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약동 통사마을 ‘당산나무’

노거수는 일반적으로 수령이 오래된 거목을 뜻하며 자연사적인 존재 가치 외에도 역사, 전통문화, 민속을 간직하고 있다. 노거수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문화재와는 달리 마을 주민들의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마을의 성장과 변화를 보여주고, 마을의 구조와 관계 또한 담고 있다. 또, 전설이나 고사를 지니고 있고 선조들의 문화 활동과도 크게 연관성이 있어 한 그루의 나무이기 이전에 그 마을의 상징물이자 그 마을만의 문화를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써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광양시민신문은‘ 시간을 간직한 노거수를 찾아서’를 통해 현재 보호수로 지정 관리 되고 있는 노거수를 연중 기획ㆍ취재해 시민들로 하여금 관심과 보호의식을 갖게 하고, 그에 담긴 의미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골약동 통사마을에는 지정번호 15-5-8-2, 약 520여년된 느티나무가 있다고 해 찾아 나섰다. 마을입구에서 굽이진 길을 한참 따라 올라가니 심히 고요한 농촌마을이 눈앞에 펼쳐진다.


나무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보이는 몇 집에 들어가 “계세요?”하고 주인을 불러 보지만, 마을 주민을 만나기란 쉽지 않아 혼자 찾아 나서야 했다.

대부분 당산나무 인근에 마을회관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감안해 회관 인근을 배회하기 여러 번, 저 멀리 아름드리 느티나무의 형체가 서서히 드러났다. 초여름의 햇볕에 반짝이 잎들이 쉴 세 없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나무의 크기는 세월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거대했다. 나무의 몸통에는 새끼줄이 감겨져 있고, 그 앞에는 조그마한 재단이 마련돼 있다. 아쉬운 점은 안내판이 뜯겨져 나가있어 정보 또한 직접 찾아야 했다.

나무 그늘 밑에 잠시 서 더위를 식히는데 주민 한 사람이 다가왔다.

주민에게 나무에 대해 묻자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나무고, 자라면서도 계속 봐온 나무로, 사람도 그렇고 나무도 오래되면 아프기 마련이야. 이 나무도 몇 번 병을 고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도 옆에 보면 썩은 부분이 있어. 건강하게 앞으로도 500년 더 살아야 할텐데”라고 말했다.

또“ 자식없는 부부가 여기에 100일 기도를 올리면 아들을 얻는 다는 전설이 있는 나무여”라고 덧붙였다.

이 나무는 나뭇잎이 한꺼번에 피면 풍년이 들고, 조금씩 나누어 피면 가뭄이 온다고 전해왔다. 나무 밑에 서서 하늘을 향해 뻗은 가지를 올려다보며 올해는 분명 풍년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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