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속에서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는 곳

맷돌로 갈아 드립한 수제 커피의 깊고 풍부한 맛
지중해 유럽풍의 감각이 묻어나는 고풍스런 카페

가을을 일컫는 많은 수식어가 있다.

그 중에서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과 포근한 가을 햇살 아래에 서면 문득 사색의 계절이라는 말이 떠오르곤 한다.

그럴 땐 차에서 잠시 내려 길을 걷고 싶어진다. 한적한 주택가를 얼마쯤 걸었을까. 어디선가 향긋한 원두커피 내음이 코끝을 자극한다.

‘어느 집에선가 꽤 고급스러운 커피를 내려마시나 보다’라는 부러움 어린 생각을 하며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그때 낮은 담장 때문에 집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아담하지만 고풍스러운 유럽풍의 주택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대문 앞에 조그마한 접이식 입간판도 보인다.

‘핸드드립 전문 cafe Adagio’

그제서야 조금 전 내 코를 자극했던 향긋한 원두커피 내음의 근원지가 이곳이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이렇게 한적한 주택가에 광양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수제커피 전문점이 있다는 것에 내심 놀라며 열린 대문을 지나 뜰 안으로 들어섰다. 현관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신발을 벗어야 했다.

마치 이웃집에 놀러 온 기분으로 신발을 벗고 내부를 둘러보니 깔끔한 거실과 주방이 눈에 띠었다.

또 작은 음악회라도 열리는 듯 커다랗고 하얀 그랜드 피아노와 첼로가 눈에 들어온다.

먼저 와 있던 손님들과 담소를 나누다“ 어서오세요”하며 방문객을 맞이하는 이곳 주인장은 이순자 대표(57)다.

커피 한잔을 주문하자 한참(7~8분)이 지나고급스러운 영국식 찻잔에 커피를 내온다. 시간이 다른 곳 보다 조금 오래 걸린 이유는 직접 맷돌로 갈아서 핸드드립 했기 때문이란다.

주인장 이 대표가 내놓은 커피는 브라질 산토스 버본이라는 커피로 깊고 풍부한 맛이 일품인 것으로 유명한 커피다.

느림의 미학이 주는 여유

이곳 이름이 왜‘ 아다지오’인지 물으니 음악용어로‘ 느리고 평온하게 연주하라’는 의미인 아다지오가 이 대표의 정서에 딱 맞고, 이곳 또한 느리고 평온한 곳이 됐으면 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곳 아다지오는 지중해 유럽풍의 건축양식을 적용해 지었으며, 지난해 10월에 문을 열었으니 이제 오픈한 지 1년이 돼간다.

아다지오는 성악을 전공한 이 대표의 아들이 독일에서 유학하던 시절, 인상 깊었던 독일의 주택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처음엔 이 대표가 살려고 지었지만 이웃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삼고 싶어 건물을 용도변경해 카페로 만들었다.

그리고 2층에는 손님이 공부도 할 수 있고 차도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택가에 있어 손님들이 많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묻자“ 아다지오는 힐링카페라고 보시면 돼요.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분들이 잠깐 생각도 하고, 편히 쉴 수도 있고, 삶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곳 말이죠” 라고 답했다.

또“ 돈을 벌려고 시작했다고 하기보다 이웃들과 소통하고 공유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싶은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누구나 오셔서 힐링돼 가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거의 단골손님이 애용하는 곳이다.

그리고 한번 찾아온 손님은 다음번에 꼭 다른 손님을 이끌고 온다.

그렇게 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모두 이 대표와 친한 이웃사촌이자 단골이 된다.

아다지오를 주로 찾는 손님은 교사와 공무원, 주부 등이다. 하루 평균 3~40명 정도가 찾을 정도로 나름 알려진 수제커피 전문점이 돼가고 있다.

음악을 좋아하고 한때 피아노 강사를 했던 이대표는 가끔 아디지오 작은 음악회를 개최하기도 한단다. 무대가 많지 않은 지역 음악인들이 이곳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곤 하는 것이다.

맷돌로 갈아 만든 수제 커피

아다지오의 모든 차 메뉴는 생협이나 직접 재배한 친환경,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 최고의 신선한 맛과 품질을 자랑한다.

주 메뉴는 뿌리차와 발효차, 열매차, 유기농 쥬스, 떡샐러드, 떡구이 등이다.

또 아다지오 커피는 모든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추출해 내놓는다.

아다지오 커피의 특징은 앞서 설명했듯이 원두를 기계로 갈지 않고 맷돌로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드립은 융을 이용한다.

맷돌로 갈은 커피의 향과 맛이 더 특별한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기계가 아닌 맷돌로 원두를 갈면 거친 원두로 갈아지면서 더 깊고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며“ 손님이 주문하시면 그때 마다 맷돌로 갈아 드립해 내놓는다”고 말했다.

시간에 쫓겨 늘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꼭 한번 들러 느림의 미학 속에서 여유로운 티-타임을 가져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_ 찾아가는 길 : 광양시 광양읍 서평1길 63
_ 연락처 : 010-2816-4002
_ OPEN 09:00 ~ CLOSE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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