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월면 중도마을로 시집온 황분심(78)씨는 사진 속 아낙들을 벗 삼아 반평생을 그곳에서 지내왔다. 건강이 좋지 않아 작년 중마동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요즘에도 중도마을 벗들로부터 경로당에 한번 놀러 오라는 전화가 자주 온다.

▲ 70년대 봄,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황분심 씨(맨 우측 아래)와 주민들이 버스에 오르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씨는 “함께한 세월이 얼마야. 매일 보고, 같이 일도 하고, 가족과도 같은 사람들이지”라며 마을 아낙들과의 추억이 깃든 사진 한 장을 꺼내 인물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설명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고 사진에는 없지만 자매처럼 지낸 이도 있다고 덧붙였다.

황 씨는 “예전에는 요즘처럼 여행을 자주 다니지 못해. 동네주민 친목계에서 일 년에 한번 봄이 오면 버스 불러 타고 나가지. 이날은 하동으로 놀러가려고 다들 꽃단장 하고 나왔어. 그 기념으로 출발하기 전에 마을 앞에서 찍은 사진이네”라고 전했다.

시부모님 봉양하랴, 농사일 하랴, 집안일 신경 쓰랴, 당시의 아낙들은 몸이 열 개여도 부족했다. 거울 한번 들여다 볼 시간도 여의치 않았지만, 아낙들 마음속에도 ‘여자’가 있었다.

“여행 다닐 때 한복이 얼마나 거추장스러워, 그런데도 그땐 놀러 간다하면 무조건 한복이야. 하긴, 그때 아니면 또 언제 이쁘게 입어보겠누~”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