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ㆍ귀촌인들 찾는‘ 인기 마을’ 위해 노력

광양시에는 280여개의 마을이 있으며, 각 마을 마다 고유의 특성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고 있다. 시민신문은‘ 이장님 막걸리 한 잔 하시죠!’를 기획해 직접 지역내 마을을 찾아다니며각 마을의 이장님을 만나 뵙고 생생한 마을의 소식과 각 마을의 보석 같은 숨겨진 이야기,아쉽게 잊혀져가고 있는 이야기, 골목과 토담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내며 기록한다. <편집자 주> 막걸리 협찬: 광양주조공사

▲ 다압면 내압마을 차주열이장

진상면과 다압면을 이어주는 고갯길인 ‘토끼재’. 과거에 토끼가 많아 그렇게 이름 붙여졌으며 이 지역에서 토끼사냥을 하기도 했다.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 넘다보면 저 멀리 내압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올해로 2년차 내압마을의 이장직을 맡고 있는 차주열(70)이장을 만나러 가는 길, 벌써 꽃망울이 맺힌 매화나무들이 보인다. 어느새 봄도 훌쩍 토끼재를 넘고 있었다.

과거에는 내압마을과 외압마을을 합쳐 ‘압척’이라 했는데, 섬진강이 침식돼 만을 형성된 곳에 오리가 많이 살고 있어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차 이장은 “옛 어르신들은 압척이라고도 했지만 ‘월채’라고도 불렀다. 섬진강에서 바라볼 때 내압마을이 안쪽에 있다해 ‘안 월채’, 외압마을은 섬진강 쪽으로 튀어 나왔다고 해 ‘바깥 월채’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마을은 무엇보다 장수하는 이들이 많다. 차 이장의 어머니는 올해 97세로 마을에서 가장 연장자다. 주민들은 건강하게 장수하는 비결로 “공기 좋고, 인심 좋고, 다 한 가족처럼 좋으니 건강할 수밖에”라고 말했다.

내압마을은 매실, 녹차, 고사리, 감, 밤 등을 주산물로 하며 현재 30가구, 90여명이 살고 있다. 인근에 있는 농촌마을과 달리 세대수가 점차 늘고 있고 유치원생부터 대학생, 3~50대까지 다양한 인구층이 분포한다.

차주열 이장은 “들어오는 사람은 있어도 나가는 사람은 없다. 올해도 4가구나 우리 마을로 들어왔는데 이것은 아마도 친근한 마을 주민들과 주변 자연환경이 주는 감흥 때문 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 서울로 상경했고, 줄곧 그곳에서 생활해 왔다. 서울에서 공직생활을 했던 그는, 퇴직 한 후 몇 년 전 다시 고향으로 귀농했다.

차주열 이장은 “3년 전에 다시 마을로 들어와 농사를 짓고 있다. 어찌 보면 서울에서 살아온 시간이 더 길지만 홀로 계신 어머니를 봉양하고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았던 ‘정’을 고향에서 다시금 느끼고 싶었던 것이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고향에 다시 들어 온지 첫 해, 서울과 광양을 오고가며 온전한 정착에 대해서는 가족들과 좀 더 시간을 두고 의논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다음 해 마을 주민들의 권유에 의해 이장직을 맡게 됐다.

차 이장은 “이장직을 맡고 나니깐 서울에 올라가 하루만 보내도 마을 일이 걱정이 돼 좀처럼 마음 편히 머물지 못했다”며 “나를 다시 진정한 내압주민으로 만든 것은 우리 주민들”이라고 말했다.

차 이장과 주민들은 막걸리를 나누면서 과거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전해 들었던 이야기들을 하나, 둘 씩 꺼냈다. 느랭이골을 두고 ‘느릿하게 생긴 길다란 골짜기’라는 이야기, ‘예전에 노루가 많았다는 이야기’ 등이 오고갔다.

그러던 중 주민 한 사람이 “봄이 되면 마을 안이 화사한 매화로 수놓아져 장관을 이루는데 우리 마을에 들러 매화도 보고 잠시 쉬었다 가는 여행객들도 많다”며 “나중에 꽃 필 때 꼭 다시 한 번 마을에 들러서 매화꽃 보다 더 아름다운 마을의 전경을 감상해 보라”고 당부했다.

주민들 사이에 ‘일 잘하기로 소문 난’ 차 이장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마을회관 안에 화장실이 없어 어르신들이 불편해 한다는 것을 알고 시에 건의해 오는 3월에 화장실 공사가 시작되게 했고, 하천공사나 농노 등 마을에 필요한 일들을 스스로 찾아 개선코자 노력하고 있다.

이 날도 어르신들이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함이 있다며 “버스가 다니질 않으니 젊은 사람들은 괜찮지만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은 저 아래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 나가 타거나, 이 또한 시간 맞추기가 힘들면 삼삼오오 모여 택시를 타고 나가야 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다른 마을에는 ‘100원 택시’ 같은 것도 있던데 우리에게도 그런 혜택을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잔을 가득 채운 차주열 이장은 주민들에게 건배를 청하며 “내 부모님이 살아온 곳이고 내 가족 같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에서 남은 임기동안 주민들의 소득증대,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에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귀농, 귀촌인들이 찾는 내압마을로 거듭나도록 봉사할 테니 지금처럼 많이 도와 달라”며 막걸리 잔을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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