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평균 참여 어린이 수 2천여 명....숲 체험 외에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자연의 열린 공간에서 오감만족 교육

85명의 아이들이 줄지어 백운산 휴양림에 자리하고 있는 식물 생태 숲에 도착했다. 세 명의 숲 유치원 선생님들은 더운 날씨 속에서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도토리 선생님으로 불리는 강영난 숲 유치원 선생님은 천진난만하고 밝은 에너지가 충만한 아이들을 맞이할 시간이 되면 왜 이렇게 설레는지 모르겠다오늘은 아이들을 위해 숲 체험 뿐 만 아니라 손수건 천연염색을 하려고 한다고 이날 진행될 수업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줬다.

광양시는 미래세대를 이끌어갈 지역 내 유치원 및 어린이집 아이들을 대상으로 딱딱한 교육에서 벗어나 자연의 열린 공간에서 자연친화적 오감만족 숲 체험 프로그램인 숲 유치원을 운영 중이다.

숲 유치원은 숲 해설가로 활동 중인 강영난(도토리)박옥선(무당벌레)김영란(땅콩)선생님 세 명이 4월부터 11(8월 제외)까지 각 계절에 볼 수 있는 나무나 야생화, 곤충 등에 대해 자연 그대로의 공간에서 해설해 주고 있다. 또 자연물을 이용한 작품 등을 만들어 보게 하고 숲에서 자연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체험활동 위주의 프로그램을 준비해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2009년부터 운영 중인 숲 유치원은 해가 거듭될수록 보육기관과 어린이들, 학부모들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운영 중에 있으며, 올 상반기 기준으로 작년대비 10%가 증가한 5029명이 숲 유치원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옥선 숲 유치원 선생님은 현재 83곳에 달하는 단체와 기관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고 평균 한 달에 2천명 안팎의 아이들이 이곳을 방문한다숲길을 함께 걷고, 다양한 체험과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만나고자 노력하고 있고, 무엇보다 안전을 고려한 프로그램 진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들의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변화

백운산휴양림을 찾은 지난 13, ‘엔젤 유치원’ 85명의 아이들과 함께 숲 유치원을 체험했다.

이날 알록달록 예쁜 색으로 물 들여요라는 3차시 수업이 진행됐다. 첫 번째 활동으로 자연물이 가진 다양한 색감 중 염색이 가능한 색을 이용해 손수건 염색을 하고 자연의 빛깔을 닮은 나만의 손수건을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천연염료를 푼 대야에 흰 면 손수건을 넣고 숲 유치원 선생님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고사리 손으로 염색물을 들였다.

난생 처음 해보는 천연 염색이 신기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아이들은 그 순간에도 이것저것 떠오르는 질문들을 쏟아냈다.

염색물이 든 손수건을 물에 헹구고 한 쪽에 마련된 빨래 줄에 아이들이 손수 꼭 짜서 널어 두었다. 바람에 살랑대는 노랑 물결이 장관을 연출했다.

잠시 더위를 식힐 겸 실내에 준비된 나무 블록을 가지고 아이들의 창의력을 신장시키는 활동을 이어갔다. 아이들은 집을 짓기도 했고, 자신들을 품고 있는 백운산을 만들 기세로 블록을 높이 쌓아올리기도 했다.

이어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조를 이뤄 숲으로 나갔다. 채집망과 채집통을 들고 다니며 아이들이 직접 곤충을 가까이서 관찰하게 하고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게 했다.

숲 유치원 선생님은 잠자리를 한 마리 잡아 잠자리와 인사할 친구?”하고 묻자 아이들이 일제히 달려와 저요, 저요하고 외친다.

숲 체험 도중 지렁이를 보고 뛸 듯이 기뻐하는 한 아이에게 지렁이가 무섭거나 징그럽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지렁이는 고마운 우리 친구에요. 예전에는 지렁이를 보면 피했는데 지렁이가 깨끗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한 다는 것을 여기 와서 배웠어요. 저 지렁이 쓰다듬을 수도 있어요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아이들의 이런 자연스러운 변화를 두고 많은 보육 관계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숲 체험 어린이 학부모인 김미진(34, 중마동)씨는 아이들이 숲 체험을 다녀오면 나무, 곤충, 자연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고 모험심, 긍정적인 생각들이 눈에 띄게 증가해 인성교육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엄마들 사이에서도 버릴 것 하나 없는 숲 체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길 가에 핀 꽃에 자연스럽게 코를 가져다대고 향기를 맡고, 바닥에 뛰어다니는 새끼 방아깨비를 발견하고는 친구들을 불러 모은다.

또 나무 그늘 밑에 서서는 발밑에 미처 보지 못한 생명체들이 있을지 싶어 한 걸음, 걸음 조심스럽고 사뿐하게 내딛는 친구도 있다.

아이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덥다고 투정부리는 아이는 없었다. 그저 자연이 선물한 놀이터에서 그들은 한껏 웃고 또는 한껏 보고, 한껏 귀 기울이고 있었다.

김영란 숲 유치원 선생님은 숲 유치원 뿐 만 아니라 학부모 및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함께 고심하고 있다백운산 휴양림이 누구에게나 숲을 느끼고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힐링의 장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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