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람 기자의 호루라기

매화축제가 취소됐다. 하지만 1년 내내 매화를 기다렸던 관광객들의 발길은 이어질 것이다. 여행을 계획해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장소와 숙소가 정해지면 여행 준비는 끝이다. 장소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디서 자느냐이다.

옆 동네인 순천과 여수에 비해 게스트하우스활성화가 안 돼 있지만, 혹시 몰라 한 포털에 광양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해봤다. 그러다 우연히 한 블로그를 보게 됐다. 광양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악몽 같던 하루로 시작하는 제목의 블로그였다. 깜짝 놀랐다. 왜 악몽 같았을까 라는 의문이 마우스를 계속 내리게 했다.

광양 매화축제를 보기위해 매화마을에 다녀왔던 한 블로거 이야기다. 교통이 편리하다고 했던 주인의 말과는 다르게 축제기간이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버스 노선, 3평 남짓한 공간에 7명이 투숙하는 것도 모자라 부족한 화장실까지. 뿐만 아니라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 파티로 수면 방해는 물론, 아침에 나온 조식은 더 가관이었던 것이다.

이래서 첫인상이 중요한가보다. 이미 상한 마음은 돌이킬 수 없이 더 커져버렸다. 글을 읽는 내내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다 불현듯 광양에 게스트하우스가 정말 있나 의문이 들었다. 여행을 가면 여행객들이 모이는 풍경이 좋아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곤 했다. 멀리 갈 여유가 안 되면 순천이나 여수, 하동, 구례 등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잤다.

광양에도 게스트하우스가 있다면 한번쯤은 분명 가봤을 것이다. 포털 검색의 도움을 받아 광양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찾는 것은 어려웠다. 숙박업소는 많다. 하지만 도미토리 룸을 갖춘 게스트하우스는 아직까지는 보지 못했던 터였다. 다시 한 번 포털에 광양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해봤다. 원룸이 나왔다. 인근 호텔도 나온다. 인터넷만으로는 광양에 게스트하우스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러던 찰나 블로거가 올린 간판 사진이 낯익은 간판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그 곳은 광양이 아닌 광양과 밀접한 곳인 타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그 블로거가 그 곳을 광양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점이었다.

문득 장자의 바닷새 이야기가 떠올랐다. 옛날 바닷새가 노나라 서울 밖에 날아와 앉았다. 노나라 임금은 이 새를 친히 종묘 안으로 데리고 와 술을 권하고, 아름다운 궁궐의 음악을 연주해주고, 소 돼지 양을 잡아 대접했다. 그러나 새는 어리둥절해하고 슬퍼하기만 할 뿐, 고기 한점 술 한잔 마시지 않은 채 사흘 만에 결국 죽어버리고 말았다.

아웃렛, 도립미술관 등 광양시민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광양을 찾는 이들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길들이려고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시가 정말 많은 사람들이 광양에 와서 즐겁길 바란다면, 시 입장이 아닌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할 일이다. 먹는 것은 입맛에 맞는지, 잠자리는 불편하지는 않는지 말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광양이 될 수는 없다. 어떻게 일일이 입맛을 맞추겠는가. 하지만 매화마을에 꽃이 피는 기간만이라도 인근 숙박 관계자들이 여행객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배려를 가지면 어떨까. 새해 바람으로 했던 한 시민의 말이 떠오른다. 자고가게 하는 곳이야말로 진정한 관광지라고 생각한다는 말. 그 말 속에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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