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시간 끝에 피워낸 매화 한 송이

청매실농원 일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광양매화축제는 전국 각지에서 매년 100만명 정도가 축제장을 찾는 등 그 규모 면에서 남도 최고의 매화축제로 알려졌다. 광양시민신문은‘ 제 19회 광양 매화축제’를 맞아 지난 19일 축제의 주무대를 이루는 매화마을의‘ 청매실농원’을 찾았다. 두 여기자가 그곳을 탐방하며 나눈 대화를 토대로매화가 만개한 청매실 농원의 풍경을 전하고, 그 속에 보물처럼 담겨진 의미를 탐색코자 한다. <편집자주>

최기자: 김기자, 혹시‘ 천년학’ 봤어?

김기자: 네, 이청준 작가의‘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한 작품 맞죠?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이기도 하구요.

최기자: 맞아. 바로 이곳(청매실농원)에서‘ 천년학’의 한 장면이 그려졌어. 만개한 매화와 구슬픈‘ 송화’의 노랫가락, 죽음을 앞둔‘ 백화노인’은 흩날리던 매화처럼 세상을떠나잖아. 그 그림 같은 장면에서 느꼈던 진한 여운을 다시 느낄 수있으리라 기대가 돼.

김기자: 선배, 전 매화축제는 올해가 처음이에요. 와서 보고 놀랐어요. 산비탈에 가득 심어진 매화나무들이 장관인 것 같아요. 아참, 아침에 다압면 주민들이 모여서‘ 김오천 선생 추모제’를 지내는 것을 봤어요. 마을 주민들이 수육과 마실거리도 주셨구요.

최기자: 그 분은 이곳이‘ 매화마을’로 이름을 떨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신 분이야. 일본에서 13년간 광부생활을 하며 번 돈으로 밤나무 1만주와 매실나무 5천주를 들여와 백운산 기슭에서 재배를 시작했어. 또 일본에서 배운 접목기술을 활용해 우량 묘목을 전파했지. 그공로를 인정받아 1965년 대통령상을 수상하셨어.

▲ 홍쌍리 명인
김기자: 취재 전에 배경지식이 필요할 것 같아 조사하던 중, 홍쌍리 여사에 관한 기사와 자료들을 접할 수 있었어요. 매실 재배에서 그치지 않고 전통식 개발과 자신의 삶을 결합시켜 하나의 문화 브랜드를 창조 시켰잖아요. 또 1997년에는식품부문‘ 제 1호 전통식품명인’으로 지정됐구요. 많고 많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운 삶을 빚어낼 수 있는지 존경스러울따름이에요.

최기자: 시아버지 김오천 선생과 시어머니의 매실식품 제조활용법을 눈여겨보았다가 끊임없이 연구를 거듭해 매실농축액, 매실장아찌, 매실청, 매실잼, 매실 사탕, 매실젤리 등 다양한 매실 관련 상품들을 생산했지. 땅이 압류되기도 했고 빚쟁이들이 쫓아오기도 했고 건강이 악화 되기도 했지만 아무것도 그녀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어. 매실 재배를 끝까지 포기 하지 않았던 그녀의 열정이 맺은 열매라고 생각해.

김기자: 스스로 삶을 개척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는 다는 것. 그 때문에 오늘날 우리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즐거움과 여유를 선물 받을 수 있는 거겠죠.

최기자: 그뿐만이 아니라 우리지역에도 많은 파급효과가 있어. 매화축제는 대략 연 100만명이 방문하는 축제야. 그로인해 200억 이상의 경제적 효과와 2천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 해. 한 여성의 열정적인 삶이 어마어마한 효과를 내고 있는 거지.

김기자: 선배, 이 장독대들 좀 보세요. 엄청나죠. 하루 종일 세도 다 못 세겠어요.

최기자: 그러게. 장독대 자체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볼거리인 것 같아.
장독대 안에는 매실을 원료로 한 고추장과 된장 등 다양한 발효음식이 담겨져 있다고 해. 겨울엔 장독대 위에 눈이 소복이 쌓이는데, 그것을 보러 일부러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

김기자: 청매실농원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코스로 이뤄졌다는 점이에요. 전 대숲을 보러 일부러 담양까지 갔었는데 이곳에 오니 꽃도 보고 대숲을 거닐 수도 있고 또 영화 촬영지까지. 어느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다 작품이 되는 것 같아요.

최기자: 대숲을 지나 조금만 더내려가면‘ 천년학’ 촬영지인 초가집이 나온다고‘ 안내도’에 그려져있네. 어서 가보자.

김기자: 네 그리고 배가 고파요. 블로그에 보니 매실 고추장 비빔밥과 매실 아이스크림을 꼭 먹으라고 하던데. 먹고 가요.

최기자: 그래. 매실 막걸리도 한 잔 하고.


전망대에 올랐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섬진강의 굽이져 흐르는 물줄기를 봄바람이 쓰다듬고 있었다.

홍쌍리 여사가 일평생을 쏟아 부은 삶의 공간을 내려다본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매화’와 그녀의 삶은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었다. 그녀가 인고의 시간을 버텨 피워낸 꽃 한 송이. 그 향기가 사람들에게 닿아 상춘객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만발하고 있었다.


'김기자'의 TIP

홍쌍리 여사는 청매실 연구소를 운용, 매실제품개발에 힘쓰고 있다. 매실 원액부터 매실 된장, 고추장등 매실 씨로 만든 베개도 판매하고 있다. 장독대 앞 판매관에 가면 다양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방문이 어려운 사람들은 온라인을 이용하면 된다. 청매실 농원 홈페이지(http://www.maesil.co.kr)에 들어가면 매장과 같은 제품을 집에서도 편히 받아 볼 수 있다. 생과는 5월 중에 따로 예약을 받는다고 한다.


'최기자'의 TIP

이번에는 꽃을 봤으니 다음번에는 열매를 보러오면 어떨까? 6월중에‘ 매실 수확체험’이 있다. 일일 참가인원은 최대 60명이며 참가비는 4인 가족 기준 8만원이다. 매실을 직접 따고 그것을 이용해 매실주, 매실절임, 장아찌 등 자연건강식품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체험을 위해서는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또한 청매실농원은 가족과 친구, 회사동료와 방문해도 좋지만, 사랑하는 연인과 방문하면 더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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