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기의 지랄발광 이야기

▲ 정채기 강원관광대학교 교수. 한국남성학연구회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비평가들은 페미니즘이 여성들로 하여금 사회 전 분야에서 남성을 압도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영국 11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영어시험 결과를 보면, 남자아이들의 76%만 기준을 넘겼지만, 여자아이들은 이보다 많은 85%가 기준을 넘어섰다. 또 지난해 영국 중등과정 수료 자격시험인 GCSE에서 여학생의 66.8%가 높은 성적인 A-C등급을 받았지만, 남학생은 이보다 적은 59.7%만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로 남성의 역할이 가볍다 할 순 없다. 최근 한 연구조사 결과 아버지의 든든한 후원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약물남용의 위험도가 낮고, 자신감이 넘치며, 학습 성취도도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 아버지는 자녀양육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해 버린 이유는 뭘까.

영국 남성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미디어에 비춰진 자신들의 모습을 들고 있다. 영국 광고표준사무국은 “텔레비전에서 남성을 비하하고 희화화했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남성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방송된 영국의 한 주방용품 광고에는 화장실에서 나오는 남편의 뺨을 가차 없이 때리는 여성의 모습이 아주 적나라하게 묘사됐다. 패럴은 이에 대해 “남성이 여성을 무시하면 법적 소송까지 갈 수도 있지만, 여성이 남성을 무시하면 영웅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대본작가 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태드 사프란은 지난해 한 일간지에 “영국 여성이 외모를 단정하게 잘 꾸미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가 봉변을 당했다. 기사가 나간 이후 사프란은 기사에 대해 비판하는 편지를 수차례 받았는데, 내용은 하나같이 ‘최악의 성 차별주의자’라며 비꼬는 일색이었다. 그는 “만일 영국 남성에 대해 썼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쓴 소리를 했다.

하지만 심리학자 수전 핀커와 같은 사람들은 남성들의 이 같은 불만에 대해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핀커 박사는 “여성에겐 정자은행을 비롯해 남성을 대체할 수단이 넘친다 하더라도, 남성의 존재 자체를 부인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남성의 존재가 여성의 입지를 제한하기보다는 양성이 서로 보완하고 있다”며 성에 대한 대결적 시각에 반대했다.

핀커 박사는 여성의 우월성만을 강조하는 여성들에게 “여성 스스로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며 “이는 남편과 아들, 형제 혹은 아버지와 같은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이기 이전에 우리는 단지 모두 같은 사람일 뿐”이라며 양성이 조화롭게 살 수 있기를 기대했다.

비슷하거나 똑같은 맥락으로 뉴질랜드에서 전설처럼 떠도는 이야기가 있다. 인권에 관해 생각해 볼 때 서열 1위는 노인과 어린이, 2위는 여성, 3위는 개, 고양이 등 애완용 동물, 4위는 남성이라는 것이다. 이 순위는 인근 날 호주에서도 비슷하거나 똑 같음을 필자가 여행하면서 관광 가이드한테서 농담 겸 진담으로 실제 들었던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솔직히 그 때 기분이 참담하고 매우 불쾌하였음 또한 사실이었다.

근자에 들어 개발도상국 이상에서 여권신장의 법적 제도적 정비 및 강화를 통한 현실에서 달라진 남녀 일상을 일부분 비틀어 보면 특히 남자들이 느끼는 비애가 이처럼 특별하다. 이 맥락에서 최근 뉴질랜드에서도 여성중심의 사회제도에 반기를 들고 활동하는 한 단체가 등장하였다. 이 단체의 이름은 남성권리 보호를 위한 모임(New Zealand Men`s Rights Association)으로, 1995년 몇몇 뜻을 같이하는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져 현재 1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남성권익보호를 위한 로비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정채기 교수는 진상이 고향으로 교육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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