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 광양서울병원 2내과 과장

김우종 광양서울병원 2내과 과장

사람이 조류독감에 걸릴 수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독자 여러분께 이미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 기회에는 요즘 관심의 대상이 되는 구제역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가득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 조류독감과 구제역이 연이어 유행해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구제역은 수의사 선생님들이 다루실 만한 소재이지만 우리의 건강과 생활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제가 쉽게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구제역(口蹄疫)은 입-발굽병으로 풀어 쓸 수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소, 돼지, 염소, 양같이 발굽이 있는 동물들에게 전파될 수 있습니다. RNA 바이러스 중 한 종류가 구제역을 일으키는데 전염력이 아주 강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건초에서 최대 200일을 살 수 있고 공기를 타고 50km까지 전파될 수 있습니다. 감염된 가축이 구제역 증상을 일으키기 전부터 왕성하게 바이러스 확산을 일으키므로 구제역 발생이 확인 되었을 때는 이미 넓은 지역이 피해를 입었을 수 있습니다.

구제역의 잠복기간은 2일에서 2주까지 가능합니다. 소나 돼지가 구제역에 걸렸을 때의 증상은 비슷한데 소에서는 열이 나고 기운이 떨어지며 제대로 걷지 못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혀나 잇몸에 물집이 생기면서 터지고 그 부위가 헐고 염증으로 인한 통증으로 침을 심하게 흘리기도 합니다. 특히 어린 송아지에서는 심장에 염증이 생기면서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돼지에서도 기운이 없고 잘 먹지 못하고 소와 비슷한 수포가 생기는 것을 관찰 할 수 있고 어미 돼지가 감염되면 새끼돼지들의 집단 폐사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젖소가 구제역에 걸릴 경우 우유량이 50%이상 감소할 수 있어서 구제역의 유행시기에 모든 축산물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도 당연한 것 같습니다.

구제역의 진단에는 주로 가축의 체액을 PCR법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쓰게 됩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백신을 이용할 수 있는데 구제역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백신도 달라지므로 예방이 쉽지 않습니다. 사람이 독감접종을 맞아도 독감이 걸릴 수 있듯이 구제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방접종을 맞은 가축에게서 충분한 항체가 생기지 않는 경우가 있고 항체가 생기지 않은 가축이 구제역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숙주가 될 수 있어서 특정한 시점에 한 축산농장 가축들에서의 구제역 항체 형성율이 구제역 차단에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그래서 예방접종 방법이 올바른지, 백신관리가 잘 되어있는지 꼼꼼하게 따지는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조류독감은 사람이 걸릴 수 있지만 구제역은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구제역에 걸린 가축들을 땅에 파묻지 말고 먹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궁금증도 생길 수 있겠지요. 구제역의 전파속도가 빠르므로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감염된 가축을 조속히 분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진다면 사람을 위험하게 하는 것보다도 사람으로 하여금 구제역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하는 게 더 큰 문제이지요. 소나 돼지고기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남아있을까 마음이 놓이지 않을 수도 있으시겠지요. 구제역이 발생하면 감염된 고기의 유통이 엄격이 통제되기도 하지만 혹시 우리가 접한다 해도 구제역 바이러스는 50도 이상의 열에서는 생존하기 어려우므로 충분히 익혀먹는다면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구제역이 유행하면 축사와 인접한 여러 도로에서 소독을 실시하여 통행이 원활하지 않고 축산농가 출입도 엄격하게 하여 불편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 자신과 나의 차가 나도 모르게 구제역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구제역의 강한 전파력과 축산농가의 피해를 고려하면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구제역이 더 이상 유행하지 않고 지나가서 축산농가의 피해가 최소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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