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리틀 야구단, 정영진 감독과 16명의 선수들

▲ 광양시 리틀 야구단.

투수 손에 있던 공이 허공 위로 던져졌다. 타석에 선 선수의 모든 신경은 공으로 집중된다. 볼카운트가 유리할 때는 가장 잘 칠 수 있는 좋은 공을 기다리는 것이 야구의 진리다. 야구는 실패를 가르친다. 공이 아닌 사람이 들어가야 점수가 인정되는 게임, 실책 한 번에 모든 상황이 힘들어 질 수 있지만, 홈런이라는 역전의 카드가 있다.

2017년 1월 19일 오전 9시 10분, 광양시 눈소로에 위치한 야구장에서 광양시 리틀 야구단 정영진 감독(41)과 16명의 선수들을 만났다. 선수들은 기합 소리를 내며 몸을 풀고 있었다. 올해 4살이 된 광양시 리틀 야구단은 지난 2014년 4월 창립됐다.

정 감독은 창립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아려온다. 야구단 창립 선수를 모집하기 위해 직접 전단지를 돌렸다. 야구단을 더 많이 알리고자 찾아간 시청에서는 홀대 받았다. 친분이 있던 목사의 권유로 광양을 처음 만났지만, 연고도 없는 곳에서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실패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야구의 세계인만큼 버텨보기로 했다. 야구를 할 만한 곳도 없었다. 그래서 폐교를 찾아다녔다.

▲ 광양시 리틀 야구단이 더 좋은 환경에서 실컷 야구를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정 감독은“ 불모지에서 선수들을 데리고 연습을 하고 게임을 진행했다”며“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해주는 아이들에게 고맙고, 부모님들에게 죄송했다”고 씁쓸해했다. 공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는 선수가 야구단에 들어왔다. 게임은 할 수 있을까 막막했다. 하지만 정 감독은 그 어떤 선수도 포기하지 않았다. 공도 못 잡던 선수를 이끌어 한국리틀야구연맹 호남지부 춘계리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가 하면‘ U-12 전국유소년야구대회’ 에서 8강에 진입했다. 리틀 야구단의 피나는 노력 덕분일까. 현재는 시에서 임시 야구장을 마련해줬다.

선수들과 함께일 때가 가장‘ 행복’

정 감독은 샌디에고 파드리스 선수 출신이다. 은퇴 후 고향으로 돌아가 야구를 가르치는 것을 꿈꿨다. 미국에서 배웠던 야구 기술들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정 감독은“ 미국 야구는 틀에 박혀 있지 않아 아이들이 더 재미있게 야구를 배울 수 있다는장점이 있다”며“ 미국에서 배우고 온 많은 것들을 리틀 야구단 선수들에게 접목시켜 각 선수들이 가진 매력을 더 살려주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배워왔던 것들을 한국에서 접목하려니 안 맞는 것들이 많았다. 문제는 기본기였다. 정 감독은 정형화된 기본기를 가르치는 것보다 선수 스스로가 고민할 수 있는 기본기를 알려주고 싶었다. 정 감독은“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선수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재능, 능력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어린 선수들을 틀에 가두는 것은 잠재력을 가두는 것과 같다” 고 말했다.

▲ 리틀 야구단 주장 임채민 선수.

리틀 야구단 주장을 맡고 있는 임채민(13)선수는“ 지난 전국대회에서 아쉽게 3등을 차지했는데, 이번에는 1등을 목표로 하고 게임에 임하겠다”며“ 열심히 해서 매 경기마다 늘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연습 게임 중인 박시호 선수.

박시호(13)선수는 하동군에 산다. 야구를 하기 위해 매일 광양으로 온다. 박 선수는 NC 다이노스 박석민 선수와 밀워키 브루어스 소속인 에릭 테임즈 선수를 좋아한다며 그들처럼 멋진 선수를 꿈꿨다.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다가 야구를 접했다는 박 선수는 처음으로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고백했다. 박 선수는“ 후배들이 야구 선수라는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더 안전한 운동장이 생기면 좋겠다”며“ 열심히 하다가 다치는 후배나 선배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정 감독의 바람은 아이들이 더 안전한 곳에서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 감독은“ 광양에서 전국대회를 유치하는 것이 목표”라며“ 아이들이나 광양 시민들에게 야구를 알리는 것이 꿈”이라고 전했다. 젊은 교육을 꿈꾼다는 광양시가 훗날 예비 프로야구 선수들을 위한 기틀을 마련해 주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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