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간직한 노거수를 찾아서_ 15

노거수는 한 그루의 나무이기 이전에 그 마을의 상징물이자 그 마을만의문화를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써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광양시민신문은’ 시간을 간직한 노거수를 찾아서’를 통해 현재 보호수로 지정관리 되고 있는 노거수를 연중 기획·취재해 시민들로 하여금 관심과 보호의식을 갖게 하고, 그에 담긴 의미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농촌의 가을 풍경이 익어간다.

마을의 입구로 들어서는 길목에 멈춰서 바라본다. 그림 한 점 완성시키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계절은 어느새 새로운 그림을 그려 걸어두었다. 사진으로 300년이 훌쩍 넘은 이 나무의 사연을 담을 수 있을까? 나무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어르신 한 분이 나무 밑에 놓인 의자에 앉아 쉬고 있다. 사진을 한 장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손사레를 치며 의자 옆에 걸어둔 지팡이를 챙겨 일어나시며“ 다 늙어 쭈글쭈글한 나를 뭣 하러 찍어? 내가 찍어 줄라니깐 여그서봐”라고 말했다.

이어“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외국인들도 와서 찍어가는 기막힌 보호수가 있는디, 나는 그 나무 보다 이 나무가 좋아. 거긴 사람이 들락 달락 해쌌치만 여그는 혼자 앉아서 앞에 흐르는 물도 보고 쉬었다 갈 수도 있고”라고 덧붙였다.

의자에 앉아서 쉬는 어르신의 모습까지 담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끝까지 극구 사양해 의자는 비어있다.

옥곡면 원월리 911-1에 자리한 지정번호 15-5-4-1,330여 년 된 느티나무 그늘 아래 잠시 머물어 쉬며 시간을 헤어려 본다. 나뭇가지들 사이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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