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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만한 물가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종렬 광양사랑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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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31  10: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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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희님은 <국화꽃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미당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의 친일 요소에 대해서 피력했다.‘ 황국’‘ 거울’‘ 누님’등은 천황숭배를 상징하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미당의 시가 일제 강점기를 지나 해방 후 1947년 즈음에 쓰고 발표되었다고 하지만 이미 일제 강점기의 문화 속에서 자라며 스며든 그의 사상적인 기반이 이러한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이러한 사실들이 가려진채 교과서에까지 실리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시를 좋아했었는가? 가을 국화꽃들을 보면서 그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와 천둥의 애환들을 생각하며 수고와 애쓴 뒤의 결과들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는가? 그래서 더욱 이러한 주장과 사실에 대하여 문학계의 충격은 컸다.

그런데 서정주 시인의 해방 이후의 행적들을 보면 '그의 천황'은 그 외형만 바꾼 채 지속되었었다. 이승만을 '제우스'와 '단군으로, 전두환을 '새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으로 찬양한 것이다. 기만 정부와 독재 정권하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일찌감치 일제 강점기에 뼈저리게 체득한 문학인의 이력은 해방 이후 옷만 바꿔입은채 고스란히 그의 글을 통해 드러나고 말았다. 다만 그 사실을 모른채 암송하고 노래했던 우리는 그저 뒤통수를 맞는 것처럼 충격속에 잊혀져 간다.

지난 수년의 대한민국은‘ 순실의 시대’였다는 전모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아직까지 빙산의 일각에 부과하지만 유신정권 말기부터 시작된 어처구니 없는 독재와 사이비 종교의 유착이 빚어낸 기형적 관계가 친일과 부패한 정치 현실을 가리고 경제와 문화의 옷으로 치장하면서 뼛속 깊이 배어든 참으로 황당한 일들이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 일어났었고 현재 진행형이다. 정치, 경제, 문화, 외교, 안보 등 국가의 운영에 이렇게 뿌리깊은 비리와 부정부패와 흑막이 있었다는 사실의 아주 미미한 한 부분이 드러나고 보니 국민의 심경이 요동친다. 어디 순실이 뿐이랴? 비선실세들은 지금도 무대 뒤에서 가증스런 미소로 또 다른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꽃이 진 후에야 봄이었음을 알았다’라고 말한다.

고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서거하신 후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실정과 현실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토해낸 한탄이다. 역사와 진실을 알고 있었던 이들의 입을 막고 밥줄을 죄어서 비열하게 막아낼 때 깨어 있는 국민들은 광장으로 나왔다. 촛불을 들고, 손을 들고, 피켓을 들어서 저항했다. 그런 국민의 외침을 명박산성으로 막고, 물대포로 공격했다. 이 싸움을 하는 이들을 아프게 했던 것은 정권의 실세보다 그들의 손아귀에 놀아난 무지한 정권의 비호아래 뒤에서 비난하는 자들이었다. 평화와 준법과 안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서 진실을 외치는 이들을 종북세력 내지는 체제전복을 하는 폭도로 매도한 것이다. 아고라, 광장은 원래 소란스러운 곳이다. 신문고의 북소리가 어디 조용하게 울리던가? 아프고 억울하고 원통하고 안타까운 맘이 담긴 북소리의 외침은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외면하고 말 것이니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도 시인은 자신의 문학이 좌절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청년시절의 좌절과 암울한 시대의 좌절등은 자신의 문학을 밀고 가는 가장 큰 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좌절이 찾아올 때마다 긴장할 수 있었고,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으며 "절망 속에 있었기 때문에 희망을 노래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표현했다. 그래서 꽃이 피기까지는 수많은 흔들림이 있어야 마침내 한 송이 피울수 있게 된다는 것을 시로 표현한 것이다.

들꽃은 하나 하나 아름답지만 함께할 때 더욱 아름답다. 짓밟히고 외면받고 억눌려도 기어이 꽃을 피워낸다. 혼란스럽고 요동치는 정국 속에서 진실을 밝혀내고 나라의 근간을 새롭게 새워나가는 과도기에는 소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부정 부패의 당사자들은 안정과 평화를 빌미로 이 소란을 소음으로 치부하며 잠잠하라, 가만히 있으라 한다. 그럴 수 없다!

민주주의는 좀 소란스러워야 한다. 그런 나팔과 북소리와 외침들이 있어야 각성과 변화와 성숙의 꽃을 피울 수 있다. 지금의 이 바람과 흔들림을 통해서 수십년 동안 숨겨진 더러운 실세들이 드라나고 무너져가는 이 나라가 새롭게 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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