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호국항쟁 사적조사

여순사건과 보도연맹, 한국전쟁 당시 광양지역 집단학살의 원인과 배경을 재조명할 수 있는 연구용역이 추진 중이어서 관심이다.

특히 여순사건 여수지역 사례를 발굴하고 재조명한 주철희 여수지역사회연구소장 등 해방 전후사 전문가 3인이 투입될 예정이어서 당시 광양지역의 피해규모와 민간인 학살 책임자 규명 등 이념논란 속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우리지역 격동기 역사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광양시는 지난 26일 광양시청 상황실에서 광양호국항쟁 사적조사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고려시대에서부터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광양시 전역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고려~조선시대와 해방 이후사 등 두 개의 별개조사로 이루어지게 될 이번 연구용역은 횽영기 순천대 교수가 책임연구원을 맡아 진행되는데 고려시대와 일제강점기까지는 각종 문헌과 재판기록 등 사료조사를 통해 임진왜란과 광양변란, 동학농민전쟁, 한말 의병사,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등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특히 여순사건과 보도연맹사건, 한국전쟁에 이르는 해방 이후 사는 정호기 한국현대사회연구소 연구위원과 노영기 서울대규장각연구교수, 주철희 여수지역사회연구소장 등 한국현대사 전문가 3인이 투입된다.

이들은 이번 조사를 통해 우익계 인물은 물론 좌익계 독립운동가와 그 활동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여순사건과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 속에서의 광양의 위치와 영향 등을 조사하고 관련 유적지 조사 등을 병행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신구 빨치산 활동에 따른 민간인 피해는 물론 군경에 의한 민간인 집단학살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루어질 전망이어서 당시를 경험한 생존자들의 증언 등이 체계적으로 채록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태 의원은 “늦긴 했지만 다행이다. 묻힐 가능성이 높았던 역사가 발굴되게 된 것은 뜻 깊다”며 “유당공원과 용강, 반송쟁이, 청마쟁이, 진상 어치, 봉강과 옥룡 사이 등지에서 자행된 민간인 집단학살을 규명하는 작업은 물론 인물들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광양사람들이 여순사건과 한국전쟁을 겪고 빨치산과 진압군의 활동으로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정문 의장도 “증언에 의하면 해방정국을 겪으면서 옥룡, 봉강, 진상, 다압 지역은 하루저녁에 제사가 예닐곱 집이 되는 경우도 있다. 광양지역에선 한국군이나 경찰에 의해 포로들, 부역자들이 굉장히 많이 죽었다”며 “지금은 증언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다. 이런 증언자들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조사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대해 홍영기 교수는 “해방과 여순사건, 한국전쟁 등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해 전문가 3명이 투입돼 연구할 것이다”며 “조사를 면밀히 수행할 것이다. 이 같은 주문들도 반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박노신 의원은 “이번 용역의 목적은 사적조사를 통해 광양시 기초조사 자료로 활용토록 하자는 것”이라며 “격동기 역사는 목적이 다른 부수적이며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니 호국항쟁에 조사의 초점을 맞춰 달라”고 요구했다.

홍영기 교수는 “우려한 여순사건과 한국전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고민이 많았다”며 “이번 조사는 현재 상황에서는 어떤 일들이, 왜 발생했는가 정도로만 정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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