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 박영실 참교육학부모회 광양지회장

“내 꿈은‘ 정규직’ 입니다.”

근래에 우리시 중학교 1학년 아이들과 함께 자신의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었다.

도중에 너무 당황스러웠던 경험, 무엇이 잘 못됐을까? 자신의 꿈에 대해 적는 란에‘ 공무원’을 적고 ‘정규직’을 적었더라. 예전에 우리처럼‘ 다른 사람의 병을 고쳐주는 의사요.’‘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는 검사요.’ 가 아니더라도‘ 돈을 잘 버는 웹툰작가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선수요.’ 정도까지는 그러하다 하겠다. 그 실체는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규직’은... 이대로 괜찮을까?

우리 사회가 고도성장을 이루면서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지만 반대로 인간적인 가치나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겨났다는 것을 반증하는 예가 아닐까? 부족한 게 뭐가 있다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다 해 줄 수 있는 데 왜 우리 아이들은 공부를 안 하는지? 부모인 내가, 어른인 내가 가지고 있는 일방적인 생각이다.

이는‘ 물질적인 풍요가 곧 행복, 답이다.’라는 기존의 생각에 회의를 가지게 되는 것, ‘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그 끝에서 인문학과 만난다.

우리 아이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삶의 목표를 무엇으로 삼아야 될 것인가를 찾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버린 것 같다.

‘EBS 다큐프라임- 아이들의 사생활 편’에 보면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는 사람들의 공통분모를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이들은 모두‘ 자기 이해능력’‘, 자기 성찰능력’이 강한 사람들이라는 결론을 도출해 내더라. 자기 성찰 능력은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은 어떤 감정을 가졌고,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물었을 때 자신이 가장 잘하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문학과 통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면만 보고 그것이 전부인줄 아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사고,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불변의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그 깨달음, 인문학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을 통해 자기안의 무늬를 스스로 발견하고, 자신이 가진 아름다운 무늬가 다른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면 좋을 것 같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 끊임없이 비판이 가해지고 성적 중심, 성과중심 교육정책의 비효율성에 대한 문제를 누구나 다 인식하고 제기하지만 정작 우리 아이들에게는 다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우리의 교육정책은 기회를 주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못 하도록 억압하고 탄압하는 것이다.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정호승의 고래를 위하여 중에서>

학창시절 내게 마음을 울리는 멘토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덜했을까? 좀 더 당당할 수 있었을까? 나를 응원하는 다른 지지자가, 본보기가 있다면?

고래가 있어야 바다이듯 꿈이 있어야 청년이고 그 꿈이 있는 청년들이 있어야 우리가 존재할 수 있으므로 고래가 별빛과 소통하듯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소통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교육정책 수립의 과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지난 9월 12일 한홍구 교수의‘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라는 주제의 강의를 시작으로 12월 15일 까지 9명의 멘토들이 광양 중마고등학교를 찾아온다. 찾아가는 인문학, 전라남도 교육지원청이 후원하고 (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전남지부가 주최하는‘ 청소년 인문학 아카데미’ 이다.

공부하기도 바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많은 시간을 내라고 하면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너무 당당하고 적극적이었다. 아이들에게 경험하게 해주는 것,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자신의 것을 찾아 나가도록 돕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인 것이다. 인문학의 공공가치에 중점을 두고 인문학적 인프라가 성장할 수 있는 우리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명문대 몇 명 보내는 것으로 교육과제를 다 완수한 양 성과물로 내 놓지 말자. 눈에 바로 보이지 않더라도 효율성이 떨어져 보이더라도 아이들의 삶에 밀착되는 정책들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들 스스로 삶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을 확립해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인문학 교육의 운영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그들의 활동을 돕고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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