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피고지고 벚꽃 피어나는 봄, 섬진강 벚굴 활짝 피어나다

칠판 가득 촬영 스케줄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매일처럼 촬영 강행군이다.

칠판만 쳐다보면 이곳이 횟집인지 방송사인지 구분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3월 들어 방송 촬영만 벌써 10여 차례를 넘게 했다.

인기 연예인도 아니면서 이렇게 방송 출연이 잦은 주인공은 섬진강 최하구 망덕 포구에 있는 배알도횟집 강철 대표이다.


섬진강 벚굴이 탱탱하게 속살을 채우며 미식가의 식도락을 자극하는 때. 해마다 매화가 피어나는 3월이면 벚굴 채취 등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한 달여 기간 벚굴 채취에 집중한다.

과거에는 낙동강을 비롯 4대강에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에는 벚굴이 자생했다. 하지만 환경오염 등으로 이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섬진강 하류에서만 자연산 벚굴의 채취가 가능하다. 맑은 물을 자랑하는 깨끗한 섬진강이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보물 중 하나가 벚굴이다.

벚굴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생태 환경의 극히 제한된 지역에 자생하며, 일반 굴에 비해 그 크기부터 10~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껍질의 모양새만 살펴봐도 이건 체급이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다이버는 배에서 공급하는 산소 호스를 입에물고 시야가 좋지 않은 물속에서 작업을 한다.

물때에 따라 조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물 흐름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숙련된 작업자만이 채취가 가능한 위험하고 까다로운 작업이다. 특히 강수량 증가 등으로 상류에서 탁류가 흘러내려 오면 여러 날 물속이 뿌옇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려워 작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위험을 감내하며 채취하는 벚굴은 해마다 찾는 이들이 증가하며 인기 또한 높아지고 있지만 오로지 자연산 채취에 의존하기 때문에 희소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도 섬진강 매화축제 시기와 맞물려 배알도횟집 강철 대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방송 섭외 전화를 받았다. 방송 촬영이란 것이 영업을 위해 필요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역을 알린다는 생각으로 때론 횟집 손님도 뒤로하고 가게 앞 바다로 출항하여 촬영을 돕는다.

‘생생정보’‘ 여영차 바다야’‘ 新대동여지도’ ‘남도의 아침’ 등 공중파를 비롯해서 언론사 취재 협조까지 총 12회 촬영을 했다.

잦은 발송 출연이지만 부러 깨끗한 옷을 입지도 않는다. 바닷물에 젖고 벚굴을 씻어내며 흙묻은 옷을 입고 투박한 어투로 광양 섬진강의 벚굴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연일 이어지는 촬영 요청으로 강 대표 어머니는 광양말로‘ 부야’가 엄청 나셨다. 일손 아쉬운 판에 아들이 방송 출연한다고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게에 붙어있지 못하니 손님 서비스도 허술해질까 걱정이다.

“벚굴이 인기를 끄니 좋기는 하죠. 이제 이곳 섬진강에서만 채취를 하니까 전국으로 판매도 많이 하구요, 매년 봄이면 벚굴 나왔냐 연락 하시며 찾아오는 외지 단골도 많죠”

벚굴은 범굴 강굴이라는 지명으로 불리는데 왜 하필 벚굴로 가장 많이 불리느냐 하는 질문에 여러 설이 떠돈다. 흔히는 벚굴 피는 시기에 가장 맛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현지인들이 전하는 벚굴 지명의 유래는 다르다.

“다이버가 어두운 수심에서 벚굴을 찾노라면 숨을 쉬기 위해 하얀 속을 보이며 입을 벌리고 있는 벚굴 무더기를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물 속에서 숨을 쉬기 위해 입을 벌린 벚굴 무더기가 마치 활짝 핀 벚꽃 같다고 해서 벚굴로 부르는거지요”

그러니 이제 벚굴은 벚꽃 피는 시기에 먹어야 가장 맛있다는 말은 좀 삼가시라.

매화축제부터 구례 산수유 화개 벚꽃에 이르기까지 벚굴은 봄의 맛을 전하는 전령이다.

벚굴은 특히 아연을 비롯 글리코겐과 타우린이 풍부하여 영양성분 측면에서 뛰어난 건강 식재료라 할 수 있다.

아연 함유량이 높아 남성의 정력 증진에 좋으며, 여성 피부미용에 좋은 고영양 식품인 벚굴은 글리코겐과 타우린이 풍부하여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당뇨 개선에은 물론이며 고혈압과 성인병을 예방한다.

일반 굴에 비해 서너배 많은 영양가를 가지고 있으며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등의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나른한 봄철 영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벚굴은 회로 시작하여 찜 구이로 코스 요리로도 어울린다.

회로 먹는 벚굴은 짜지 않은 적당한 염도로 먹기 편하며 달달한 맛이 특징이다.

벚굴을 처음 먹는 사람은 그 크기에 놀라기 마련. 나무젓가락 크기의 싱싱한 속살을 마주하면 이걸 어찌 먹어!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입안 가득 넘치는 싱싱한 향과 담백함이 젓가락을 바쁘게 한다.

벚굴은 4월 중순까지 채취 판매 예정이며, 벚굴 회 구이 찜 죽까지 풀코스로 즐길 수 있다.

꽃으로 찾아온 봄 춘곤증의 나른함을 떨치고 싶다면 배알도횟집에서 바다 향 가득한 봄을 먹자.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