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승교사와 유치원 관계자들은 뭐했나 ‘빈축’

유치원 통학차량에 탑승한 7살 원생이 버스에 갇힌 채 방치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광양시의 H유치원에 다니고 있던 원생 S양은 지난 7일 아침 9시 24분경에 버스에 탑승 했다. 이후 몇 분 뒤, 통학버스가 유치원에 도착했고, 다른 원아와 동승교사가 모두 버스에서 내렸지만 잠들었던 S양은 그대로 남겨지고 말았다.

차량운행을 마친 통학버스는 광영동의 한 주차장에 주차됐고, S양이 차량에서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차량 기사는 하차했다. 얼마 뒤 잠에서 깬 S양은 울면서 버스 출입문을 열려고 시도했지만 굳게 잠겨 있는 상태라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밖에서는 안이 잘 보이질 않게 유리가 짙게 선탠 돼 있어 수 십 분을 홀로 버스 안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

출근길에 버스 근처를 지나던 행인이 이상한 낌새를 느껴 버스 안을 들여다보았고, 갇혀 있던 S양을 발견했다. 행인은 곧바로 통학버스 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S양을 구출해 다행히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지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S양의 어머니는 “유치원 측으로부터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는 통학차량 운전기사가 운행 중 미처 하차 하지 못한 아이를 발견해 유치원으로 데려왔다고만 전했다. 불쾌했지만 큰 일로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후에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았다”며 “제대로 된 사실을 학부모에게 알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나고, 지나가는 행인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또 아이가 혼자서 차에 방치된 채 두려움에 떨었던 시간을 생각 하니 부모의 입장에서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또 “버스에 동승보호자로 유치원 교사가 탑승해 있었고 열 명도 채 되지 않는 다고 알고 있는데 확인을 못해 아이를 두고 내린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유치원에 등원해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담임교사 역시 아이의 탑승여부, 출석여부를 체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지나가던 행인이 아니었다면 내 아이는 어떻게 됐겠냐”고 토로했다.

이 사건이 빚어진 이후, 해당 학부모는 유치원 측에 이와 같은 상황을 원내 다른 학부모들에게도 명확하게 알릴 수 있도록 ‘공문’을 보내도록 요청했다.

유치원 측은 ‘어린이통학버스 운전자 및 동승보호자 매뉴얼’에 ‘등원 차량 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앞으로는 안전사고에 대한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위에 있는 매뉴얼대로 안전규칙을 지키며 운행하겠습니다. 그리고 교사 및 차량운전기사님의 안전교육을 철저히 지도하여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추가해 지난 17일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을 받은 학부모 몇몇은 ‘불미스러운 일’과 ‘이런 일’이라는 불명확한 내용에 불안한 마음이 들어 유치원 측에 안내를 요구했다고 한다.

H유치원의 7세반 한 학부모는 “처음에 공문을 전달받았을 때는 요즘 어린이통학버스 사고 등에 대한 문제점이 TV를 통해 나오는 터라 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는 내용이겠거니 했는데 하단에 ‘불미스러운 일’이라는 단어를 보고 덜컥 겁이나 확인 전화를 해 물었다”며 “돌아온 답변은 ‘안전벨트를 잘 착용하게 하고 안전에 더욱 신경 쓰겠다는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였기 때문에 나중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을 알게 되고는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6세반의 또 다른 학부모는 “다른 학부모들을 통해 아이가 다니는 원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을 듣고 아이에게 안전벨트를 꼭 매고, 차에서는 절대 자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며 “이런 일은 감출 것이 아니라 학부모들에게 명확하게 알리고 사과를 구하고 앞으로의 대처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역설했다.

S양의 어머니는 “아이가 사건 이후 한동안 불을 끄면 버스에 갇힌 것 같다고 잠을 이루지 못했고 ‘지나가던 아줌마가 날 발견하지 못했으면 내가 죽었겠지?’라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몇 차례 한적 있어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며 “사건 발생 이후 아이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지 않는 미온적 태도와 대처에 화가 났지만, 무엇보다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명확한 사고 내용이 담긴 전체 공문을 보내 제대로 알리고 사과하길 바랐는데 지켜지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13세 미만 어린이 통학차량에 동승자 탑승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세림이법’이 지난달 29일부터 전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있고 ‘안전 불감증’이 짙게 깔려 있어 동승교사와 운전기사 등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광양교육지원청은 지난 23일 해당 유치원을 방문해 유치원 관계자 및 학부모와 만나 상황 조사에 착수 했으며, 현재 조사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행정조치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피해 학생과 학부모는 심리상담 및 필요하다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광양교육지원청 Wee센터에서 연계 진행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