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준의 별 이야기_ 58

요즘 중학생들이 천문대에 제법 옵니다.

어제 광양시 모 중학교에서 20여명이 별체험을 하고 갔는데, 학생 한 명이 유독 말머리성운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체험이 끝나갈 무렵인 밤9시 가까이 되어 동쪽하늘에 오리온자리가 떠올랐을 때 오리온자리 중앙의 삼태성 아래쪽에 말머리성운이 있다고 레이저 별지시기로 위치를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말머리성운은 맨눈으론 보이질 않습니다. 아쉬워하는 학생에게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보여주었습니다. 300mm 렌즈를 통해 1분간 노출하여 찍은 제법 넓은 화각의 사진에 오리온대성운과 말머리성운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진에서 오리온성운은 제법 잘 알아볼 수 있지만 말머리성운의 모습은 알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붉은 모습이 보일 뿐이었습니다. 학생은 그런대로 아쉽지만 납득하는 듯 했습니다.

하늘에 있는 성운들은 글자 그대로 별 구름 입니다.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 아니고, 주변의 밝은 별빛을 받아 반사하여 그 존재를 나타내는 녀석들입니다. 작은 돌덩어리들일 수도 있지만, 수소나 헬륨 같은 가스일 수도 있습니다. 우주에는 수소가스가 많습니다. 우주 전체질량의75% 가량이 수소라고 합니다. 수소가스는 높은 에너지의 자외선 빛을 받으면 붉은 빛을 냅니다. 그래서 하늘에는 붉은 빛을 내는 성운이 많이 있습니다. 성운은 빛을 반사하여 보이는 것이므로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그래서 맨눈으론 거의 보이질 않고 사진으로 찍어야 볼 수 있는 대상입니다.

말머리성운은 말의 머리 모습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인데, 사실은 보이질 않는 암흑성운입니다. 빛을 반사하여 보이는 성운과는 달리 빛을 반사하지 않거나 흡수하여 검게 보이는 성간구름을 암흑성운이라 합니다.

붉은 성운 앞에 암흑성운이 있으면, 그 암흑성운이 뒤편의 붉은 성운을 가리게 되어, 암흑성운의 모습이 또렷이 나타납니다. 말머리성운은 대표적인 암흑성운입니다. 지구로부터 대략1,500광년 떨어져있다고 합니다.

이 말머리성운의 발견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습니다. 하버드대학 천문대장인 에드워드 피커링교수는 관측자료 정리와 분석을 하는 남자조수들의 작업 질이 마음에 들지 않아, 차라리 자신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던 성실한 윌리어미나플레밍이 더 잘하겠다며, 그녀를 역사상 최초로 천문대 여성조수로 채용했고, 이어 세심한 주의를 요하는 분류작업에 여성조수를 여럿 고용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천문대에서 찍은 수십만 개의 별들의 분류작업을 했고, 1888년 윌리어미나플레밍이 사진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말머리 성운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11월말엔 밤 8시경부터동쪽하늘에서 오리온자리가 올라오므로 화려한 겨울철 별자리를 밤새도록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은 몇 년 전에 제가 찍은 말머리성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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