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영동 피터팬 서점 대표 김민영·신복선 씨

꿈이 있는 한 늙지 않는다는 피터팬의 소망을 담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전진하는 두 청춘 이야기

엄마표 멸치볶음을 포기했다. 지난 2005년, 임용을 준비하던 김민영(37)대표는 고향인 부산을 떠나 바리바리 책을 싸들고 이모가 머물고 있는 광영동으로 왔다.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동네로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육학 책을 들여다보고 있을수록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감히 임용을 접었다. 그리고 가장 친한 동갑내기 친구를 광영동으로 불러들였다.

신복선(37)대표는 국제관광을 전공한 뒤 호텔로 취직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친구의 부름에 잠시 여행을 다녀온다는 생각으로 순순히 왔다. 그렇게 여행으로 시작한 방문이 삶의 공간이 됐다. 그렇게 12년. 두 친구는 어떻게 광영동에 정착해서 서점을 차릴 생각을 했을까.김 대표는 “너무 조용한 동네인데다가, 막상 임용을 접어버리니 뭘 먹고 살아야할지 막막했다”며 “마침 친구가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 친구와 머리를 맞대면 답이라도 나오겠다 싶어서 광영동으로 무작정 오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9년 전 어느 여름날, 작은 초등학교 옆 모퉁이에 서점을 열었다. 처음 서점을 열고 몇 달 동안은 사람들이 오지 않아 걱정이 됐다. 어떤 날은 한 권도 못 판적도 있었다.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시골 서점을 찾는 이들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자리를 지키고 싶었다. 새학기가 시작할 무렵 서점에는 학부모들이 모여들었다. 자습서와 문제집을 사기 위해서다. 그렇게 학부모들의 힘으로 서점은 제법 자리를 잡았고 지금껏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신 대표는 “처음 광영을 왔을 때 아담하고 건너건너 사람들이 다 알아서 너무 신기했어요”라며 “꿈이 없으면 안 되고, 무조건 치열해야하는 삶의 궤도 속에서 빠져나온 기분이 들어서 정착하게 된 것 같다” 고 추억을 떠올렸다.서점을 차리게 된 이유는 하나다. 책이 좋아서다.

김 대표는 “당시 광영동에 책대여점 외에 서점이 따로 없었어요. 소설 책 뿐 아니라 학생들 전과 등을 중마동까지 나가서 사야해서 서점을 차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대학교 시절, 대형 서점에서 2년 동안 알바를 한 경력도 있다. 책도 좋고 경력을 살릴 수 있으니 서점이 딱이었다. 두 친구의 의견 만장일치로 피터팬 서점은 지난 2008년 5월에 광영동의 새로운 동네서점으로 첫 발을 뗐다.

향기가 나는 사람
그리고 속도보다는 방향을 믿는 00학번 두 친구

두 친구의 인연은 대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만났다. 두 친구는 힘든 아르바이트를 이겨내며 서로 의지했다. 김 씨가 책을 한 줄이라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신 씨의 영향이 크다. 김 씨는 “서로에게 배울 점이 너무나 많은 친구다”며 “친구가 잘되면 배가 아플 수도 있는 게 인지상정이라지만, 이 친구는 정말 가족과도 같다”고 칭찬했다. 그 덕분일까. 이렇게 함께 일을 하면서 서로 소중한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서점 덕분에 두 친구는 많은 이웃과 스스럼없이 삶을 나누기도 했다. 고등학교때 문제집을 사가던 학생이 군대에 간다고 인사하러 오기도 하고, 학부모들이 와서 한바탕 수다를 떨고 가기도 한다. 한 손에는 공을 들고 또 한 손에는 컵 떡볶이를 든 동네 꼬마들도 틈틈이 다녀간다. 낯익은 동네에 온 두 친구가 만든 서점은 어느덧 동네 방앗간이 된 것이다.

김 씨는 “처음에는 지역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지역의 매력을 맘껏 즐기고 있다”며 “지역주민들도 많이 알게 돼 이제는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다”고 자랑했다. 두 친구는 서점을 열면서 동네의 진짜 문화를 알아가며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몸소 실감하고 있다. 작은 서점이지만 젊은 두 친구가 지금까지 가꿔온 삶의 시간의 힘은 결코 작지 않다.

내일이 그저 오늘만 같기를
인생이 조금 어설퍼 보여도
더 나은 내일이 보내는 예고


두 친구는 욕심이 없다. 서점도 그냥 이대로 지켜만 지기를 바랄 뿐이다. 두 대표가 좋아하는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 공지영, 오소희 작가다. 에세이집을 좋아한다.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을 선호한다. 서점의 하루는 짧고도 길다. 요즘 같은 때는 입학 전이기 때문에 입시 위주 문제집을 사러 많이 온다. 서점이 끝난 오후 9시쯤에는 각자 취미생활을 즐긴다.

신 씨도 매사에 적극적인 김 씨 덕분에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기고 있지만 아쉬운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엄마 밥이다. 신 씨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데, 마땅히 찾아갈 곳이 없었다”며 “지금은 엄마가 해준 반찬도 있고, 친구가 요리를 잘해서 많이 해줘서 너무나 좋다”고 김 씨에게 고마워했다.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두 친구의 목표다.그저 오늘만 같기를 바라는 두 대표의 마음이 변치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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