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폭발하는 에너지가 넘쳐나는 한 해 되길

지역 곳곳에서 희망찬 새해 해맞이 행사 풍성

2017년 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해’ 새해가 밝았다.

옛사람은 닭이 오덕(五德)을 갖추었다고 여겼다고 한다. 머리에 관을 썼으니 문(文)이고, 발에 날카로운 발톱이 있으니 무(武)이고, 적을 보면 물러서지 않고 싸우니 용(勇)이고, 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부르니 인(仁)이고, 어김없이 때를 맞춰 우니 신(信)이라했다.

머리의 관(冠)이라 함은 닭의 볏을 은유한 것으로, 관을 썼다는 것은 관직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닭은 벼슬길에 나아감을 기원하는 의미의 그림으로 그려졌다. 지금까지도 닭의 볏을 닭 벼슬이라 부르는 사투리가 흔히 쓰인다.

▲ 태인동 삼봉산 해맞이 행사

2017년 정유년(丁酉年)의‘ 정(丁)’은 붉은색,‘ 유(酉)’는 닭을 의미하고 있어 올해를‘ 붉은 닭’의 해로 부른다. 정유년은 육십간지 중 34번째에 해당하며‘ 붉은 닭띠의 해’다. 특히‘ 붉은 닭’은 봉황에 비유되기도 한다. 예부터 닭은 잡귀나 불온한 기운을 쫓는 상서로운 서조(瑞鳥)로 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울음소리는 한 시대의 시작을 상징하는 서곡(序曲)으로 여겨졌다.

붉은 닭의 해 정유년은 열정과 견고하고 당당하게 폭발하는 에너지가 넘쳐나는 해다.

새해를 맞이하며 저마다 품은 꿈이 이뤄지는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A형 독감이 전국적으로 급속히 퍼지면서 광양시가 해맞이 공식 행사를 취소했지만, 1일 아침 지역 곳곳의 해맞이 장소마다 새해 첫해를 보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 태인동 삼봉산 해맞이 행사

예년에 비해 유난히 포근한 날씨에 하늘도 맑아 선명하게 해가 떠오르자 시민들은 일제히 탄성을 지르며 스마트폰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저마다 새해 소망을 빌었다.

광양 지역에서는 광양읍 서산 해맞이 행사를 비롯해 광양읍 마로산성, 골약동 구봉산 전망대 , 중마동 가야산, 봉강면 형제봉, 태인동 삼봉산, 진상면 불암산, 진월면 망덕산과 국사봉, 다압면 무등암 뒷산, 옥곡면 국사봉 해맞이 행사 등이 펼쳐졌다.

▲ 광양읍 서산 일출

광양읍 서산에는 이른 아침부터 정유년 첫날의 해를 보기 위해 가족과 친구, 연인이 함께 산을 올랐다. 광양불고기특화거리 발전협의회는 따뜻한 대추차와 떡을 준비해 산에 오르는 이들의 추위를 달래주기도 했다. 정유년의 해가 저 멀리서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해돋이를 보러 온 사람들은 한마음으로 환호했으며 서로에게 새해 덕담과 복을 기원해주기도 했다.

▲ 골약동 구봉산 전망대에서 본 일출

골약동 구봉산 전망대 해맞이 행사에는 새벽 5시부터 해돋이를 보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줄줄이 늘어선 차량들은 구봉산 초입까지 이어졌다. 시민들은 골약동 청년회가 마련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전망대까지 걸어 올라갔다. 어둠에 잠겨있던 컨테이너 부두와 제철소는 7시가 지나자 조금씩 제 모습을 드러냈다. 500여명의 시민들은 모두 한 곳을 바라보며 정유년 새해가 떠오르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마침내 7시 46분경, 안개에 잠긴 이순신대교 너머로 붉은 해가 떠올랐다. 시민들은 카운트다운을 세며 벅찬 새해의 감동을 함께 누렸다. 시민들의 소망이 하나하나 모이자 어둡던 광양 시내가 어느새 환히 밝아졌다.

▲ 중마동 가야산 해맞이 행사

가야산에서는 가람회 주관으로 새해소망 기원제가 펼쳐졌으며, 모던색소폰 봉사단은 가야산동백쉼터입구 육교위에서 색소폰 연주와 커피봉사를 했다.

태인동 삼봉산 해맞이 행사에는 태인동청년회와 태인동발전협의회 주관으로 태인동 발전기원제례와 포스코 안전기원제가 펼쳐졌고, 봉강면 형제봉 해맞이 행사에는 봉강면 청년회에서 해맞이객을 위한 떡국을 준비했다.

▲ 태인동 삼봉산 해맞이 행사

옥곡면 국사봉 해맞이 행사에서는 한울회와 옥곡사랑청년회가 해맞이객을 위한 떡국을 준비했으며, 진상면 불암산 해맞이 행사에는 진상면 청년회 주최로 떡국 제공과 안녕기원제가 펼쳐졌다.

▲ 골약동 구봉산 전망대 해맞이에서 만난 어린이

진월면 망덕산과 국사봉 해맞이 행사에서는 각각 어울림산악회와 청송회가 해맞이객을 위한 떡국을 준비했고, 다압면 무등암 뒷산 해맞이 행사에서는 다압면발전협의회가 기원제를 올렸다.

■새해에 만난 사람들

“인생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마음만큼은 한결같게”
서정순(광영동ㆍ66)

해맑은 미소로 새해에는 처음 가진 마음이 한결같길 바란다는 서정순씨(66). 작년에는 나라 안팎으로 시끄러워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올해에는 잘 풀리게 될 거라고 희망을 이야기 했다.

서 씨는“ 연말 분위기도 예전과 달리 조용하게 지나버린 것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새해의 해가 떠오르니 어느새 벅찬 감동으로 가득하다”며“ 사람들은 돈, 명예, 젊음이 모든 것들을 쫓아다니는데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들은 영원하지 못하고 잠시 잠깐이다. 정직과 신념, 그리고 마음속에 빛나는 희망을 안고 한결같이 살아가는 게 삶의 지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올해는 남편과 나, 그리고 자녀들이 건강했으면 좋겠고, 가족 모두가 새해 첫 날 가진 다짐들을 항상 잊지말고 열심히 지켜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난영 기자


“이 나이 먹고 뭘 더 욕심내겠는가, 건강이 최고지”
신영순(광영동ㆍ73)

떠오르는 정유년의 새해의 기상처럼 우렁찬 목소리로 새해 소망을 전하는 신영순씨(73)는 올해에 소망은“ 첫번째도 건강, 두 번째도 건강”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내 몸 어느 한 곳 아픈 곳 없으면 좋겠고, 내 가족들도 건강했으면 좋겠고, 내가 사는 마을 사람들도 다 건강했으면 그게 제일이라~”며 소리 내 웃었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렇듯 자식은 항상 그립고 걱정의 대상인 모양이다.

신 씨는“ 좀 더 욕심내면 올해는 내 자식들 바라는 일들이 술술 잘 풀리면 더 좋겠어. 부모는 자식이 항상 잘되고 항상 웃으면서 살 수 있기를 평생소원으로 알고 산다네”라고 말했다.

또“ 잘 되면 본인만 알지 말고 주변의 어려운 사람도 돌보고 여러 곳에 따뜻한 정도 나누고 남한테 그렇게 베푸는 삶을 살도록 매일 소원할 걸세”라고 전했다. 최난영 기자


“소원은 비는 게 아니라 노력해서 이루는 거야”
전우만기(광영동ㆍ75)

올해로 75세인 전우만기씨에게 어떤 새해 소망을 빌었냐고 묻자“ 소원을 빌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어“ 마음에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면 비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서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년의 햇살 아래‘ 새로운 가르침’이 내리 비추는 것 같았다. 그는 본인의 건강을 위해 좀 더 노력할 것이고,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마을 경로회장으로서 주민들이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장수 할 수 있도록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우만기씨는“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너무 많은 소원들을 비느라 정신이 없어. 그런데 연말이 되면 자신이 빈 소원이 무엇 이였는지도 생각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야”라며“ 노력하면서 그 안에서 행복하게 지내도록 노력하면 그게 최고 아닐까”라고 전했다. 최난영 기자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신영식ㆍ윤미란ㆍ신나라ㆍ신종욱 가족

“무엇보다 가족 모두 건강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광양읍에서 유림웨딩홀과 삼성니콘카메라를 운영하는 신영식씨 가족은 지난해까지는 광양 서산에서 일출을봤으나, 올해는 구봉산에서 일출을 가족과 함께 했다.

새해 첫날 신영식 가족은 해돋이를 보러 많은 시민들이 올 것 같아 온 가족이 전날 저녁11시에 미리 올라와 차에서 밤을 지새웠다. 수고로움을 더한 후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자니 새로운 힘이 더욱 솟았다.

신영식 씨는“ 작년에는 새롭게 시작하는 타 경쟁업체들이 많이 생겨 어려웠지만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불경기였기에 온 가족의 힘으로 슬기롭게 이겨냈다”며“ 붉은 닭의 기운을 안고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새로운 기획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부인 윤미란 씨는“ 금년에는 돈도 많이 벌고 무엇보다 가족이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아들 신종욱(18)군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니 성적이 오르길”, 딸 신나라는 양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박주식 기자


“더 이상 아프지 말자, 사랑해”
김동철(48) 이동숙(48) 김성환(14) 김지형(13)가족

이른 새벽부터 구봉산 정상을 찾은 김동철 씨 가족. 그들에게 2017년은 새 삶의 시작과 맞닿아 있다. 지난 한해 부부가 함께 암 투병을 하게 되면서 힘겨운 날들을 보내야했지만, 두 아이의 응원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김성환 아들은 "새해에는 가족이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함께 프랑스로 여행을 가고 싶어요. 근데 프랑스어는 잘 못해요"라며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

김지형 막내딸도 "부모님이 건강해지셔서 해보고 싶은 거 다해보고, 세계일주도 하고 싶어요"라며 뜻을 같이했다.

이동숙 아내는 "다른 것 바라는 것 없어요. 그저 가족이 빠짐없이 다 건강하길 바라요. 아, 돈도 좀 많이 벌었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가족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김동철 씨는 "올 한해 가족들이 모두 웃으면서 지냈으면 해요. 그리고 여보, 2017년에는 우리 더 이상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살자••• 사랑해"라고 속마음을 고백했다.
옆에 있던 아이들은 '닭살이야'라며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김신희 기자


“씩씩하고 건강한 아들, 멋진 친구가 돼주길”
광양112자전거봉사대 부대장 이선아씨

“저와 늘 함께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인 남편과 함께 사랑하는 아들이 있어 매시간 감사합니다”

지난해 광양112자전거봉사대와 서초울림통 활동을 통한 봉사로 누구보다 바쁘고 뿌듯한 한해를 보낸 이선아 씨는“ 따뜻한 곳을 찾아 나눔의 소리를 울려주는 서초울림통과 광양112자전거봉사대 대원 가족들이 있어 올 한 해도 더욱 빛이 나는 행복한 내일의 시간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2016년 격동의 시간을 힘들게 이겨냈듯이 금년에도 모두가 잔잔한 평화와 함께 부족함속에서도 모두에게 감사하며 서로에게 진정한 힘이 되었으면 한다”고말했다.

이선아 씨는 새해 소망으로“ 남편이 지금처럼만 변함없이 저를 사랑해주고 건강하고 직장에서도 존경받는 분으로 민의 봉사자로서 섬기기를 다할 수 있길”기원했다.

또“ 지난해 사춘기가 와 말 붙이기도 무서웠던 중2 아들이 이젠 중3으로 올라가니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편식 없이 씩씩하고 건강한 아들, 서로에게 멋진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아들이 돼 주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박주식 기자


“AI가 사라져서 빵가게들이 하루빨리 안정 되찾길”
정순이씨(단수이카스테라 대표)

광양시티프라자에 새로 둥지를 튼‘ 단수이카스테라’ 정순이 사장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카스테라 한 판을 자르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며, 고객에게 최상의 빵을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느라 한겨울에도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있다. 그의 올해 소망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하나.‘ AI'가 사라지는 것이다.

“개업한 지 겨우 2주 됐는데 AI가 터져버렸어요. 달걀자체가 이동이 안 되니까 수급도 어려워요. 게다가 카스테라가 계란이 좀 많이 들어가나요? 새해에는 AI가 말끔히 사라져서 모든 빵가게 업체들이 시름을 덜고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았으면 좋겠어요”

AI가 사라지면 그 다음 소망은 무엇이냐 물으니, 주방에서 열심히 반죽을 하고 있는 직원들을 한 번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하루 매출을 100만원 이상 찍고 싶어요.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보나스라도 더 챙겨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면 직원들도 신이 나서 더 맛있는 빵을 만들 거고, 덩달아 시민들도 좋은 카스테라를 맛볼 수 있겠죠” 김신희 기자


“새해에는 한 달에 용돈 4만원을 받고 싶어요”
(백운초 4학년 남핵생)

학교를 마치고 씩씩하게 바둑학원으로 향하는 백운초 4학년 남학생. 새해 소망을 물으니‘ 말해도 되나’라는 표정으로 슬금슬금 눈치를 본다.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더니 조심스레 말문을 연다.

“새해에는… 용돈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한 달에 만 원 받고 있는데요, 쫌 많이 부족하긴 하죠. 맘같아서는 한 달에 4만원 정도 받고 싶지만… 조금만 올려주셔도 감사히 받을게요”

물가상승에 따른 경기침체는 초등학생의 삶에도 적잖은 타격을 미쳤다. 만원 한 장으로는 과자 서너개 사기도 버거운 세상이 돼 버렸으니 말이다. 학생이 제시한 돈은 월 4만원, 그 돈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으니 뜻밖에도 커다란 꿈이 그 안에 담겨있었다.

“용돈을 많이 받고 싶은 이유는 바둑 USB를 사고 싶기 때문이에요. 지금 바둑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이제 못다니게 될 것 같거든요... 그 유에스비가 있으면 집에서도 혼자서 바둑을 둘 수 있대요. 그래서 광양의 이세돌이 되려고요” 김신희 기자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