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바람의 속삭임을 듣는 도심 속 아이들

국공립전환으로 보육의 질 향상
산책·과실수확 등 자연친화적 프로그램

내친구어린이집 창밖에는 금목서가 아이들의 웃음을 거름삼아 나날이 가지를 뻗고 있다. 아이들도 금목서와 함께 시간을 공유하며 무럭무럭 커간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푸른 자연이 바로 발밑에 있는 곳.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들풀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바람의 속삭임을 듣는 도심 속 아이들.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전환되면서 더욱 수준 높은 교육을 추구하게 된 중마동‘ 내친구어린이집’을 찾아가 보았다.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지나는 아이들 모두 배꼽인사를 하며‘ 안녕하세요!’ 수줍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그 웃음을 보니 이곳의 아이들은 영락없이 행복해 보인다.

교사가 행복하면 아이들도 행복하다

▲ 박을미 원장

내친구어린이집은 지난 7월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전환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그것은 박을미 원장의 오랜 꿈이었다.‘ 교사가 행복하면 아이들도 행복하다’라는 보육철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공립전환을 첫 단추로 꿰어야만 했다. 인건비와 시설비 일정 부분을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덕분에 교사들은 안정된 환경에서 아이들 교육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 그것은 곧 아이들의 행복으로 직결되는 일이었다.

“국공립 전환은 23년 전, 광양에 내친구어린이집을 세울 때부터 지역의 보육환경에 기여하고 봉사하고자 맘먹었던 일입니다. 9년 동안 무수한 노력을 했고 올해 결실을 맺어 아이들의 행복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됐습니다. 보육교사들의 사명감도 한층 더 높아졌죠”

박을미 원장은 그 이후 보육서비스의 향상을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먼저 교사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원내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을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교사의 자질’이었기 때문.

“좋은 보육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의 전문성이 갖춰져야 합니다. 우리는 방과 후 매일 1시간씩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나눠요. 또한 교사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고리타분한 보육방식에 머물지 않고 놀이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주고 있습니다”

내친구어린이집에서는 매주 산책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도심 외곽에 위치해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 안전한 산책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

봄철에는 아이들이 직접 진달래를 따와 화전을 만들기도 한다. 자연에서 먹거리를 찾아 직접 요리하는 것도 이곳만의 특별한 수업이다. 어린이집 마당 정원에 심어진 매실나무에서 열매를 따 아이들이 직접 고사리 손으로 농축액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느끼고, 몸에는 건강이, 마음에는 여유가 깃든다.

어린이집 건물 곳곳에는 아이들을 향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가장 먼저 이곳엔 슬리퍼가 없다는 점. 쾌적한 환경을 위해 슬리퍼를 없애고 모두 양말을 신었다. 또 자갈과 모래, 황토를 이용한 축열식 바닥을 시공해 아이들은 사시사철 바닥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낮잠시간이 정해져 있는 아이들에겐 더 없이 좋은 시설이다.

▲ 슬리퍼 없는 쾌적한 교실 환경

교육환경도 남다르다. 5세대 교실 환경으로 주목받고 있는 Ativeboard(전자칠판)를 사용해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색을 칠하고 동시에 청각효과까지 누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종이교재에 머물렀던 이전 방식에 IT를 접목시켜 창의적인 실습교육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귀뚜라미 그림을 눈으로 보면서 동시에 울음소리까지 들을 수 있죠. 아이들의 집중력도 높은 편이에요”

어린이집을 운영해온 햇수도 어연 26년. 박을미 원장은 삶의 보람을 아이들에게서 발견하곤 한다.

“바닥을 기어다니기만 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말을 배워서‘ 선생님, 옷이 참 예뻐요’라고 말할 때는 정말 가슴이 벅차요. 언제 이렇게 성장했나 싶고… 졸업식 때에는 아이들에게‘ 나는 항상 이곳에 있을 테니 여름에 아이스크림 먹으러 와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 말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아이들이 제겐 가장 큰 보람이죠. 청년이 돼서 여자친구를 데리고 오기도 하고, 유치원 때의 즐거웠던 경험이 계기가 돼‘ 보육교사’의 길을 걷게 된 아이도 있습니다”

박을미 원장의 교육 철학은 단순하다. 아이들이 좋은 시설에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것. 그리고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것.

“아이들에게 친환경 먹거리로 건강히 먹이고, 깨끗한 바닥에서 곤히 재우고, 자연으로 나가 풀벌레와 들꽃과 함께 어울리며 신나게 노는 것. 그것이 제가 바라는 어린이집의 모습입니다. 아이들이 좋은 곳에서 평화롭게 함께하며 자연이 주는‘ 여유’를 맘껏 누릴 수 있도록… 오늘도 고민, 내일도 또 고민할 겁니다”

_ 위치 : 광양시 진등6길 5-64
_ 문의 : 061-792-9505
_ 입학나이 : 3세~7세 (모집정원 : 88명)
_ 보육교직원 : 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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