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간직한 노거수를 찾아서_ 8
육각형 집 모양을 한 ‘양산마을’ 버스정류장, 할머니 두 분이 그 안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저 말씀 좀 물을게요, 양산마을 보호수가 어디 있을까요?”라고 묻자, 할머니 한 분이 버스정류장 바깥으로 나와 바로 옆 커다란 나무를 가리킨다.
왜 가끔씩 무엇이든 바로 옆에 두고도 보이지 않는 것일까, 보이지 않는 다고 단정 짓는 것 자체가 보려는 그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나의 게으름에게 붙여주는 질척이는 핑계가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해버리던 상황들이 스쳐지나갔다.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그 속에서 헤어나고자 발걸음을 재촉해 걸었다.
나무 앞에 다가서 항상 그래왔듯 나무의 등허리를 쓰다듬으며 인사 나눈다. 그동안의 시간들에 대한 존경이자, 내 마음이 시키는 ‘경건한 의식’이다. 또는 사진 찍기 전, 나무에게 구하는 ‘양해의 부탁’이기도 하다.
버스 정류장에서 불가 10m도 채 안 되는 곳에 위치한 ‘지정번호 15-5-3-10’의 이 나무는 380년 된 ‘느티나무’이고, 그 건너편에는 ‘지정번호 15-5-3-11’인 ‘팽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두 나무는 양쪽에서 각각 가지를 뻗어 맞닿아 마을 입구를 장식한다. 누군가 일부러 이 순간을 계산해 심어 놓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나무들 사이로 마을 회관이 보인다.
팽나무 밑에는 벤치가 놓여 있는데 마을 주민은 “일하고 오는 길에 그늘 밑에서 잠시 쉬기도 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별 탈 없이 고요히 마을 입구를 지켜온 두 그루의 정자나무는 양산마을 입구에서 많은 이들을 맞이해 왔다. 이날은 나를 맞이해주었고, 좀 더 마을을 둘러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