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만한 물가 - 라종렬 광양사랑의교회 목사

교회는 유형의 교회와 무형의 교회로 나눈다. 흔히들“ 교회”라고 하면 어떤 건물로 지어진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 건물로서의교회는“ 예배당”이라 함이 옳다. 그런데 이 건물로서의 예배당을 자꾸“ 교회”로 심지어는“ 성전”이라고까지 한다. 그래서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을“ 성구”라고 하며 신성시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을“ 성직자”라 하면서“ 성도”와 구분짓는다.

그러나“ 성전”은 통상 어떤 종교적인 상징 건물을 말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것 또한 잘못된 생각이다. 건물로서의‘ 성전”은 솔로몬이 지은 성전과 포로에서 귀환 후에 보수한 소위 스룹바벨 성전과 예수님이 태어나실 당시부터 70여년 동안 지은 헤롯성전을 말할 때“ 성전”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솔로몬의 성전과 보수한 성전만 인정되고 이미 성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헤롯성전”은 성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종교건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예수님이 오신 이후에 예수님 자체가“ 임마누엘(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로서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참된“ 성전”이셨고, 이후에 하나님의 성령이 거하시는 몸된 성전의 기능은“ 성도들”이 이어가게 되었고, 바로 그 성도들을 통상“ 교회”라고 말한다. 그래서“ 교회”라 함은 보통‘ 예수를 따르거나 믿는 무리나 모임’을 말하고, 그런 성도가 곧“ 교회"인 것이다. 그러나“ 성구”나“ 성직자”를 엄밀하게 구분코자 한다면 교회된 성도가 곧 거룩한 존재요 거룩한 일을 하는 이들로서 모든 성도가 성직자인 셈이다. 그러니‘ 평신도와 성직자’로 구분하고 심지어 이것을 계급화 하여 구분하는 것은 성전의 원래 기능을 상실하고 건물만 남은 헤롯성전과 같은 버림받은 건물이 되어 생명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오늘날 교회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결국 교회의 조직을 계급화하여 하나님의 성령이 거하시는 거룩한 몸 곧 성전으로서의 교회 기능을 잃어버리고 건물로서의 교회와 그 안에서 기득권 세력이 된 지도자들의 잘못된 전횡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성도들” 또한 자신들이 성전이라하는 자각과 성전으로서의 기능을 망각하고 소위“ 성직자”에게 권위와 책임까지 이양해 버리고 그저 종교적인 제의만으로 신자라 생각하면서 살다 보니 종교지도자의 잘못에 대하여 아무런 저항도 교정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가 되어버렸고, 지도자들 또한 자정능력을 상실해 버리고 표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모든 상황의 전환과 개혁은 잘못된 교회론의 신학에 대한 개혁과 이러한 바탕 위에 세워진 조직의 개혁 곧 원래의 의미들을 되찾아 교정해야만 가능한다. 교회가 자신의 교회됨에 대한 올바른 자각과 더불어서 그 기능과 권위, 책임과 의무와 특권을 바로 알고 회복하는 일 또한 병행되어 일어나야만 그나마 희망이 있는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자칭 보수라고 하는 이들이 늘 주장하는 것이“ 애국”이다. 그리고 기득권 세력들도 자꾸“ 애국”을 들먹이다. 그런데 이들이 생각하는“ 국가”는 곧“ 정부”를 생각한다. 이러 저러한 “국가론”에 대한 개념들을 차치하고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정부”는“ 국가”가 아니다.“ 국민”이 “국가”다. 혹 정부는 국가된 국민의 위임을 받은 대리 일꾼으로서 국민의 일을 대신하는 전문적인 사람들이라 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국민을 대신해서 일을 하는 대표성도 위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소위“ 정치”를 한다 하면서 이렇게 위임받은 일꾼들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체 주인된 국민위에 군림하여 일꾼이 주인을 다스리려하고 심지어 주어진 힘을 득세했다고 생각하여 권력을 휘두르면서 국민을 종으로 심지어 개와 돼지로 취급하려 한다.

급기야 국민의 세금으로 일을 하면서 제대로 일을 하기는 커녕 자신들의 권력과 탐욕을 채워가기 위해서 온갖 부정부패는 서슴지 않고 국민을 감시하고 쥐어짜고 군림한다. 민주공화국이라 하면서 왕정시대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거룩한 종교도 이와 같은 조직과 사상이 왜곡되면 부패하는데 잘못된 국가관을 가지게 되면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이 파국으로 치닫는다.

다행히 교회든 국가든 깨어 있는 성도와 국민이 있다면, 거기다가 그런 국민의 나약해 보이지만 단결될수만 있다면 모든 어그러진 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교회는 성도의 본분과 책임, 의무와 권위와 역할과 위치를 다시 확인해야 하고, 국민은 주권과 의무와 책임이 무엇인지 바로 알게 된다면 오만하게 주인행세하고 있는 못된 종들을 갈아치울 수 있고 무너져 가는 것들을 바로 세울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까지 오게된 것이 결국 무지와 무관심 때문인 것을 알고 교회든 국가든 그 정체성과 역사를 확인하고 가치관과 세계관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고 행동하며 살아야 주객이 전도된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다시 만들지 않고 종들이 주인노릇하면서도 무례하기 짝이 없이 설치는 적반하장의 꼴불견들과 실추된 나라의 기강과 주권들을 바로 세우고 되찾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덧붙여 그렇지 않아도 할 일 많은데 온 국민이 이 추운 계절에 못된 종들 타도에 촛불들고 생고생하는 수고도 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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