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반야심경에 “색불이공 공불이색”(있는 것이 없는 것과 다르지 않고, 없는 것이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있는 것이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있는 것이다)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이것이 불교교리의 핵심이라 합니다. 아주 오래 전 선조들이 우주 삼라만상을 표현한 것인데, 이제야 우리현대인은 이 말의 뜻을 조금 이해하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반물질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다빈치 코드’로 유명한 소설가 댄 브라운이 쓴‘ 천사와 악마’라는 소설은 종교와 과학의 싸움을 주제로 한 것인데 끝부분에서 추기경들을 살해한 범인이 반물질을 이용해 바티칸을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반물질은 정상물질과 합쳐지면 순간적으로 소멸하며 그 질량의 2배가 전부 에너지로 바뀌므로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냅니다.

이 반물질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한 사람은 그 이름도 생소한 영국의‘ 폴 애드리언모 리스디랙’입니다. 1900년 독일의 막스플랑크가 흑체 복사에 관한 여러 가지 실험결과와 이론들을 종합해 에너지가 연속적이지 않고 아주 작은 값(플랑크상수h)이긴 하지만 불연속적으로 변한다는 양자개념을 처음 제기한 후, 1925년 에르빈 슈뢰딩거가 파동방정식을 통해 불연속적인 에너지를 파동의 형태로 설명하였는데, 이것은 입자가 느릴 때는 잘 맞지만 빛의 속도에 가깝게 아주 빠르게 움직이는 입자의 경우엔 잘 맞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28년 파동방정식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형태로 변환하여 새로운 방정식을 만든 사람이 위에 언급한‘ 폴 디랙’ 입니다. 그런데 디랙의 방정식을 풀면 에너지가 양(+)인 물질과 음(-)인 물질이 나온답니다. 에너지가 양(+)인 물질은 통상적인 우리가 아는 물질이고, 에너지가 음(-)인 물질은 없으므로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폴 디랙은 이것을 멋지게 해석했습니다.

“우주공간은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것이 아니고 음의 에너지를 가진 물질로 꽉 차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바다에 물이 차있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바다 수면 위에 돌멩이를 던지면 물방울이 튑니다. 마찬가지로 물속에는 기포가 생깁니다. 공기 중에 물방울도 눈에 보이고, 물 속의 기포도 보입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물방울이 수면으로 떨어져 기포와 만나면 둘 다 사라집니다. 공기 중의 물방울은 보통의 물질이고, 물속의 기포는 주변보다 에너지가 작은 음의 에너지를 가진 물질, 즉 반물질이라는 것입니다.

돌멩이가 물방울과 기포를 만들듯이, 우주 생성 초기 높은 에너지의 빛이 공간을 때려 전자와 반전자를 만들었는데, 원인은 아직 모르지만 전자가 반전자보다 조금 많이 만들어졌답니다. 곧바로 전자와 반전자는 서로 만나 소멸됐는데, 조금 많았던 전자들은 그냥 남았지요. 이것이 오늘 날 우주의 모든 별과 은하를 만든 물질이 됐습니다. 빛이 물질을 만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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