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업 현장에서 만난 우리네 아버지들

지게차 체험을 하고 있는 정아람 기자가 조심스럽게 벽돌을 옮기고 있다.

새벽 6시, 시멘트가 올라간 팔레트를 지게차 포크 위로 올린다. 철컹철컹 움직이는 포크는 순식간에 팔레트 속으로 쏙 들어간다. 이제 포크 위에 있는 시멘트를 트럭으로 옮겨야한다. 식은땀이 등을 적신다. 시멘트가 트럭 위로 제대로 올라가지 못하고 그대로 땅에 떨어져 터지기라도 하면 주워 담을 수도 없다. 이미 엎질러진 물처럼. 이곳은 차가운 칼바람이 부는 성황동 한 일반 건축자재 도매업을 하는 현장이다.

기자는 지난 12일 지게차 체험을 했다. 산업과 건설현장이 많은 지역특성상 지게차 운전자들이 많고, 인근 현장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지게차 운전은 필수다. 지게차 운전을 몸소 체험해보면서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서다. 건설 현장의 아침은 빠르다. 때문에 도매업을 하는 회사도 현장 출근 시간에 맞춰야 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까지 현장으로 출근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었다. 게다가 주말도 없다. 도매업 사장 폰은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댄다. “사장님, 언제 출근합니까. 지금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빨리 시멘트랑 모레 좀 내려주쇼” 다급함이 수화기 너머로 울려 퍼진다. 허겁지겁 먹던 밥숟가락을 식탁에 탁 내려놓고 근로자들이 기다리는 현장으로 출발한다. 건축자재 도매업 현장은 분주했다. 무엇보다 매일 어떤 일이 주어지는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컸다.

“전진 레버를 누른 다음에 가속페달을 밟고 틸트레버를 앞으로 당기세요”사장의 말에 기자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틸트레버란 앞으로 당기면 앞 기울기가 되고 뒤로 당기면 뒤 기울기가 되는 지게차 용어다. 자동차와 똑같을 줄 알았던 지게차 조작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러다 결국 사고를 쳤다. 틸트레버는 잘 당겼으나, 전진이 아닌 후진을 하는 바람에 창고 문에 부딪혔다. 사고는 이렇게 늘 한 순간에 오는 것이다.

도매업 현장에서는 다양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인테리어 회사 사장, 횟집 사장, 전직 공무원 등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회사가 어려워져 문을 닫은 후 광양으로 와서 모래와 시멘트를 나르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업에 실패하거나 퇴직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도 했다.

“여기, 시멘트 좀 실어줘요” 부리나케 사무실 밖으로 나가 지게차에 올라탔다.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려 천천히 포크를 올려본다. 팔레트에 포크가 쑥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팔레트란 지게차 등으로 물건을 실어나를 때 물건을 안정적으로 옮기기 위해 사용하는 구조물이다. 하지만 포크는 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지게차가 텃세를 부리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될 때까지 해보기로 한다.

수차례 전·후진을 반복했다. 포크가 쑥 들어갔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대로 천천히 들어 올린다. 트럭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철커덩 소리를 내며 시멘트가 잘 내려지면 그대로 후진을 한다. “야호! 성공이다” 신난 함성을 외쳤다. 늘 긴장감안고 살아가는 우리네 아버지 모습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안고 지게차 체험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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