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깨끗한 육수 자랑, 고수 향이 가득 지영씨의 쌀국수 맛보러 오세요

올해로 결혼 13년차 지영씨의 웃음이 해맑고 건강하다.

광양읍 매실시장 옆 상가에 열 평 남짓한 쌀국수 전문점을 지난 29일 오픈, 점심 영업 준비로 분주한 지영씨의 가게를 찾았다.

쌀국수와 월남쌈 고기덮밥을 비롯한 식사류와 커피 젤리 야자수 등 열대과일로 만든 디저트 이름이 메뉴판 가득하다.

식재료 판매를 겸하고 있어 가게 한편에는 베트남 전통요리에 쓰이는 식재료와 향신료를 가운 채운 진열대와 냉장고가 오밀조밀 들어서있다.

2004년. 스무 살 나이였던 디엠(지영씨의 베트남 이름)의 꿈은 무조건 한국으로 가는 것이었다. 아시아 전역을 휩쓸었던 한류 열풍 속에서 TV 드라마와 가요로 접하는 한국 문화는 무대 조명처럼 화려하고 배우들의 외모처럼 세련된 것으로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부모님의 걱정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안녕하세요’ 한마디를 기억하며 한국에 입국한 디엠은 결혼 후 이지영이란 한국 이름을 갖게 됐다.

첫 한국의 느낌은 어떠했을까? 사시사철 녹음을 자랑하던 고국과 달리 10월 하반기 낙엽진 늦가을 풍경은 고향을 두고 이역만리 타국의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을 실감나게 하며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줬다.

시집살이 3년은 방9칸 큰집에서 시부모님은 물론이며 큰 시누와 동서 등 대가족이 함께 살았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국가 지원사업이 마땅치 않았던 시기라 혼자서 언어소통과 문화적 이질감, 먹는 음식까지 적응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며느리 사랑이 각별했던 시아버지는 물건 하나하나에 이름을 써서 붙여가며 우리말을 가르쳐주셨고 대문 밖이라도 나갈라 치면 행여 길이라도 잃어버릴까봐 멀찍이서 뒤따라 오셨다고 한다. 그렇게 낯선 이국에서 3년을 시댁에서 보낸 후 분가를 하여 현재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2학년 딸을 슬하에 두고 있다.

한국 생활이 조금 익숙해질 무렵 시에서 지원하는 다문화가정 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여러나라의 친구들을 사귀게 됐다. 특히 다문화가정과 일반인의 문화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행사에서 음식체험은 높은 인기를 얻었다.

지영씨는 베트남 쌀국수와 월남쌈은 물론이며 부침개와 같이 한국인에게 낯설지 않은 요리를 선보였다. 청소년문화센터와 지역아동센터를 돌며 아이들에게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강사로 활동하며 수업 중 요리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자 반응은 뜨거웠다.

“베트남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수업을 하니까 아이들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나요. 그래 이렇게 음식으로 베트남을 쉽게 알리는 방법이 있었구나!”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터. 가족회의를 하고 여러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드디어 생애 첫 내 가게를 갖게 된 지영씨.

일반 쌀국수 체인점 맛에 대해서는“ 체인점 국수는 한국인 입맛에 맞춰 국물이 진하고 향채인 고수도 사용하지 않아요. 마치 한국의 칼국수 느낌이 들어요”라고 평가한다.

고수는 향이 매우 강한 향신료로 우리나라의 파와 같이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는 모든 요리에 사용하는 기본 식재료이다. 더운 기후 조건에서 강한 향이 필요한 나라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되는 향채인 셈이다.

지영씨의 쌀국수는 소 등뼈와 닭뼈에 향신료를 함께 넣은 후 3-4시간 정도 삶아 만드는 맑고 시원한 육수부터 남다르다. 무겁지 않은 개운한 육수는 하얀 쌀국수의 식감을 잘 살려주고 고수의 독특한 향은 입맛을 자극한다.

얇게 썬 편육과 소시지는 영양 면에서도 뒤지지 않을 듯 하며, 아삭아삭한 숙주는 하얗고 미끈한 면발과 조화를 이뤄 후르륵후르륵 면을 흡입하는 내내 기분을 즐겁게 한다.

월남쌈은 갖은 채소와 고기를 섞어 내며 라이스 페이퍼에 싸서 먹는다. 쌀가루에 강황 가루를 섞어 만드는 부침개는 상추에 싸서 먹는데 고소한 맛이 어색하지 않다.

“베트남 음식을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은 간혹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지만, 향신료를 빼면전통의 맛이라 할 수 없어요” 지영씨는 가급적 고수는 물론이며 우리네 젓갈과 비슷한 느억맘소스 등을 곁들여서 먹어보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테이블 6개의 좁은 쌀국수 가게에서 지영씨의 꿈이 자라고 있다. 한류에 반해 선택한 한국에서 그녀의 베트남 알리기가 쌀국수를 선두 주자로 이제 막 출발선을 박찼다.

그녀의 도전이 궁금하다면 오늘 점심은 쌀국수 한 그릇 비워보는 것 어떨까! 월남의 아픔을 넘어 이제 우리네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그녀의 쌀국수를 먹어보자.

영업시간 : 오전10시~저녁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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