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쫓아다녔다. 그 후 2009년부터 표고버섯재배를 시작 했으며,현재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표고제품들은 그 품질을 인정받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느타리버섯은 2013년부터 재배를 시작했다.

본격적인 버섯채취 현장

오대표를 따라 느타리 재배 하우스에 들어섰다. 도서관의 책장 같은 곳에 버섯 배지가 정갈하게 죽 놓여 있는데 습습한 기운과 고유의 향이 코끝에 어른거린다. 하우스에서 균상재배하는 느타리 버섯은 외부 온도, 어떤 종균을 쓰느냐에 따라 성공이 좌우 된다고 한다.

오 대표는 느타리버섯은 단백질과 칼슘 함량이 높고 면연체계를 강화 시키는 효과가 있는 동시에 다양한 요리로 활용이 가능해 소비자들이 애용하는 품목 중에 하나다하지만 특성상 다른 농작물에 비해 재배가 까다로워 아이 다루듯 조심스러운 정성을 쏟아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대표가 금방 채취한 버섯 한 다발을 건넨다. 마트에서 쉽게 접해왔던 느타리버섯의 생산과정을 직접 보고 설명을 듣다 보니 이제 막 꺾은 꽃 한 아름보다 더 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느타리버섯의 채취가 끝나자마자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부부를 따라 옆 하우스로 이동했다.

그늘 가림막이 설치된 하우스 안에는 원목 곳곳에서 탐스런 얼굴을 내민 표고버섯들이 오대표 부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표고버섯은 좋은 참나무 원목을 골라 버섯 종균을 넣어 배양하는데 일 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수차례 뒤집기 작업과 물주기 작업을 반복하는 정성을 통해 배양된 종균이 표고버섯으로 탄생되기까지는 인내의 시간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봉강의 쾌적한 자연조건과 알맞은 기후환경으로 향이 짙고 단단하며 쫄깃한 식감이 뛰어난 표고버섯은 혈압을 낮추며 다이어트, 항암효과, 골다공증 예방 등 다양한 효능으로 사랑받고 있다. 또 생표고 만큼이나 건표고의 인기도 높은데, 이는 표고버섯을 말리게 되면 고유의 감칠맛이 더욱 강해져 천연조미료로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오대표는 로컬푸드로 인해 복잡한 유통구조를 생략할 수 있고 소포장 출하 등이 가능해 소비자들에게 값싸고 품질 좋은 표고버섯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성과 신선함을 차에 싣고

채취 작업을 마치고 하우스에서 나오자 어느새 날이 밝았다. 방금 채취한 버섯들을 저장고에 옮기고, 12시간 전에 채취해 숙성한 버섯의 포장 작업에 들어갔다. 버섯의 특성상 막 채취했을 당시에는 열이 나기 때문에 바로 포장하면 신선도를 잃게 된다. 또 보관 가능한 기간도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전날 오후에 채취한 버섯을 12시간 숙성 과정을 거쳐 아침에 포장해 출하하고, 아침에 채취한 버섯은 숙성해 오후에 로컬푸드 내에 물량이 부족할 경우 납품한다.

오대표는 새벽부터 시작해서 하루 종일 작업의 연속이지만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의 선택이 후회스럽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매일 생산, 숙성, 포장, 출하의 방식을 거친다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버섯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매 후에도 장시간 신선함을 유지한 채 냉장보관이 가능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일 느타리버섯은 200g 100, 1kg 20봉지, 표고버섯은 150g 60, 1kg 15봉지가 출하된다. 출하를 위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선별부터 포장 과정을 거친 상품을 차에 실었다.

출하를 함께한 한 마을주민은 로컬푸드로 인해 농가와 소비자뿐만 아니라 그 외 농촌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가 있다농촌에서 지속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인데, 이렇게 포장 일을 도우며 소득을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진열대에 올려놓은 자부심

차에 상품을 싣고 한숨 돌리며 시계를 보니, 아침 8시였다. 오대표와 함께 광양읍 로컬푸드 매장으로 향했다. 매장 진열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작업이 더 남아 있었다.

로컬푸드는 생산자에게 적절한 자율성을 부여하며 컨트롤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본인이 재배한 농산물에 대한 적당한 가격을 직접 결정하게 한다. 오대표는 타 지역의 공판장 출하 가격과 비교 후 적당한 가격을 책정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접근성이 용이한 로컬푸드 매장을 통해 시중보다 싼 가격에 신선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른 아침이지만 매장에는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매장 진열대에 놓고 있는 농민들을 볼 수 있었다. 진열대 곳곳에는 생산자’, ‘생산지’, ‘연락처가 적혀 있어 생산자는 자신의 이름을 건 상품을 판매하고 소비자는 더욱 신뢰하며 구매할 수 있다.

오대표는 상품의 판매 정도를 확인하고 부족한 상품을 진열하기 위해 오후에 매장에 나와보는데 자연스럽게 소비자들과 마주치게 된다가끔 직접 기른 버섯에 대해서 또는 요리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기도 하는데 소비자와 직접 만나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 가지 품목에도 여러 농가의 농산물이 진열되므로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의 폭도 높으며 생산자들은 한 번 더 품질에 총력을 다 한다이곳은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지속적인 상생을 목적으로 하는 농민들이 땀방울 서린 자부심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곳이다고 말했다.

아침 농가에서 저녁 식탁까지 가장 빠른 길

광양원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전체 101명의 농민이 직접 재배한 128개의 품목을 선보이며, 매일 새벽에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을 포장부터 매장에 전시·판매하고, 가격 역시 농가가 직접 결정하며 팔고 남은 잔량은 농가가 직접 회수해 가는 철저한 원칙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로컬푸드 매장 관계자는 광양 로컬푸드 직매장은 전남에서 최고로 넓은 매장으로 직거래를 통해 우리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중간 마진 없이 시중보다 15~20%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하고, 그 이익은 고스란히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돌아 갈 수 있는 상부상조 시스템이다일 평균 800여명의 소비자가 내방하며, 일 매출 2천만원에 달하는 등 안전한 먹거리를 통해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퇴근 시간이 가까운 시간이 되자 많은 소비자들이 찾아들었고, 진열대의 상품들이 하나 둘씩 카트 안으로 들어갔다. 상품이 매진된 진열대도 눈에 띄었다.

광양읍에 사는 김 모씨(48)무엇보다도 신선하고 다양한 상품을 싸게 구매 할 수 있다는 점이 자주 이용하는 이유다매일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주부로써 아침에 수확된 농산물을 저녁 밥상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재배 농가에서 로컬푸드 진열대에 놓이기까지의 전 과정을 지켜본 바를 그에게 전했더니 느타리버섯 두 팩을 집어 들었다. 저녁에 버섯을 넣고 된장국을 끓이겠다고 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이 둘러 앉아 먹는 저녁식탁이야 말로 허기진 마음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신선한 버섯을 넣은 된장국이 보글거리고 있을 시각에도 오대표와 농원 식구들은 내일 소비자들의 식탁을 위해 버섯출하 준비 작업을 한다.

매일 반복되는 이런 일과 속에서도 오대표는 소비자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기쁨과 농작물을 기르는 기쁨을 누린다고 말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아침 농가에서 저녁 식탁까지 가장 빠른 길이다. 설을 갖춘 대규모 기업형 재배 대신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판로를 개척할 수 있고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작농들에게 경작의 기쁨을 안겨준다. 이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늘 안고 살았던 농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겼으며 소농민의 재배방식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오대표는 광양로컬푸드직매장에서 진정한 로컬푸드의 의미가 실현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많은 농가가 참여 할 수 있도록 더욱 확대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