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동주택 문화형성에 앞장서는

광양시에는 280여개의 마을이 있으며, 각 마을 마다 고유의 특성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고 있다. 시민신문은‘ 이장님 막걸리 한 잔 하시죠!’를 기획해 직접 지역내 마을을 찾아다니며각 마을의 이장님을 만나 뵙고 생생한 마을의 소식과 각 마을의 보석 같은 숨겨진 이야기,아쉽게 잊혀져가고 있는 이야기, 골목과 토담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내며 기록한다. <편집자 주> 막걸리 협찬: 광양주조공사

마로산성의 돌 틈 사이에 멈춰있던 시간들이 바람결에 속살댄다.

귀 기울여 걷다보면 아주 오래된 이야기들과 동행할 수 있다. 덤으로 그 아랫자락에 2011년 새롭게 둥지를 튼 송보파인힐 7차 주민들의 특별한 이야기도 전해들을 수 있다.

광양읍 용강리에 위치한 송보파인힐 7차는 867세대가 살고 있으며,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재능기부 등을 통해 활발한 자치행사와 추진사업 등을 펼쳐 지난해만 해도 7개나 되는 수상실적을 거둔 아파트로 유명하다.

친환경실천 우수아파트 경진대회 평가에서‘ 전남 최우수 아파트’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송보7차 기쁨배움터’는 마을 공동체를 위한 적절한 방안을 모색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행정자치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용강리 송보아파트박인실이장.

송보 7차 박인실 이장(59)은 아파트 입주민들간의‘ 열린 소통’이 그 비결임을 넌지시 밝혔다.

박 이장은“ 입주민 700여명이 가입한‘ 밴드’를 통해 아파트 내 작은 일부터 중대사까지 함께 의논하고 공유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입주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허형채 임차인 회장, 이순심 부녀회장 등의 보이지 않는 노고가 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송보 아파트는 주민간의 단절을 극복하고, 공동체의식 회복을 위해 올해 중점사업으로‘ 내가 먼저 이웃과 인사하기 캠페인’을 벌이고있다. 이는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아파트 내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함께 자리한 최남조 할머니(90)는“ 우리 아파트 애들이 얼매나 인사성이 좋은지 몰라. 요즘 애들 같지 않게 인사를 그렇게들 잘 한다네.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나면 너나 할 것 없이 먼저 인사하고 안부도 전하고, 그러다 보니 주민들 간에 정도 더 깊어지는 것 같고 참 좋아”라고 전했다.

올해로 5년차에 접어든 박인실이장에게 힘든 점은 없었는지에 대해 묻자“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임차인회, 부녀회가 소통을 통해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이 돼 서로 도와주니 그동안 힘들 일이 없었다”며“ 나 또한 이장이면서 부녀회원으로 부녀회 일을 돕고, 또 내가 도움을 청하면 임차인대표나 부녀회장이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등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유기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즐겁다고 말하는 것이 맞다”라고 밝혔다.

허형채 임차인회장(좌), 이순심 부녀회장(중), 박인실이장(우)이 함께 힘을 모아 새로운 공동주택 문화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상부상조를 기본정신으로 뭉친 송보 7차의 공동체 문화는 아파트 내부에서만 지나지 않고,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과도 하나로 엮어 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파트 내에서 부녀회와 주민들의 재능기부로 열리는 각종 강좌에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둬‘ 배움’을 통한 새로운 공동체 문화 형성에 모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창덕 에버빌, 남해오네뜨 입주민들과 함께 하는‘ 제2회 용강마로 한마음 문화 축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뜨거운 관심 속에 준비 중이다.

송보A 부녀회가 운영중인 재활용품 상설 나눔장터 '송보 보물섬'. 판매수익은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된다.

박 이장은“ 경비아저씨들은 한달에 한번 주민들의 무딘 칼을 갈아주고, 부녀회에서는 재활용품 상설 나눔장터인‘ 보물섬’을 운영해 얻은 수익금을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한다. 주민들은 공동체글로벌 한마당 전국대회에서 받은 포상금을 (재)광양시 사랑나눔복지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며“ ‘나’만 생각하기보다‘ 우리’를 생각하고, 더 나아가‘ 모두’를 생각하는 새롭고 특별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앞으로도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히며 건배를 청했다.

함께 자리한 주민들이 막걸리 잔을 들고 한 목소리로 건배를 외치며 잔을 부딪쳤다. 그 소리가 마로산성까지 울려 퍼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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