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간직한 노거수를 찾아서_ 21

노거수는 한 그루의 나무이기 이전에 그 마을의 상징물이자 그 마을만의 문화를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써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광양시민신문은’ 시간을 간직한 노거수를 찾아서’를 통해 현재 보호수로 지정관리 되고 있는 노거수를 연중 기획·취재해 시민들로 하여금 관심과 보호의식을 갖게 하고, 그에 담긴 의미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골약동 황곡마을은 예로부터 풍요롭고 살기 좋은 곳으로 전해오는 광양의 12실중에 속한다. 사금이 많이 나는 고장이라해‘ 누룬실’이라 불렸으며, 이후에는 비옥한 농토에서‘ 누런 곡식이 많이 나는 마을’이라 해 ‘황곡’으로 이름 붙여졌다.

거을걷이가 끝난 들녘을 내려다보며 팽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가지에 달린 갈색 잎들처럼 가을을 닮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500여 년 동안 한결같이 같은 자리에 서서 마을의 논밭을 내려다보고, 저 멀리 내다보이는 광양만의 수많은 변화를 지켜봐왔다. 그동안 팽나무 인근에는 우산각이 지어졌고, 쉴수 있는 의자가 마련됐다. 나무는 더 큰 그늘을 만들어 주민들을 품었다.

또 가을이 왔고 바람결에 노래를 실어 보낸다.

‘15-5-8-2’ 황곡마을 팽나무는 마을 주민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마을회관에서 만난 할머니 한 사람은“ 계절에 순응하며 싹을 피워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잎이 지잖아. 나무가 그렇듯 우리들도 그동안 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해야할 일을 잊지 않고 묵묵히 자식을 키우고 시집 장가보내고 이제는 혼자 남았어. 그런 우리를 500년 너른 품으로 안아주며 위로 해주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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