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강초 학부모 복향옥

“아, 아쉽다. 지금 5학년이라면 내년에는 바이올린을 하고 싶었는데.”

설거지 하는 나의 등 뒤에서 한숨까지 내쉬며 말하는 딸에게 물었다.

“ 무슨 소리야?”

“방과후 학교요, 이제 끝이잖아요. 바이올린은 그냥 학원 보내주세요. 꼭 배우고 싶어요.”

“이구... 바이올린, 진작에 하지는... 공짜로 배울 수 있는 기횔 놓쳤네.”

“그러게요. 암튼 담주 월요일에 발표회 하는데, 오실 거죠?”

아이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반색하며 대답한다.

“ 당연히 가야지. 근데 엄마도 아쉽다 얘. 봉강이랑 곧 이별이라니...”

딸아이가 식탁 위에 올려놓은 방과후학교 공개수업 일정표랑 참관신청서를 들여다 보는 사이, 6년간의 추억들이 그야말로 영화 필름처럼 돌아간다. 특히 피아노 선생님한테는 꼭 밥 한 끼 사야겠는데...(김영란법에 저촉되는 범위를 알아봐야겠다. 끙~)

1학년 때, 방과후 학교 수업으로 피아노를 신청하겠다는 딸에게 “무엇이든 네가 원하면!” 이라는 말과 함께 승낙했었다. 그 일이 있은지 두어 달이 지났을까, 시내에서 우연히 만난 피아노 선생님이 그랬다.

“ 따님, 음감이 남다른 것 같아요. 댁에 피아노 없다면서요. 그런데도 그렇게 인지가 빠를 수가 없어요. 혹시 아시는 피아노학원 있으면 보내 보셔요.”

듣기에는 좋았다. 하지만 음식점이다 펜션이다 해서 눈 코 뜰 새 없던 시기였고 산골에서 읍내에 있는 피아노학원을 다니게 한다는 건 꿈같은 얘기였다. 학원차가 오지도 않을뿐더러 학원 시간에 맞춰 데려다 주고 데려 오고 하는 등의 시간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은 더더욱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교육이라면 무엇이든지‘ 절대 사절’을 외치는 남편을 반할 기력이 그때의 내겐 없었다는 사실도 큰 몫을 차지했다.

아무튼 지금까지 6년 동안 피아노를 놓지 않은 덕분에, 며칠 전 교회 추수감사절 행사에서 시낭송 하는 엄마를 위해‘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멋지게 연주할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흐뭇한 일인가.

방과후 학교 말고도 봄이면 들로 나가 꽃잎 따다 화전을 만들고, 직접 뜯은 쑥으로 떡을 만들어 동네 노인요양원을 찾아가는 아이들, 아무리 심한 말썽쟁이라도 지체가 불편한 친구들에겐 보호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앞세울 줄 아는 아이들, 5~60명의 아이들이 모두 일가친척 같은 학교, 이런 봉강초등학교를 어찌 떠나려나...

며칠 전에는 또, 1인1나무가꾸기 행사의 일환으로‘ 내 나무 이야기 그림전’을 열어아이들은 물론 엄마 아빠들의 가슴에 아름다운 추억을 안겨준 봉강초등학교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는, 어느 멋진 가을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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