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월면 중도마을로 시집온 황분심(78)씨는 사진 속 아낙들을 벗 삼아 반평생을 그곳에서 지내왔다. 건강이 좋지 않아 작년 중마동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요즘에도 중도마을 벗들로부터 경로당에 한번 놀러 오라는 전화가 자주 온다.
황씨는 “함께한 세월이 얼마야. 매일 보고, 같이 일도 하고, 가족과도 같은 사람들이지”라며 마을 아낙들과의 추억이 깃든 사진 한 장을 꺼내 인물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설명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고 사진에는 없지만 자매처럼 지낸 이도 있다고 덧붙였다.
황 씨는 “예전에는 요즘처럼 여행을 자주 다니지 못해. 동네주민 친목계에서 일 년에 한번 봄이 오면 버스 불러 타고 나가지. 이날은 하동으로 놀러가려고 다들 꽃단장 하고 나왔어. 그 기념으로 출발하기 전에 마을 앞에서 찍은 사진이네”라고 전했다.
시부모님 봉양하랴, 농사일 하랴, 집안일 신경 쓰랴, 당시의 아낙들은 몸이 열 개여도 부족했다. 거울 한번 들여다 볼 시간도 여의치 않았지만, 아낙들 마음속에도 ‘여자’가 있었다.
“여행 다닐 때 한복이 얼마나 거추장스러워, 그런데도 그땐 놀러 간다하면 무조건 한복이야. 하긴, 그때 아니면 또 언제 이쁘게 입어보겠누~”
최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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