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곡 시장 일미 떡집 박수병·김홍순 부부

옥곡 시장이 분주하다.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월대보름에는 풍성한 먹을거리가 빠질 수 없다. 시장에는 고사리, 취나물, 토란줄기, 무말랭이, 콩나물 등을 파는 어르신, 부럼이 가득 든 봉지를 팔고 있는 어르신들이 정월대보름의 풍경을 가득 채워주고 있다.
정월대보름, 음력1월 15일 정월 보름날로 1년중 달이 가장 밝고 크게 빛나는 날이다.

땅콩이나 잣·호두·밤·은행 등 부럼을 나이 수대로 껍질째 깨물거나 까먹으며 올 한 해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빈다. 부럼도 좋고 나물도 좋지만 정월대보름에 ‘이것’을 안 먹어주면 서운하다. 바로 쌀·보리·조·수수·팥 등 다섯 가지 곡물을 섞어 지은 오곡밥과 찹쌀·대추·밤·팥 등을 넣어 만든 약밥과 찰밥이다.
정월대보름이 떡집의 대목이라는 ‘일미 떡집’ 박수병(59)·김홍순(55) 부부를 만났다.

▲ 옥곡 시장 일미 떡집 박수병·김홍순 부부

올해는 나라도 지역도
더 건강하고
더 풍요로워지길


“기자 아가씨, 전화 좀 받아줘”
취재를 하러 간 기자는 순식간 일미 떡집 아르바이트생이 됐다.

김홍순 씨는 “정월대보름 같은 경우에는 주문이 밀리는데다 혼자 일을 하다 보니 주문을 받아놓고도 찰밥을 만들어 놓지 못해서 손님에게 된통 혼난 적도 있다”며 “얼마나 미안하던지, 정신없이 바쁠 때는 실수를 많이 한다”며 겸연쩍어했다.

김 씨는 “그래도 단골들이라 다 이해해준다”며 “찰밥을 더 맛있게 만들어 주는 걸로 미안함을 대신하고 있다”며 단골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바쁜 아내를 바라보며 남편 박수병 씨는 “나는 그저 옆에서 소일거리만 거들 뿐”이라며 “그냥 옆에만 있어줘도 아내한테는 힘이 될 것”이라며 아내를 향해 웃어보였다.박수병·김홍순 부부는 중매로 만나 1986년도에 부부의 결실을 맺었다. 김홍순 씨는 태인도에서 사진관을 했다. 안 해본 일이 없다. 유치원 조리사로 일하면서 지인에게 떡집 제안을 받은 뒤 덜컥 떡집을 인수받고 말았다.

김홍순 씨는 “나는 인절미의 인자도 모르던 사람이었다”며 “떡을 만들지도 몰라서 안산으로 서울로 떡을 배우러 다니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많이 고단했다. 건강도 잃었다. 하지만 떡이 참 맛있다고 또 찾아주는 손님들을 보면서 다시 기운을 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일미 떡집은 어느덧 12살이 됐다.

한 번 단골은 영원한 단골

오토바이 한 대가 떡집 앞에 멈춘다. 진상면에 거주하는 이돈원(78)씨는 칼바람 속을 뚫고 옥곡 시장까지 왔다. 매년 일미 떡집에서 찰밥을 사가고 있는 특별한 단골 손님이다.

이 씨는 “나 어릴 적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대보름만 손꼽아 기다렸다”며 “손주들과 함께 찰밥을 먹으면서 올해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원을 빌고싶다”고 말했다. 김홍순 씨는 “옛날이야 오곡밥이나 나물이나 다 직접 해먹었지만, 요즘은 떡집에서 찰밥을 사가는 사람들이 많다. 다들 바삐 살기 때문인 것 같다”며 “사회 분위기가 안 좋아도 이럴 때일수록 잘 챙겨먹고 힘내야 지역도 살고 나라도 살지 않겠나”라며 위로를 전했다.

박수병 씨는 “가족과 지인들과 맛있고 건강한 찰밥을 챙겨먹고 올해는 모두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면 좋겠다”며 “매년 정월대보름날 주문을 받아주면서 아내가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며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고 바랐다.

박 씨는 이어 “올해 시집가는 딸도 알콩달콩 잘 살기를 바란다”고 정월대보름을 맞아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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