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준의 별 이야기_ 60

아인슈타인은 1905년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는 물체의 역학을 다룬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1915년 중력을 상대론적으로 다룬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였습니다. 그 후 우주의 이치를 통달한 것 같은 그를 혼란에 빠지게 한 것은 우주가 평화로워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에 보이는 천체들은 어떤 원리로 평화롭게 떠있을까? 우주 공간에 흩어져 있는 천체들은 만유인력의 작용으로 서로 끌어당겨 결국 한 점으로 수축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 끝에“ 우주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중력에 반대되는 힘이 존재한다.”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반중력적인 에너지를 “우주상수”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변함없는 정적인 우주야말로 아름다운 우주라 생각했고, 우주상수야말로 정적인 우주를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때가 1910년대 말입니다.

그런데 1922년 러시아의 프리드만은 전혀 다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우주가 수축하지 않는 이유는 우주가 팽창하는 중인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1921년 광양자설로 노벨상을 받았고,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더 그럴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명인 프리드만의 이론은 별로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1929년 에드윈 허블(당시40세)에 의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뉴턴의 중력법칙,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버금가는 혁명이 일어납니다. 프리드만이 예견했던 우주팽창의 증거를 찾아낸 것입니다. 시카고대학교에서 천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허블은 당대 최고의 관측시설을 갖춘 캘리포니아의 윌슨산 천문대에 1919년 취직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2년 뒤인 1921년 우리은하 밖에 다른 은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 100년 이상 계속돼온 대 논쟁을 종식시킵니다. 우리은하가 우주전체라는 주장과 우리은하는 큰 우주의 일부이고 다른 은하가 존재한다는 대립되는 주장이 100년 이상 지속돼왔던 것을 확실한 증거를 보임으로써 종식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8년 뒤인 1929년 여러 은하들의 관측을 통해 멀어져 가는 은하에서 나오는 빛은 도플러효과 때문에 적색으로 쏠려 보인다는 적색편이 현상을 이용해 우주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밝힌 것입니다.

허블이 처음 발견한 우주팽창 속도는 약500(km/s)/Mpc로 최근의70(km/s)/Mpc와 비교하면 꽤 차이가 납니다. 당시엔 먼 은하를 관측하지 못해 오차가 컸던 것입니다. Mpc는 메가파섹이라는 단위인데, 약300만 광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우주팽창속도는 300만광년 멀어질 때마다70km/s씩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멀리 있는 은하가 빨리 멀어지는 것이지요.

허블의 발견을 아인슈타인은 인정했을까요? 1931년 아인슈타인은 윌슨산 천문대를 직접 방문하고 팽창우주설을 진지하게 받아들였습니다. 훗날 아인슈타인은 프리드만의 제자인 조지 가모프에게“ 정적인 우주를 위해 억지로 만들어 넣었던 우주상수는 나의 인생에 있어 최대의 실수였다.”고 고백했다 합니다.

사진은 윌슨산 천문대를 방문한 아인슈타인과 허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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