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람 기자의 호루라기

시민과의 대화가 끝났다. 지난달 20일부터 28일까지 광양읍을 시작으로 봉강면, 옥룡면, 옥곡면, 진상면, 다압면, 진월면, 태인동, 광영동, 금호동, 골약동, 중마동까지 장장 6일 동안 이뤄졌다. 이번 시민과의 대화는 작년과 좀 달랐다. 먼저 참석자 들이었다. 주요 참석자들이었던 이ㆍ통장과 지역단체 대표 위주에서 학부모와 어린이집 관계자. 귀농 귀촌인. 수상자. 각 계층 대표 등으로 참여를 확대했다.

대화 시간도 늘렸다. 지난해 시민과의 대화 후 경로당 방문 일정이 잡혀있어 시민들의 질문을 다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으나, 올해는 경로당방문 일정을 없애고 시민과의 대화에만 집중했다.

작년 시민과의 대화에 나왔던 질문들과 올해 나온 질문들을 견주어 비교해봤다. 지난해 9월 열린 시민과의 대화 요구 사항 1순위는 ‘도로 확장ㆍ개설’이었으며, 지역 민원이 질문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올해도 ‘도로 확장ㆍ개설’에 대한 요구는 여전했으나, 이번 시민과의 대화에서는 새로운 민원이 1위를 차지했다. 바로 아이양육과 어린이 놀이시설 설치 등이었다. 봉강면과 다압면을 제외한 모든 읍면동에서 △보육에 아빠 참여형 프로그램 개발부터 어린이 견학 공간 조성, 산후조리비용 지원, 어린이 과학분야 지원, 어린이 놀이시설 및 교통공원 조성, 어린이 체험시설 설치, 육아종합지원센터 건립, 아동지킴이 현판정비, 유아 전문병원 유치, 부모교육을 위한 직장연수 프로그램 마련, 어린이 안전체험장 유치 등의 요구를 쏟아냈다.

시민과의 대화를 통해 광양시정 전반에 대한 민원을 제기할 시민은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시장이 읍면동을 찾아가는 것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시정에 반영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아이양육하기 좋은 도시를 지향하는 광양시가 시민과의 대화를 통해 이를 홍보하고 관심을 유도하려고 했던 것에는 일견 동의 한다. 그러나 지나친 생색내기는 아니었는지 되돌아봐야한다. 각각의 읍면동에선 두세 명이 ‘아이양육’관련 의견을 제시하고 놀이시설 설치 등을 건의했다지만, 읍면동 전체를 다 함께하다보면 이는 비슷하게 반복되는 ‘짜고 치는 고스톱’같은 민원이었기 때문이다.

시민과의 대화에서 굳이 ‘아이양육’관련 민원을 강요(?)해 같은 대답을 반복하는 시장의 모습은 선심성 홍보시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양육’관련은 따로 간담회나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이번 시민과의 대화는 그 지역만의 민원에 집중했으면 더 좋았을 일이다.

이밖에도 불편함은 몇 가지가 더 있었다. 이미 받아놓은 질문지에 답변을 하는 모습은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마이크 또한 질문이 준비된 시민이 우선권을 쥐었다. 대화의 사전적 의미는 마주보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의사소통이다. 시민이 건의를 말하면 시장이 오케이 혹은 노 혹은 검토하겠다라는 대답을 던지는 것이 진정 의사소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 한 가지는 기자에 대한 배려(?)다. 편히 취재를 할 수 있도록 언론인 석을 마련해준 덕에 편안한 의자에 앉아 시민과의 대화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뒤늦게 온 시민들은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없어 다시 문을 닫고 나가는 모습은 불편했다. 시민과의 대화에서는 시민이 주인공이다. 즉, 시민들을 더 챙겨야하는 것이 맞다.

또한, 언론인 석에 참석한 기자를 일일이 시민들에게 인사를 시킬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기자가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연한 일을 하러 간 것이지 인사를 하러 간 것이 아니다. 시민들에게 이 행사는 기자도 참석하는 자리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인사를 시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행동이다.

기자를 소개할 시간에 시민들의 질문을 한차례 더 받고, 시민들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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