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도서관에서 이웃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

‘주인 없는 카페’ 양심으로 사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아이와 엄마, 어르신까지… 3대가 어울리는 화합의 자리

커피 값이 웬만한 밥값보다 더 하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주변 카페만 가도 5천원이 훌쩍 넘으니, 우리는 종종 국밥 한 그릇과 저울질하며 고뇌에 빠지기도 한다. 때론 단념하며 믹스 커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언제나 커피 한 잔이 주는 여유를 고달파 하는, 그러나 지갑 사정 때문에 애만 태우는 그런 당신을 위해 그야말로‘ 꿀팁’ 하나를 알려주고자 한다. 아메리카노는 물론, 카페라떼, 카페모카… 까지 단돈 500원에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있다는 것. 게다가 덤으로 400권이 넘는 책까지. 수많은 여인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할 그곳, 바로‘ 금광블루빌아파트 Book cafe'다.

변화는‘ 바깥’이 아닌‘ 안’에서부터…

광양 최초 아파트 주민이 스스로 운영하는 '블루빌 Book cafe'는 지난 3일 개관하며 그 시작을 알렸다. 블루빌 주민들로 구성된 행복나눔 자원봉사단 회원들의 손길 덕분이었다. 안성람 단장은 평소 봉사단을 운영하며 지역 행사와 환경 정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던 중, 관리동 지하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도서관이 마음에 걸리게 된다. 준공 당시 아파트 건설사 측에서 책 400권을 기증해 마련된 공간이지만, 칙칙한 환경에 찾아오는 이 없이 시들어가고 있던 것.

“우리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봉사를 하다보니, 정작 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에 대해 소홀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바깥에서만 봉사할 것이 아니라, 아파트 내에서부터 테마를 잡고 시작해보자 하는 마음이 생겼죠. 그래서 소외돼가고 있던 도서관을 활용해 북카페를 만들기로 했어요”

금광블루빌은 20년의 세월을 견뎌온 오래된 아파트였다. 주변에서는 새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럴수록 블루빌만의‘ 특별한 무엇’이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소통’이었다. 흔히 사람들이 아파트를‘ 새장’에 비유하며 단절된 공간이라고 말하지만, 안성람 단장은 그 편견을 바꾸고자 했다. 주민들이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들을 이끌어내면 아파트도 이야기가 넘쳐흐르는 하나의 마을로 탈바꿈되리라 믿었다.

“북카페는 블루빌의 가치를 높이고 나아가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공간이에요. 학생들은 이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숙제를 하고, 육아에 지친 엄마들은 아이를 데리고 와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며 지친 마음을 달래기도 하죠. 이곳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에요. 주민뿐 아니라 광양 시민이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펼치고 싶은 꿈만 있다면요”

행복을 단돈 500원에 팝니다

'블루빌 Book cafe'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에 있다. 커피 한 잔에 500원이라면 믿겠는가. 그리고 무인서비스로 운영돼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앉아있다 갈 수 있다. 또 주기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돼 볼거리도 풍부하다.

“가장 신경을 쓴 건‘ 착한 가격’이었어요. 아이들도 부담 없이 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재료값만 받기로 했죠. 그렇다고 싼 원두를 쓰진 않아요. 최소한의 돈으로, 최대한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한답니다”

안성람 단장이 그 말을 증명하듯 따뜻한 카페라떼 한 잔을 건넨다. 고소한 우유와 진한 원두가 어우러져 입맛을 당긴다. 집에서 쿠키를 가져와 함께 즐긴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 같다. 가격도 저렴해 주머니 사정 걱정 않고 친구에게 인심을 팍팍 쓸 수도 있다.

카페가 개관한 지 일주일도 안 됐건만, 카페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어린이들은 책장에서 책을 골라와 함께 읽었고, 엄마들은 갓난아이를 데리고 와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안성람 단장은 조심스레 마음속에 간직했던 작은 꿈을 풀어놓았다.

▲ 블루빌 북카페의 화려한 시작을 알리다 -11월3일 개관식

“바쁜 일상이잖아요. 그럴수록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걱정 않고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래요. 아이와 부모, 세대를가리지 않고 동전 하나만 가지고, 혹은 그냥 와도 좋죠. 읽을 수 있는 책이 있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웃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소통하고 꿈을 나눠, 일상에 작은 행복을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바로 이곳에서요”며칠 후, 다시 북카페를 찾았다.

어린아이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과제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안성람 단장의 꿈이 머지않아 이뤄질 것만 같다.

_ 장소 : 금광블루빌 관리동 1층 도서관
_ 운영시간 : 아침 10시 ~ 저녁 10시
_ 이용고객 : 광양시민이라면 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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