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렬의 쉴만한 물가

동네 잔치가 있을 때면 온 마을이 함께 흥겨웠습니다. 잔치의 당사자도 즐거운 일이지만 잔치는 역시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야 잔치입니다. 한바탕 그런 잔치가 끝나고 나면 가끔 꼭 행짜를 놓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꼭 잔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동네 잔치의 음식이며 손님 대접이며 여타 모든 일을 다 잘할 수 없습니다. 잔치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돌아보며 잘잘못을 가려보고 살림을 추스려 봐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잔치를 통해 얻은 것을 잘 누리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행짜를 놓는 사람들은 밤이 지나도록 동네를 소란스럽게 하면서 흥을 깨버립니다. 잔치는 함께 즐거워하고 나누면서 일상의 활력소가 되는 일인데 이렇게 되면 활력소가 아니라 걸림이 되어서 그 후유증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원근각처에서 함께 와서 준비했던 옆동네 여수 엑스포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가면서 축제를 마감했습니다. 더불어 우리 동네에서 있었던 화려한 서커스도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끝이 났습니다. 또한 폭염속 여름밤을 설치면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며 온 국민의 마음을 졸이며 기쁨도 슬픔도 아픔도 함께 나누었던 전 세계인의 올림픽 축제도 꼭 같은 날 끝이 났습니다.

모두 ‘국제'라는 이름이 들어간 큰 행사들이었습니다. 시작은 조금 달랐으나 같은 날 마감을 해서 어쩌면 아쉬움이 더 컸는지도 모릅니다. 더더군다나 여름휴가의 끝이어서 축제의 끝은 더더욱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뜨거웠던 여름만큼 말도 많도 탈도 많았지만 우리 모두에게 즐거움과 흥을 돋아 주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아이들에게는 꿈을 꾸게도 했고, 어른들에게는 추억과 삶에 대한 재고와 더불어서 다시금 용기를 얻고 세상을 살아가야 할 이유들을 되새기게도 했습니다.

잔치가 끝이 났지만 정산해야 할 일도,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을 것입니다. 당사자 되는 분들의 꼼꼼한 정산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입니다. 또 잔치에 참여해서 얻은 활력과 꿈들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잊지 말아야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러나 정산도 기억도 우리 앞에 놓여진 삶을 오롯하게 살아가야 할 꺼리가 되어야지 잔치 끝에 행짜를 놓는 사람처럼 아쉬움과 손해에 매여서 현실과 미래를 향하지 않고 과거에 매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삶은 축제입니다. 일정 기간의 축제는 우리네 일상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음을 특별한 계기를 통해서 경험케 한 것입니다. 우린 할 수 있구나, 그렇게 살 수도 있는 거구나 하는 것을, 축제를 통해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일상에서 그런 마음과 활력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흥겹게 매일을 축제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상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그리고 하는 일이 맘대로 잘 안되고 막막할 때마다 지난 여름 있었던 축제를 생각하며 다시금 용기를 얻고 힘을 내서 나아갈 수 있기를... 그래서 매일이 축제같은 날이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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