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귀는 참으로 희한하다. 부정적인 말에는 솔깃하면서 긍정적인 말에는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광양 매실 또한 그렇다. 청매실 씨앗에 독성이 있다는 방송보도가 나간 이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매실청이 몸에 안 좋다더라’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혔다.

그러나 사실은 어떠한가? 2년 이상 숙성된 매실청에는 문제의 아미그달린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1년 이상 매실청에도 아주 극소량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 양이 길가에 사먹는 사과주스보다 적다고 하니 괜한 걱정이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하지만 여전히 매실 농가의 소득은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사람들은 ‘~~하다더라’ 식의 자극적인 말만 기억할 뿐 해명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러한 오해를 풀고자 광양시가 동분서주 움직이고 있지만 ‘이거다!’하는 희망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용역보고회 현장 역시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항당뇨 효과를 기대하며 회의장을 찾았지만, 돌아가는 길엔 다들 바람 빠진 풍선처럼 너덜너덜한 희망만을 가지고 나갔다.

결과적으로 ‘항당뇨 효과’는 없었으며 ‘항균능력’도 없었다.

추가로 실시된 소독제 효력평가법에서는 ‘원액’에 한해서 99.9%의 저해율을 보였지만, 매실청 원액 자체가 산도가 높아 균이 서식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또한 보통 원액 자체보다 희석해 음용하기 때문에 큰 기대를 바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유일하게 건진 것이라고는 ‘당뇨 쥐에서 혈당상승 작용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실험결과에 비추어 ‘당뇨질환자가 매실청을 섭취해도 최소한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론’뿐.

광양시는 이 일말의 희망에 기대어 긍정적인 보도자료를 내보내며 매실 소비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했다.

부제목에는 ‘혈당 안정화’ ‘혈중 인슐린 감소’ 등의 단어를 써 주목을 끌었지만 ‘정상 쥐’에 한정된 것이라 당뇨질환자와는 관계가 없다.

이처럼 현실을 직시한 정확한 자료보다, 일부분을 강조해 마치 효능이 있는 것처럼 묘사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정적인 영향이 없는 것일 뿐이지, 그렇다고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당뇨를 앓고 있는 한 시민은 이러한 연구결과에 대해 “인간에게 미치는 효과를 정확히 검증했으면 좋겠다”며 “질환과 관계된 것인 만큼 오버해서 홍보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확실한 농가소득 향상을 위해서는 ‘추론’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효능이 필요하다.

여기서 매실청은 그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용역사 (주)크로엔 부사장이 “매실청은 섭취 시 피로회복, 몸의 기능을 향상시켜주는 요소는 보이지만, 치료보다는 ‘보완’에 가까운 영양제”라고 말했듯이 우리는 잠시 매실청을 내려놓고 진짜 가야할 길이 어디인가 생각해봐야할 때다.

‘매실농축액’은 어떠한가. ‘매실농축액의 항균성 검색(2004)’ 논문에 따르면 ‘높은 항균효과를 지닌 매실농축액이 앞으로 천연보존료로서 개발 이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외에도 변비를 심하게 앓고 있던 한 시민에게 매실농축액을 건넸더니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나 ‘장청소 약’보다 훨씬 부드러운 쾌변효과를 보았다는 평을 들었다. 비록 고가의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그 값이 고스란히 ‘가치’로 환산된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광양시도 여전히 매실 화장품 등 응용제품으로써 활용 가능성을 두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뭐든 시도해보는 것은 나쁠 게 하나도 없겠지만, 그 과정에서 다소 실망스런 결과가 나오더라도 애써 ‘변명’으로 치장하지는 않기를 바랄뿐이다.

연구결과의 아주 작은 한 측면만을 부각하며, 진짜 알아야할 사실을 덮어버리는 것은 농가에게 잠시나마 ‘희망’을 줄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못한다.

길은 어디에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지금 그 길을 정직하게 찾아가는 중이라고 믿는다. 이 길이 아니라면,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 또한 현명한 처사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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