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추억, 순간을 바라보다 - 1

올해 77세인 김옥자 할머니는 앨범에서 빛바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사진 속 두 사람이 한 지붕 아래 산지 55년, 그 시작이 고스란히 담긴 역사적인 사진이다. 이날 두 사람은 백년가약을 맺었고, 그 약속을 지켜 나가며 슬하에 3남 1녀를 두고 다복하게 살아왔다.

이옥자 할머니는 “하도 오래 돼나서 새색시 마음이 어땠는지 잘 떠오르지는 않지만, 완도의 청산도라는 섬마을의 작은 교회에서 촛불 켜놓고 결혼식을 올렸어. 이날 신랑이 뱃시간을 놓쳐 예정된 시간에 오질 못한 거야. 친정식구들이 배를 따로 마련해 보냈고, 그래서 결혼식을 오후 5시 쯤 올렸지”라며 사진 속에 담긴 추억을 풀어냈다.

이어 “사진 속 늠름한 신랑은 올해 7월에 내 곁을 떠났어. 혼자 가만히 있자면, 그 양반 생각이 나서 눈물이 절로 흘러”라고 말했다.

무엇이든 함께 나눴다. 아픔도, 슬픔도, 기쁨도. 빛바랜 사진이지만 이옥자 할머니는 이 사진을 보면 그 날이 눈앞에 선히 펼쳐진다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더도 덜도 말고 참 행복한 시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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