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의 시민칼럼

▲ 정은영 광양시민신문 독자위원장
J –종훈, 그를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지역에서 작은 문화기획들을 하다가 자연스레 마주하였고 그의 첫인상은‘ 건강함’과‘ 에너지’라는 단어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다음으로 든 생각이 유명한 여행 책자에서만 보
던 삶들이 우리 곁에 있음에 약간 흥분되기도 했다.

지역에서 살다보면 자기 길을 행복하게 걷고 있는 청년 찾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 만나는 청년도 이곳에서 오래 머물 예정은 아닌 듯하다. 이들과 자연스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도 흡입하고 싶지만 만만치 않은 일이다.

J 또한 우리지역에서 나고 자랐지만 현재는 인근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아마도 인근도시의 문화적 팽창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 아닐까 싶다. J 뿐 아니라 인근도시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우리지역 출신의 젊은이들을 쉽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

J가 얼마 전 광양에 터를 잡고 있는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지인을 통해 책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그의 프로필을 여러 번 읽고 또 보았다.

“끝없는 여행에서 너무 많은 꿈을 꾼 탓에 제대로 여행에 중독되어 버렸다. 남들은 내가, 아무런 대책없이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하지만, 그 속에서 나만의 규칙과 계획, 철학이 존재했다.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나만의 시선으로 그들의 일상을 담았다. 일도, 사랑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지만, 지금 하고 싶은 것,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는 건 틀림없다.”

그의 책‘ 흔들리면 감성이다’의 프로필 공간을 채운 글을 접하며 확연하게 저자는 과거와 미래보다 또 현금보다 더 중요하다는‘ 지금’에 충실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는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는다. 사진전문가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어쩌면 그의 사진은 그의 여행을 닮았다. 발바닥을 닮았을 것이다. 그의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사진 한 장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문다.

너른 바다에 파도가 밀려오고 해변엔 서핑슈트를 입고 보드를 들고 가는 젊은 청년의 모습은 마음을 조금 부풀리면 사진 한 장으로 이 여름 더위를 이기기에 충분하다. 사진 옆에 글로 자연스레 시선이 옮겨간다. 청년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녹아 있는듯하다. 얼마 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에게 힘을 주기위해 그 글을 서로 나눈 적이 있다. 고마운 일이다.

우리 곁에 반반하고 아름다운 청춘, 청년 있음이 설레고 기분 좋은 이유이다. “세상에 쉬운 게 어디 있겠어. 어떨 때는 밥 먹는 것도 힘든데... 분명 속상할 거야. 그래도 어쩌겠어. 네가 스스로 시작한 일이잖아. 바람에 오르고 파도에 오르는 일은 자연에 덤비는 일이니 더 힘이 들거야. 그래도 걱정하지 마! 이 세상엔 헛된 노력은 없으니깐. 그리고 내가 봤어! 네가 누구보다 힘을 내는 모습을 말이야.”

여기서 딱 글을 마무리 짓고 싶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얼마 전 지인을 통해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제안한 적이 있다. 그는 주저 했다. 우리 지역에서 그의 삶이, 그의 사진이, 그의 책이 조명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지기를 바란다. 도서관에 그의 책이 비치되고 청소년들에게 읽히고 가능하면 그에게 직접 여행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그는 우리의 자산임이 분명하다.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에게는 다양한 삶의 방향이 될 수 있고, 행복에 물음표를 달고 사는 청년에게는‘ 지금’ 어떻게 사는 것이 중한지 깨달음을 줄 것이고, 생활에 지친 장년에게는 새로운 시도를 꿈꾸는 원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그늘 아래 흔들리는 감성을 선물해준 청년 J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반반한 청년 – 1년에 반은 땀 흘려 일하고 반은 세계를 여행하는 청년, 딱 반반한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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