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광양시민신문 독자위원장

연말이다. 한해를 뒤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박근혜정권 퇴진운동이 시민의 생활을 덮고 있다. 광장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로 채워져 토론을 하고 공연이 펼쳐진다.

차가운 광장에 앉아 촛불을 들며 함께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다 문득 광장 공포증이란 말이 생각났다. 이어서 광장 공포증의 몇 가지 유형을 생각해 보았다.

하나는 한국적 상황에서 광장에 모인 시민에 대한 집권층의 공포다. 시기적으로 방법의 차이는 있어 왔으나 2016년의 광장은 촛불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평화로운 장소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대규모 자발적 참여로 집권층에게 예의 경험하지 못한 공포를 심어 주었다. 국회는 대통령의 탄핵을 가결했으며 이제 국민의 이름으로 멈추지 않는 국민의 뜻을 관철해 가고 있다.

두 번째 광장에 대한 공포증상은 시민들이 느끼는 것이다. 역사적 순간마다 많은 시민들이 광장에서 다치고 끌려갔다. 때로는 뜻을 관철하고 때로는 좌절하고 집권층에게 짓밟혔다. 광장은 젊은이들이 나아가서 끝내 돌아오지 못하는 막다른 공포의 장소이기도 했다. 많은 시민들에게 회한이 서려있는 곳이 광장이다.

지금 광장에는 다양성이 차고 넘친다. 그 중 첫번째가 학생시민이다. 이들은 파이팅이 넘친다. 광장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이들의 지구력도 성인시민들을 앞서는 경우를 본다. 두 번째는 가족시민이다. 아들딸들과 함께 온 가족시민들은 지속적으로 광장에 참여함으로써 광장을 가족학교로 만든다. 이들로 인해 광장은 따뜻함이 넘친다.

그 뿐 아니다. 시내에서 라이브 바를 운영하는 노래하는 이들의 유쾌한 공연, 부녀가 함께 나와 아버지는 북을 잡고 딸은 소리를 하는 판소리 공연은 시민들의 인기가 대단하다. 곳곳에서 마을 풍물단이 나오고 시를 낭송하고 이제 광장은 축제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조심스레 단상에 나와서 자신의 의견을 차곡차곡 말하는 목소리의 진한 떨림조차 사랑스럽다. 감동적이다.

세 번째는 약간 다른 유형으로 광장 회피증상이있다.

어찌 된 일인지 지역의 유력 인사들이 광장에서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광장이 점차 민주화? 되어 가는 시기와 맞물린다. 그간 광장조차 민주적이지 못했던 점들이 있었다. 주어진 틀에 주어진 단체장의 인사에 앉아 있는 시민들은 그저 앉아서 즐기지 못하고 마냥 꿔다 논 보릿자루 상황들 말이다.

그간 광장의 마이크를 순서대로 독점하던 명망있는 분들이 광장 회피증이 생겨나지 않기를 바란다. 언제든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광장에 나와 자유로이 발언하는 지역의 리더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제 광장에 대한 공포증은 시대착오적 집권층에게만 있을 뿐이다. 광장 회피증이 광장 공포증의 전조증상이 아니길 바란다. 시민들은 스스로의 방법으로 공포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지역의 정치권이나 유력인사들 스스로 광장에 나와서 시민 속으로 유쾌하게 들어와 앉고 손잡아야 한다. 광장에 나온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시민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만 한다. 광장을 회피하던 이들이 선거기간에만 자기중심적 광장을 만들고 선출되어 민의를 대변할 때 이는 곧바로 광장 공포증에 시달리며 시민을 공포의 대상으로 바라 볼 것임은 자명하다.

탁자에 앉아 샘하지 말고 23호 광장으로 나와 신명나는 시간을 시민과 함께 즐기는 것, 그것이 공포와 회피에서 벗어나 권력 속으로 들어와 권력을 나누는 민주주의다.

설장구 자락에, 기타소리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길 바란다. 겨울은 춥고 앞으로도 갈 길은 멀다. 눈보라 몰아치는 남극에 선 펭귄에게서 지혜를 배울때이다.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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