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람 기자의 호루라기

두 딸을 둔 아빠를 만났다. 딸들이랑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면서 9급 공무원을 하겠다는 첫째 딸에게 그랬단다. 그래, 너는 꼭 공무원 해. 그리고 세상을 바꿔봐 라는 말까지 덤으로 얹어서 말이다. 이어지는 딸의 말은 9급 공무원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냐는 것이었다. 거기서 아빠는 멈췄어야 했다.

아니, 그러니까 너가 9급 공무원보다 행시를 봐서 3급을 하면 너는 세상을….

아빠는 곧 딸에게 “아빠 또 시작이다”라는 말을 들어야했다. 갑자기 서운함이 솟구친다. 이 아빠의 고민은 딸들과 오래 대화를 하고 싶은데, 어느 순간 훈계로 이어져버린다는 것이다. 문제가 도통 뭔지 모르겠다는 아빠의 입술 사이에서 곧 한숨이 나온다. 자녀들과 대화를 오래 하고 싶다면 의사소통이 잘돼야 한다. 잔소리라고 듣는 가장 큰 이유는 의사소통이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의 비극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지식이 부족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자녀들 입장에서 부모는 너무 말이 많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해도 서로 너무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대화를 잘 이어나가더라도 끝날 때쯤은 보통 한 쪽은 나무라며 지시를 하는가하면, 또 한 쪽은 부인하거나 변명한다.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접근 방식부터 바꿔야한다. 새로운 대화의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존중’과 ‘기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대화의 방법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쉽게 감정을 상하게 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녀들은 부모에게서 설교나 일방적인 훈계를 듣기 싫어한다. 비난 받는 건 더 싫어한다. 고질적인 문제는 이미 부모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시작이다’라는 말은 비단 가족과의 대화에서만 나오는 말이 아니다.

취재 차 행사장을 나가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시장님 말이 너무 길다” 는 소리다. 자녀와 오래 대화를 하고 싶은 아빠나 시민들을 위한다는 시장님은 때와 장소를 가려 제발 말은 짧고 굵게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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