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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생존의 갈림길에서김광희(광양보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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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19  22: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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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희 광양보건대학교 교수

해마다 신입생 모집안을 확정하는 4월쯤 되면 전국 대학들은 학과 구조조정 때문에 한바탕씩 홍역을 앓는다. 대학 본부에서는 경쟁력 제고를 내세우며 비인기학과의 통폐합을 요구하고, 학생들은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 경제논리에만 휘둘리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키운다.

그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하더라도 구조조정을 고민하는 대학의 솔직한 속내는 ‘돈’ 문제다.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내는 학과를 남기고 이른바 ‘가성비’가 낮은 학과를 폐지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골자다. 게다가 구조조정이 구성원들의 타협 없이 본부나 재단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 학교는 극심한 내홍을 치르게 된다. 해마다 벚꽃 화려한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생존 갈등의 역설적인 모습이다.

오늘날 우리 대학에는 이상론과 현실론, 목적론과 방법론이 맞서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대학은 수익 창출을 위한 기업이 아니다. 인간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요, 지식과 문화를 창조하고 계승하는 역사적 전수기관이므로 취업 선호도나 경제적 수익만을 따져 학문을 평가할 수 없다는 주장은 분명 옳다.

그러나 대학 운영의 실무를 담당하는 쪽에서는 학술적 가치만을 고려하다가는 대학의 생존 자체가 위태롭다고 항변한다. 이 역시 가벼이 할 수 없는 의견이다. 우리 대학들이 처한 현실의 딜레마가 바로 여기 있다. 상식선에서 생각한다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에서는 경제성보다는 학문의 다양성과 역사적 존재 가치를 경제적인 면보다 더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아야 한다.

설령 입학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학문일지라도 민족과 세계를 지향하는 넓고 큰 안목에서 그 학과의 존폐를 결정하려는 큰 결단이 있어야 한다. 인문학과 순수예술 분야의 존폐를 재정기여도로 판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사립대학 특히 지방의 작은 사립대학의 상황은 훨씬 절망적이다. 학문적 이상론을 펼치기에는 각박한 현실의 문제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조조정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 내부의 문제가 최소화되는 방향에서 구조조정의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지역 관심대학인 광양보건대 역시 대학의 경쟁력과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학과 구조조정의 숙제를 받아 놓고 있다. 언제까지 지역사회에 지원을 요청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대학의 조직을 개편하고 시스템을 쇄신해야 하는 과제를 대학 자체적으로 풀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구조조정이 목표가 아닌 전략일진대,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효율적인 모델을 설정하는 일에서부터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은 물론이려니와 대학에서도 구조조정에는 필연적으로 방출관리의 문제가 수반된다.

구조조정이란 종국에는 고용조정의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에 방출관리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정책 역량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비록 관견(管見)이지만 구조조정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첫째로 대학은 기업과 달라서 이윤 극대화에 목적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용 절감만을 목적으로 한 단순한 다운사이징으로는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운영성과도 미미할 뿐더러 오히려 조직의 응집력에만 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대신 유사 조직이나 학과를 통폐합하는 것과 함께 산업계 동향을 고려하여 대학 특성이나 교육시스템 전반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시너지 효과라는 세간의 논리가 여기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구조조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고용조정을 위한 방출관리의 방안으로서 외부 방출을 가급적 제한하고 업무 조정이나 분담을 전제로 한 내부방출형 고용조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학 교직원의 근로 책임시간을 조정하고, 휴업과 휴직을 유연하게 관리할 뿐만 아니라 직능과 배치의 전환, 전적(轉籍)을 위한 교육훈련, 급여의 조정 등을 통해 구조조정의 방출요소를 조직 내에서 재흡수하는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

물론 구성원의 소득감소와 신규 인력 채용의 억제로 인한 조직의 노화가 우려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인력의 탄력적 활용을 통해 내부 갈등 요인이 줄어들고 비용 부담이 감소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비자발적 외부 방출로 인한 조직과 대상자가 겪게 될 개인적, 사회적 병리현상을 예방함으로써 인간 존중의 대학문화를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기대할 수 있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대학의 생존과 교육이념의 성취이라는 상반된 양태를 보이는 두 가치를 조화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대학 구성원이 함께 인식해야 한다. 여기에는 돈보다 인간이 우선한다는 인간 존중의 사상이 바탕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이라는 산은 생각 이상으로 높고 험하다. 이 산을 함께 넘기 위해서는 대승과 연대의 정신이 그만큼 더 절실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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