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참교육학부모회 광양지회장

바람 부는 섬진강변,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섬진강 강바람에 가슴이 설레 일 때면, 봉강 성불계곡에서 신나게 물장구치고는 도란도란 둘러 앉아 빠알간 속살을 드러내는 수박을 한입 가득 베어 물며 서로에게 함박웃음을 지어 보일때면, 여름방학이 끝나갈 즈음 피톤치드를 뿜어낸다는 백운산 편백나무 숲에 들어가 방학숙제 마무리를 위해 사진을 찍고 설명을 써 넣을 때면, 하얀 설산이 되어버린 백운산 노랭이봉에서 산 아래 장관에 설산의 차가운 기운이 벌어진 입속 목구멍까지 밀고 들어 올 때면, 빨간 물감이 뚝뚝 떨어져 웅덩이를 금방 물들일 것 같은 백운산 휴양림 단풍나무 아래에서 달걀말이, 돈가스 튀김에 케첩을 듬뿍 올린 점심도시락을 두런두런 둘러 앉아 까먹을 때면...

‘우리 아이들에게 광양은 어떤 곳일까?’ ‘ 우리아이들은 광양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광양의 역사와 문화, 지리, 생태환경을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배웠으면 좋겠다. 교육 과정의 지역화를 말한다.

정부주도의 획일적인 교육과정으로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을 잘 모른다. 자신의 삶의 터전인 광양을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없다.

광양에서 초중고를 모두 졸업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15년을 아이를 키우고 교육하며 광양에 살고 있지만 광양은 항상 타인의 도시다.

오랫동안 몸담고 살아온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태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세상 어느 곳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뿌리내린 이곳의 생태환경을 모르면서 더 넓은 다른 곳을 이해하려 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에 우리 모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섬진강이 백운산이 광양사람이 광양두꺼비가 광양의 이야기가 교과서 안으로 쏘옥 들어왔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광양의 역사와 문화, 인물,생태환경을 한 줄에 꿰고 있으면 좋겠다.

내 발로 걸어가서 접한 광양, 내가 직접 보고 듣고 접한 광양의 문화, 인물 그리고 내 오감으로 느끼는 광양의 생태환경이 100% 살아있는 현장체험 학습이 될 때, 비로소 광양은 우리에게 살아 꿈틀거리며 다가 올 것이다. 너무 이상적이라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광양 곳곳을 돌며 직접 광양을 느낄 때면 꼭 필요하지 않는가! 절실해 진다. 정확하고 체계적인 지역사회탐구 활동이 광양교육 교육과정안에 마련되어야 한다.

지역을 학교에서 반영하고 학교가 지역과 소통할 때 아이들이 지역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 타지역에서 온 교사들에게도 광양의 역사와 문화 연수는 필수 조건이 되어야 할 것이다.

광양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므로,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학부모도 마찬가지이다. 그랬을 때 지역사랑과 생태감수성이 살아있는 광양의 아이들로 키워 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이것을 기반으로 우리의 소중한 역사 문화적 정체성에 기초한 광양의 독창적인 문화콘텐츠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백운의 기상 계승교육’의 일환으로 우리지역에 대한 조사가 여름방학 과제물로 주어졌다.

막상 아이들과 함께 과제를 수행하려 할 때 찾을수 있는 자료가 한정되어 있었다. 객관성과 전문성이 조금 떨어지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스토리가 없이 뚝뚝 끊어진 토막토막에 흥미를 가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아이들이 제출한 과제물이 궁금해서 봤더니 부족한 자료 안에서 하다 보니 과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포장에만 급급하여 내용이 빈약한 현상을 탈피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과제에 의미를 찾지 못해 내내 아쉬웠던 경험이 있다.

광양의 것을 찾아내고 연구할 광양시민이 필요하다. 광양의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연구에 참여할 광양시민이다.

이는 국가도, 타 지역사람들 어느 누구도 해 줄 수 없다. 더더구나 그 역할을 담당할 지역 내 대학이 없다. 오로지 찾을 수 있는 건 적극성을 발휘해줄 광양시민들 뿐이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태를 연구하여 교과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에 활용하고 객관적이고 올바른 사관으로 지역의 역사를 해석하고 정리하여 우리의 가치가 기반 된 자원들로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광양의 독창적이고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여 지역문화를 활성화 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광양교육과정이 국가교육과정에 지역화 교육과정을 더해 기획하고 적용해야 한다. 앞에 보이는 것에만 급급해 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자.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장체험학습을 하고 지역과 함께 교감하고 지역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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