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 과정 갖가지 논란...평가통해 책임 가려야

광양월드아트서커스 페스티벌이 지난 12일 폐막식을 갖고 93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1년간의 준비기간이라고는 하지만 광양국제서커스가 (주)MBC미술센터와 대행계약을 체결한 것이 지난 지난해 12월 29일인 점을 감안하면, 불과 4개월 보름이라는 짧은 기간의 준비로 개최한 행사.
이렇듯 시간 촉박과 예산부족 속에서 준비된 광양국제서커스다보니 행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시작해 행사기간 내내 말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광양시민신문은 그동안 행사기간동안만이라도 시민이 하나 돼 서커스 성공개최에 동참할 것을 제안해 왔다. 이제 광양국제서커스가 폐막함에 따라 그동안 진행 과정을 되돌아봄으로써 서커스의 미진했던 부분과 성과를 짚어본다.

하지 말았어야 할 축제?
2012광양 월드아트서커스페스티벌은 지난해 5월 ‘2012 페스티벌 광양’ 추진계획이 수립되면서 시작됐다. 한 달 후인 6월엔 (주)동춘서커스진흥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12 페스티벌 광양’추진위 사무실을 개소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8월 30일 (주)동춘서커스진흥원이 행사진행을 위한 사전 투자와 준비상황이 어려워 져 업무협약 철회를 통보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후 시는 행사를 대신할 기획사를 찾아 나서 지난해 11월 (주)이엑스스타를 페스티벌 대행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시는 대행사가 선정됨에 따라 구체적인 예산 및 공연 프로그램 구성 등 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대행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엑스스타의 행사비 견적과다로 이마저도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서커스 추진이 무산될 위기도 맞이했다.

결국 시는 지난해 12월 새로운 대행사 선정을 위한 재공고를 했다.
천신만고 끝에 지난해 12월 29일 아트서커스페스티벌 대행계약을 체결하게 된 곳이 이번행사를 대행한 (주)MBC미술센터다. 이때까지만 해도 시는 (주)MBC미술센터가 대행사로 참여함에 따라 질 높은 공연단 선정과 행사의 안정적 운영, 홍보와 광고 효과의 극대화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행사 내내 대행사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빗발쳤고 급기야 행사비 증액으로 인한 적자발생의 귀책이 어디에 있고 이를 어떻게 분담해야 하는지 그 책임을 두고 벌써 논란이 뜨겁다.

2012광양 월드 아트 서커스 페스티벌은 여수세계박람회 개최와 이순신대교 개통에 맞춰 인근도시의 국제행사 시너지를 광양시가 흡수하면서 시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고 지역에 실리를 추구하며 경제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추진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같은 성과를 냈는지에 대해선 글쎄다. 특히 여수 엑스포 관람객을 흡수하겠다던 당초 전략이 먹혀들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수엑스포를 관람하는데 하루가 꼬박 걸리는 상황이 연출되며 광양서커스까지 하루에 소화할 수 있겠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계산 착오였다.

그러나 시간 촉박과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이 뻔히 예상됨에도 이를 누구도 지적치 않았고 모두가 따라간 것부터가 문제다.
그래서 하지 말았어야 할 축제라는 말이 행사과정 내내 따라붙었다.

예산변경과 대행 계약
어쨌거나 행사는 추진됐고 이번엔 예산이 문제였다.
서커스조직위원회는 (주)MBC미술센터와 대행계약을 행사비 80억 원에 체결하였고, 행사비 조달은 국비와 도비, 시비 지원액 등 총 40억 원에 대행사가 광고와 입장료 수입 등 40억 원을 마련해 진행키로 했다. 하지만 이 예산은 (주)MBC미술센터의 실행예산 편성으로 곧 116억 원으로 늘어났다.

시는 지난 4월 행사장 면적 증가에 따른 기반조성비가 대폭 증가를 이유로 총 예산을 당초의 80억 원에서 116억 원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시가 대행사에 지원하는 금액은 국비와 도비를 포함해 기존의 4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10억 원을 늘렸다.

이렇게 되자 시의회가 원칙 없이 증가하는 사업비와 보고 할 때마다 달라지는 잦은 사업 계획 변경으로 인해 광양국제서커스를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함에 따라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결국 의회는 1차 추경에서 15억 원의 예산 추가 요구에 대해 6억 원만 의결했다.

그동안 서커스 예산은 2011년 6월 동춘서커스와 업무협약체결 시엔 52억 원이었던 것이 2011년 8월엔 전문가 자문결과 95억원으로 증액됐으며, 2011년 10월엔 기간을 72일로 축소하고 빅탑을 3개관에서 2개관으로 축소해 80억원의 예산을 2011년 12월 27일 시의회 정리추경에서 의결 받았다.

그러나 2012년 3월 28일 조직위는 총사업비를 116억원(국비10억원, 도비 5억원, 시비35억원)으로 승인하고 예산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던 것이다.
당초 80억 원이던 행사비가 증액된 내용은 △행사장 조성비(토목비 등) 10억 원 △ 공연장(빅탑) 설치 및 내부 공연시스템비 5억2천만원 △기타 홍보비, 행사운영비 등 전반적 증가 8억8천만원 등이다.

의회의 예산 일부 삭감에 따라 시는 서커스행사장 운영인력 감축에 따른 예산절감과 시 감사부서의 행사비 산출근거 심사 등을 통해 최종행사비는 108억원 상당으로 조정했다.

그리고 행사결과 총 수입은 국비 10억 원, 도비 5억 원, 시비 30억 원 등 45억 원의 보조금 지원과 대행사 협찬금 5억 원에 관람료와 부대수익 39억 원을 합해 89억 원. 여기에다 최근 도비 5억원을 추가로 확보되어 시의회의 승인 절차가 남아있지만, 이를 지원한다고 가정했을 때, 문제는 14억 원의 적자를 어떻게 보전하느냐이다.

당초 계약은 40억원은 조직위가 부담하고, 나머지 40억 원은 입장권 판매 등으로 대행사가 마련해 80억 원의 행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계약에는 적자가 발생할 경우 대행사가 모두 떠안는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늘어난 행사비가 조직위의 승인을 받으며 이전 계약은 무용지물이 됐고, 새롭게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발생했지만 계약당사자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변경계약이 지연되었다. 급기야 행사를 불과 3일 남겨둔 지난 8월 9일에 변경계약이 어렵게 체결되었으나, 행사비 증액에 따른 적자 보전책임은 별도 협의를 하도록 하게 되어 있어 행사가 종료되고 정산이 완료된 시점에 적자부분에 대한 분담문제가 뜨겁게 일 것으로 보인다.

공인된 중재기관 등을 통해 적자 분담이 규명되겠지만 최소한 반반을 부담한다 하더라도 7억 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시가 이번 서커스에 투입한 예산은 총 37억 원에 이르게 된다.

또 문제가 됐던 것이 푸드코트다. 푸드코트는 선정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됐지만 더 큰 분란은 지역상공인단체들이 경기침체를 우려하며 반발, 서커스 행사장 음식점 입점 제한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문제를 더했다.

논란 끝에 푸드코트는 취급 메뉴 중 광양불고기를 제외하고, 면적을 줄이는 등 축소 운영으로 합의하고 마무리 됐다. 하지만 막상 서커스 개막과 함께 운영이 시작되자 구내식당 수준에서 머물렀고 경기침체를 우려했던 이들을 머쓱케 했다.

서커스 행사 기간 내내 따라다녔던 문제 중 또 하나의 문제가 행사장내 시설부족이었다.
광양국제서커스는 서커스 외에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 등이 절대 부족해 사람이 모여들지 않는 행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지역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관람객들로부터 아트서커스 공연 외에 부대행사가 부족하다는 의견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 확충도 요구됐다.

급기야 조직위는 행사장내에 악어 공연, 트릭아트 전시, 로봇마차, 1천냥 하우스ㆍ민속오락관 운영, 생활필수품 판매 등을 포함한 문화축전장을 운영에 나섰지만 사태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예산부족으로 뭐하나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운영치 못한 때문이다.

이밖에도 공무원들의 입장권 판매와 관람객 유치, 공연 질에 대한 논란, 홍보와 마케팅 적절성 등이 끊임없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최초 행사, 새로운 경험
광양국제서커스가 많은 문제를 안은 채 진행됐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물을 얻은 부분도 상당하다. 이번 서커스는 국내는 물론 세계최초의 행사였다.

그것도 4개월 동안 준비해 치룬 행사다. 무사히 행사를 치룬 것 자체가 경이로울 일이다. 행사의 기획과 진행에 있어 모든 것이 처음이므로 벤치마킹 대상이 없어 혼란과 어려움이 지속되었고 이를 문제점으로 지적했지만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그것도 단기간에 아무문제 없이 추진하라는 요구가 어불성설이다. 이는 애초에 시작을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지만 시작을 했다면 이해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서커스의 성과중 하나는 경험이다. 이번 서커스를 통한 국제행사 개최에 대한 자신감과 경험은 향후 시정 전반에 대한 자신감과 유사한 국제규모 행사 개최에 큰 자산이 되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광양국제서커스의 가장 큰 성과는 문화의 불모지였던 광양을 문화의 도시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에 도전한 것이다. 새로운 문화의 씨앗을 뿌렸다는 것이다.
광양시민들은 93일간 자의든 타의든 한 번 이상은 서커스를 관람했고,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자주 접하지 못한 새로운 공연 장르인 아트서커스에 대한 관람 경험은 어느새 문화에 대한 이해와 눈높이를 자연스럽게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또한 중소도시 광양에서 아트서커스를 장기적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를 시민사회와 문화계에서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역사자원과 자연자원이 부족해 이렇다 할 관광상품이 없는 광양에서 아트서커스라는 문화상품을 지역의 차별적인 고유 브랜드로 만들고 이를 관광상품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 좋은 꺼리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향후발전과제는 앞으로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전문가와 지역 각계의 의견을 들어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행사비 중 외국 공연단 계약금과 공연장 시스템비 등 일부항목을 제외하고 대부분 광양지역에서 34억여 원을 발주해 시비 투입예산(30억 원)을 지역에 고스란히 재투자했고 지역 고용창출 효과도 상당한 수준이다.

시민이 주인되는 축제 아쉬워
광양국제서커스는 여수엑스포 기간에 시너지를 지역에서 흡수하기 위한 방안으로 광양의 특성을 살린 ‘물류박람회’와 ‘철박람회’등을 기획하다가 흥행의 어려움 예상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서커스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뒤늦은 시작으로 준비간이 짧아지면서 행사기획과 준비단계에서 시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과 시간부족으로 시민의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해, 결국 시민이 주인이 되는 축제가 되지 못했다.

대한민국 각 지자체에서 유행처럼 치러지고 있는 축제 대부분이 그 지역의 역사ㆍ자연자원과 특산물을 소재로 하고 있는 반면, 광양국제서커스는 아트서커스라는 공연이 주가 되는 공연페스티벌임에도 일반 축제장과 같은 기반조성비 등의 예산이 과다하게 지출되어 행사비 증액과 적자 발생을 초래했다.

서커스팀 섭외 기간의 부족과 전문가의 검증을 거치지 못한 서커스팀 공연으로 공연의 질과 이해에 관한 비판이 초반부터 이어져 행사의 흥행에 지장을 주었고 부정적인 분위기를 몰아가게 했다. 준비기간이 충분했다면 예정된 공연팀 수의 3~4배수의 공연을 컨택해 이를 공연전문가 등이 참여한 심사위원회를 열어 공연의 질, 공연의 차별성, 지역 정서(수준) 적성성, 공연단 계약금 등 전반적인 평가를 통했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광양국제서커스가 대 단원의 막을 내리고 이제 남은 것은 제대로 된 평가다.
이를 가장 우선 담당할 기관은 광양시 의회다.

이정문 의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커스 예산 승인은 정상적인 절차와 공정한 방법과 행정지침에 맞게 일할 것을 전제로 승인을 한 것이기에 추진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의회가 다시 확인하고 따져줘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서커스에 대해 의회 본연의 자세에서 의원들 각자의 역할을 통해 확실하게 정리해 나가고 정리된 내용을 15만 시민에 소상히 알릴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행사를 치룬 연후엔 공과를 명확히 따져봐야 하며 그 결과에 대해선 책임도 반드시 지워져야한다. 시의회의 심도 있는 평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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